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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가수 이효리와 모친이 서로의 속마음을 꺼냈다.
26일 JTBC 예능 '엄마, 단둘이 여행 갈래?'가 첫 방송됐다. 이날 이효리의 모친 전기순 씨는 "우리 딸 효리는 1남 3녀 중 막내다. 자랑해도 되나. 어릴 때부터 말썽 한번 안 부리고 자기 노력으로 연예계에 발을 디뎠다. 착한 딸이기도 하고 가장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이효리는 "엄마를 잘 모른다. 소개하기가... 그냥 남 같은 사이다. (웃음) 20대 이후에는 많은 기억이 있지 않다. 밥하고 빨래하고 아이들 키우는 데 매진하고, 가정을 지키는 게 최고인 줄 알고, 순하고 순박한, 나랑 관계가 있는 한 여자인 것 같은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모친은 "자주 만나고 살갑게 지내고 싶었는데 딸이라도 보고 싶어도 못 보고 거리가 멀어진 것 같다. 좋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아쉽다. 연예계에 뺏긴 것 같다"고 했다.
이효리 역시 "딸 역할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엄마랑 서먹서먹하기도 하고 같이 여행 갈 만큼 살가운 사이가 아니다.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평생 안 갈 것 같다. 아빠도 아프시고 저도 1박 2일이라도 시간 빼기가 쉽지 않고 엄마도 마찬가지다. 프로그램 핑계로 한번 가보고 싶다"고 전했다.
이후 저녁 식사 자리에서 모친은 "오자마자 눈부시게 환했다. 지금의 탤런트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머리숱도 많고 얼굴도 환한 게 탤런트 같았다"고 남편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이효리가 "그땐 성격이 불같지 않았냐"고 묻자 모친은 "몰랐다. 편지로만 몇 번 연락하다 바로 결혼했는데. 손목도 한번 못 잡아보고 결혼했다"고 했다.
또한 모친이 "가게를 했으니까. 항상 시간에 쫓기니까 빨리 먹는 습관이 있었다"고 하자 이효리는 "난 지금도 그렇다"고 했다. 모친은 "이발소에 딸린 작은 방에서 여섯식구가 살았다. 얼마나 힘들었겠나. 여섯식구가 거기서 같이 자고. 새 옷 한번 못 사줬다. 언니들 입던 것만 받아 입었다. 잘 못 먹이고 요구르트 한 병 못 사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엄마가 아빠랑 평화롭게 잘 살았으면... 엄마가 어릴 때 사랑을 못 받아서 너네에게는 사랑을 듬뿍 주려고 했는데 막상 아빠를 만나니 달랐다. 그럴 여유가 없었다"고 미안함을 전했다.
모친은 볶음밥을 먹는 이효리를 보며 "잘 먹네. 맨날 안 먹는 모습만 보다가 좋다"고 했다. 이효리는 "집에 가면 마음이 편치 않으니 뭐가 잘 안 먹힌다. 아빠도 있고 엄마도 있고. 난 엄마, 아빠가 같이 있으면 지금도 긴장된다. 무슨 일이 벌어질까. 둘이 따로 있으면 괜찮은데 같이 있으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모친이 "그런 점에서 너희들에게 미안하다"고 하자 이효리는 "엄마가 사과할 게 뭐가 있냐. 아빠가 늘 시작하는데. 그래서 순한 사람을 신랑으로 골랐나 보다. 싸우는 게 너무 싫어서. 부정할 수 없는 우리의 지난 과거다.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다. 너무 싸웠다"고 털어놨다.
이후 숙소로 돌아가는 차에서 모친은 "넌 뭐든지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후회 없이 살아. 엄만 아빠 때문에 해보고 싶은 것도 못하고 여건이 따라주지 않으니 못 하고 살았지만. 지금 같았으면 내가 그렇게 당하냐"고 말했다.
이효리는 "엄마가 힘든 걸 볼 때 너무 어리고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무력감을 느꼈다. 너무 사랑하는 엄마가 힘들 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던 시간이 너무 고통스러웠다. 평생 가슴에 남아있다. 그래서 더 잘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그것 때문에 엄마를 피하게 되는, 안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또 "미안함 때문인지 나의 무기력함을 확인하는 게 두려워서인지 모르겠지만 이번엔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엄마와 나의 사랑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용감하게 물리쳐보고 싶다"며 눈물을 훔쳤다.
김지우 기자 zw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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