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이데일리 = 이예주 기자] 조심스럽다. 배우 송건희의 첫인상은 '신중함' 그 자체였다. 단정한 셔츠 차림에 영락없는 소년의 얼굴을 하고 있던 그였지만, 막상 입을 여니 차분하고 조곤조곤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런 진지함에서 오히려 그가 가진 솔직함과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최근 마이데일리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사옥에서 송건희를 만나 연기자로서 그의 삶을 함께 돌아봤다.
2017년 피키캐스트 드라마 '플랫'으로 연기자 데뷔를 한 송건희는 웹드라마 '헬로 스트레인져', '하찮아도 괜찮아'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발돋움을 시작했다.
"원래 디자인 쪽으로 공부를 해보고 싶었는데, 우연히 어떤 캠페인 영상을 보게 됐어요. 그 영상에서 '진짜 좋아하는 것이 뭔지 생각해보고 좋아하는 일을 먼저 생각해'라는 멘트가 나왔었죠. 그래서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뭔지 생각해봤어요.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하루종일 영화나 드라마를 보곤 했으니까요. 그래서 처음에는 감독이 되고 싶었다가, 나중에 배우라는 꿈을 꾸게 됐어요."
데뷔 후 각종 드라마는 물론, 영화와 연극, 뮤지컬까지 섭렵하며 '올라운드 아티스트'로 활약했던 만큼, 학창시절 유독 튀는 학생이 아닐까 예상했다. 최근 고교 시절 출연했던 '도전 골든벨'의 영상이 재조명되며 '방부제 미모'로 화제가 되기도 했던 터. 그런데 의외로 송건희는 당시를 "소심했다", "잘 묻혀갔다"고 기억했다.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 말을 잘 못했어요. 부끄러운 마음에 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하곤 했죠. 그러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연극부를 들어갔고, 무대에 처음 서면서 '나처럼 소심한 사람도 무대에서 누군가에게 희노애락을 줄 수 있는 사람이구나. 어떻게 보면 그게 선한 영향력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 본격적으로 연기라는 꿈을 꾸게 됐어요."
송건희는 2018년 JTBC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을 시작으로 'SKY 캐슬'의 박영재 역을 맡으며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KBS 2TV '조선로코 녹두전', OCN '미씽 : 그들이 있었다', 왓챠 '최종병기 앨리스', MBC '조선변호사 등의 작품을 통해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결정적으로 28일 종영한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김태성 역을 통해 라이징 스타 반열에 올랐다.
"아직은 (화제성이) 실감나지는 않아요. 주변 친구들이 이야기해주거나, SNS를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정도죠. 아, 최근에 한 행사장에 갔는데 (많이 반겨주셔서) 놀랐던 기억이 나요. 또 지인들이 '직장 동료들의 반응이 좋다. 재밌다더라'는 이야기를 전해주면 뿌듯하기도 하고요."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송건희'라는 배우가 널리 알려지며, 유독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한다던 그의 취향도 함께 전해졌다. 그런데 송건희와 이야기를 나누며 그가 음악을 단순히 듣는다기 보다는, 자신만의 시선으로 다시 해석해나가는 습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캐릭터 분석을 오래 하는 편이에요. 그 친구를 알아가면서 일기를 써보기도 하고, 캐릭터에 맞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기도 해요. 초반에 태성이를 만날 때는 락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태성이가 음악에 대한 마음이 크지는 않았지만, 밴드 생활이 나름의 도피처가 됐을 거라고 생각했죠. 신나는 음악을 들다 보면 감정의 골이 잊혀질 때가 있잖아요? 그때 한창 실리카겔에 빠져있어서, 실리카겔 음악을 많이 듣곤 했어요."
'음악'과 함께 송건희의 '글'도 함께 화제가 됐다. 특유의 온화하고 다정한 시선이 문체를 통해 그대로 전해진 만큼, 그의 일기로 위로를 받았다던 팬들도 다수 등장했다.
"블로그를 많이 보시더라고요. 그냥 내가 쓰고 싶었던 걸 끄적였던 건데 어떤 글을 써야 할 지 쉽게 떠오르지가 않았어요. 그래도 일기를 적었는데 조만간 올리지 않을까 싶어요. 개인적으로 '선업튀'가 많은 사랑을 받게 되면서 저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됐는데요, 그런 것들에 대한 정말 솔직한 생각을 적었죠. 나중에 후회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제 생각요."(웃음)
인스타그램, 블로그, 트위터, 유튜브, 최근엔 버블(팬 소통 플랫폼)까지. 매일같이 근황을 전하며 팬들과 소통한 만큼 그에게 '소통 효자'라는 애칭이 붙기도 했다. 최근엔 1시간 가량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우선 저도 재미있다 보니 라이브 방송을 하는 것이 그렇게 길다고 느껴지지는 않아요. 또 오프라인으로 건희사항(팬덤명)을 만날 기회가 없기 때문에 더 자주 소통하고 싶었어요. 팬미팅도 너무 하고 싶은데, 기회가 생기면 꼭 공지하려고 해요."
드라마 촬영을 마무리하고, 가족 및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송건희. 함께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 변우석과 김혜윤이 다수의 예능 콘텐츠에도 출연한 만큼, 그에게도 출연 제의가 왔으리라 예상했다. 이에 송건희는 다소 수줍은 내색을 드러냈다.
"(예능 섭외가) 있었지만, 제가 잘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잘 못할 것 같아서 고민하고 있는 상태에요."
다만,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는 다양했다.
"우선 장르물을 너무 해보고 싶어요. 디스토피아나, SF로요. 제대로 된 멜로 연기에도 도전해보고 싶고, 이번에 코미디를 해보니 너무 재밌더라고요. 안 해봤던 코미디 장르도 해보고 싶어요!"
약 1시간 가량의 인터뷰 끝에, 배우 송건희는 '조심스럽다'기 보다는 '섬세하고 사려깊다'는 수식이 더 잘 어울리는 배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팬들과 소통하며 종종 "무던히 안온한 밤을 보내라", "꿈꾸지 말고 푹 자라"고 전하던 송건희다웠다. 그런 그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약간의 장난기를 머금던 눈빛이 진지하게 빛났다.
"항상 건희사항 분들께 드리는 말씀인데, 꼭 오래 보고 싶어요. '선재 업고 튀어'로 저와 이 귀한 시간을 같이한 분들도 오래 봤으면 좋겠어요.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예주 기자 yejule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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