최형우가 인정한 미친 컨택, KIA 35세 최강대타의 전략적 실종…‘이 선수’가 준비되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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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욱/KIA 타이거즈
고종욱/KIA 타이거즈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나)성범이 수비 나갈 때 다시 부르려고 말소했다.”

KIA 타이거즈의 7일 기준 1군 엔트리에 외야수 고종욱(35)이 보이지 않는다. 사실 고종욱이 없어도 KIA 외야 엔트리가 무려 7명이다. 그러나 고종욱은 외야수의 가치보다 대타로서의 가치, 타자로서의 가치가 훨씬 더 높은 선수다.

2023년 7월 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진행된 '2023 프로야구 기아-KT. 고종욱/마이데일리
2023년 7월 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진행된 '2023 프로야구 기아-KT. 고종욱/마이데일리

고종욱은 올 시즌 22경기서 24타수 7안타 타율 0.292 1홈런 4타점 3득점 OPS 0.870이다. 득점권타율은 0.222. 그러나 이 선수의 진가는 대타일 때 나온다. 올해 대타 타율이 0.400이다. 표본이 적지만, 작년에도 고종욱의 대타 타율은 0.295였다.

2할5푼만 쳐도 박수 받는 대타 타율이 3할에 육박했다. 키움 히어로즈, SSG 랜더스 시절부터 컨택 하나만큼은 인정을 받았다. 수비력이 약해 꾸준히 주전으로 못 뛰었는데도 프로에서 14년째 살아남는 원동력이 방망이다. 통산타율이 0.303이다.

심지어 최형우는 지난 2월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에서 자신이 본 타격 잘 하는 선수 탑5 중 한 명으로 고종욱을 꼽았다. 당시 최형우는 “종욱이는 컨택이 미쳤다”라고 했다. 심지어 나성범보다 컨택은 고종욱이 우위라고 했다.

그런 고종욱이 지난 3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1군에서 빠졌다. 이때 1군에 들어온 선수가 최근 현역 복무 후 복귀전서 패스트볼 151km를 찍어 화제가 된 우완 김도현이다. 고종욱이 잠시 빠졌다고 해도, KIA 타선 대부분 지표에서 리그 1~2위를 다툴 정도로 위력적이다.

KIA는 고종욱이 빠진 2경기서 한화에 1승1패했다. 그 두 경기는 모두 공교롭게도 원 사이드한 승부였다. 긴박한 순간 대타의 필요성이 많지 않았다. 3위를 달리는 삼성과의 원정 2경기, 고종욱의 친정 SSG와의 홈 3연전서 고종욱이 필요한 순간이 있을 수도 있다.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이 고종욱을 1군에서 제외한 이유가 있다. 김도현을 확인하고 싶기도 했고, 현실적으로 화려한 KIA 라인업에서 대타를 쓸 상황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나성범과 연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범호 감독은 지난 3일 광주 한화전을 앞두고 "기존 선수들 타석에서 대타를 쓸 수 있는 상황이 없다. 투수를 1명 올렸다가 성범이가 수비를 나갈 때 다시 부르려고 말소했다”라고 했다. 돌아온 나성범은 대타와 지명타자를 병행하다 최근 꾸준히 지명타자로 나간다. 때문에 천하의 최형우가 매일 못 나가는 실정이다. (41세의 최형우가 매일 좌익수 수비를 하긴 어렵다)

나성범이 외야 수비를 시작하면, 최형우가 자연스럽게 예전처럼 지명타자를 맡을 수 있다. 그러나 나성범과 최형우의 수비, 지명타자 황금분할은 이범호 감독의 과제다. 대신 경기후반 수비 교체가 필요할 때 전문 수비수 김호령이나 다목적카드 이창진을 쓸 수 있고, 다시 대타 카드가 필요하면 고종욱이 나갈 수 있다. 나성범이 지명타자를 맡으면 기본적으로 최형우가 대타 1순위가 되는 날도 있기 때문에 고종욱의 필요성이 떨어졌던 건 사실이다. 이범호 감독은 나성범의 수비 시작 시점을 이번주 주말 정도라고 예상한 상태다. 고종욱은 1군 말소 기준 열흘만 채우면 바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2024년 4월 16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기아-SSG의 경기. KIA 고종욱이 7회초 2사 1,2루에서 볼넷을 골라 출루하고 있다./마이데일리
2024년 4월 16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기아-SSG의 경기. KIA 고종욱이 7회초 2사 1,2루에서 볼넷을 골라 출루하고 있다./마이데일리

다른 팀들에는 사치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뎁스가 좋은 KIA 외야에선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이 팀에서 오랫동안 현역 및 지도자 생활을 한 이범호 감독은 이런 속사정을 잘 안다. 심지어 선수들의 의견을 많이 청취하고 결정한다. 고종욱의 전략적 실종은, 잘 나가는 KIA와 이범호 감독의 선수활용의 유연성이 잘 드러나는 사례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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