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의 죄책감 "저 그렇게 똑똑하지 않아요" [MD인터뷰②]

[마이데일리 = 김지우 기자] 데뷔 42년 차 배우 김희애가 연기 변신에 대한 뜻을 내비쳤다.

마이데일리는 3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에 출연한 김희애를 만났다. '돌풍'은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 박동호(설경구)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 정수진(김희애)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이날 김희애는 전작 '퀸메이커'의 정치 전략가에 이어 '돌풍' 속 정치인을 연기한 경험에 대해 "찐 정치인 좋더라. 신분상승 했다. (웃음) 거의 대통령 비슷한 것도 해보고 나쁘지 않았다"며 "하지만 정치는 음식의 재료일 뿐이다. 이야기적 소재일 뿐이고, 인간의 몰락이나 타락한 신념이 주된 이야기다. '퀸메이커'도 허황된 욕망을 좇던 한 인간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그린다. 그 영화에서 전 판타지적인 역할을 맡은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을 묻자 "스토리가 중요하다. '돌풍'은 매력적인 작품이고 쉽게 만날 수 없는 캐릭터라 하게 됐다. 주로 도드라진 주인공을 맡다 보니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많이 그렸다. 사실 반대의 캐릭터도 잘한다. 전 편안하고 생활 연기도 되게 잘하는데 감독님들이 잊어버린 것 같다. 다 되는 배우니까 다양한 작품에서 불러줬으면 좋겠다. 사실 그렇게 똑똑하지도 않고 사회 이슈에 관심이 엄청 많은 것도 아닌데 똑똑한 역할을 많이 맡아서 죄책감도 느낀다. 민망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어려운 대사를 잘 전달해야지' 이런 긴장감 없이 좀 풀어진 텐션을 연기해 보고 싶다. 그런 지점에 고민이 많다. 다른 사람들 연기도 많이 본다. 좋은 연기를 보면 먼저 연락도 하곤 한다. 다른 사람을 모방하기도 하면서 진화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배우로서는 늘 끊임없이 진화하려고 한다. 노력하고, 반성하고, 만족하면 안 된다고 본다"고 했다.

또한 "연기를 오래 하면 익숙하고 경험이 많겠지만,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매력적이냐 아니냐가 관건이다. 가수들도 다 노래 잘한다. 취향의 문제다. 노래 잘하는 순서대로 사랑받는 건 아니다. 그런 것처럼 나도 매력적인 배우가 되고 싶다.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연기할 수 있는 배우라면 매력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매력적인 배우에 대해 정의 내리고 거기 맞춰 행동하는 것도 웃기다. 그렇게 되고 싶다는 바람일 뿐이다"고 털어놨다.

김지우 기자 zw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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