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며칠 전 지인이 영상 하나를 보내왔다. 도쿄 인근 에노시마가 보이는 바다 바위에 앉아 누군가 기타를 치고 있었다. 파도와 바람 소리에 묻혀 기타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왠지 잔잔한 음악을 연주하고 있을 것 같았다.
더위 탓일까. 일하다 문득 가슴이 답답하다 느끼던 차였다. 숨 한 번 돌릴 여유 없이 며칠째 강행군을 하다 지인이 보내준 영상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언젠가 내가 꿈꾸는 모습 중 하나도 바로 그런 모습이다.
도시에 살면 늘 땅만 보고 산다. 나 같은 북에디터는 물론 많은 사무직이 종일 컴퓨터 모니터만 본다. 하늘 한 번 올려다보는 일이 잘 없다. 자연 풍광과 함께 어우러져 큰 숨 한 번 쉬는 일이 정말 흔치 않다는 얘기다.
예전에 내가 담당했던 책 <불안한 것이 당연합니다>에는 폐쇄 공포증을 겪고 있는 사람이 나온다. 각고의 노력 끝에 승진했는데 배정된 개인 사무실이 방 하나를 가벽으로 나눠놓은 곳이었다. 그는 창문 하나 없는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온종일 일해야 했다.
그렇지 않아도 폐쇄 공포증이 있던 이 사람은 불만과 불안이 점점 쌓여갔다. 그런 그를 위한 해결책은 단순했다. 사무실 한쪽 벽에 맥주 광고 포스터를 붙였다. 창문 사이로 멀리 보이는 바닷가에 비치 파라솔과 맥주 한 잔이 있는 포스터. 이 사람은 답답한 느낌이 들 때마다 그 포스터를 보며 크게 숨을 한 번씩 내쉬었다. 이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었다. 저자 한덕현 교수는 이러한 큰 숨 한 번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온종일 일에 치여 지쳐 있던 내게도 큰 숨 한 번의 여유가 필요했다. 최근 들어 일은 많이 하는 것 같은데 결과물이 없다고 자책하는 일이 잦았다. 그럴수록 나는 더 일에 매달렸다. 그러다 보니 기타 연습을 하는 시간에도 숨 한 번 돌릴 새 없이 손을 움직이고 뜻대로 되지 않는다며 짜증이 났다.
취미로 기타를 시작하면서 내가 원했던 것도 음악을 즐기며 틈틈이 숨 한 번 돌리는, 그런 삶이었다. 그런데 그 중요한 사실을 자꾸 잊고 만다.
문득 고개를 좀 더 들어 컴퓨터 모니터 너머 창을 봤다. 예전에 내가 창문에 붙여두었던 숲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크게 숨 한 번 들이쉬고 내쉬었다.
오늘은 아닐지라도 언젠가 일에 지쳐 답답한 날, 불현듯 기타를 들고 산이든 바다든 가야지. 지인이 보내준 바닷가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청년처럼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누군가 잠깐의 여유를 갖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이지혜 기자 imari@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