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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대전 김진성 기자] “저 보문산을 참 많이 바라보면서 타석에 들어가기도 했는데…”
본래 KIA 타이거즈에 2~4일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3연전은 올 시즌 마지막 대전 일정이었다. 그러나 4일 경기가 시작 1시간 전에 장대비가 쏟아진 탓에 추후로 연기됐다. 때문에 KIA는 9월 이후 대전에서 1경기를 더 치른다.
한화가 극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KIA와 맞대결하지 않는 한 KIA에도, 이범호 감독에게도 그 1경기가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의 마지막 경기다. 한화는 2025시즌부터 한화생명이글스파크 바로 옆에 위치한 신구장을 홈으로 쓴다.
아무래도 이범호 감독에겐 남다른 의미가 있다. 현역 시절 청춘을 바친 곳이 ‘구’ 대전구장이었기 때문이다. 이범호 감독은 대구고를 졸업하고 2000년 2차 1라운드 8순위로 한화에 입단해 2009년까지 10년간 대전을 홈으로 삼고 활약했다. 국가대표 거포 3루수는 이 시기에 탄생했다. 이후 1년간 일본프로야구에서 뛴 뒤 2011년 KIA와 FA 계약을 맺고 타이거즈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KIA 이범호 감독과 4일 대화를 나눈 시점은 비가 내리기 전, 맑은 하늘 아래 우측 외야 스탠드 뒤로 보문산 자락이 선명하게 보일 때였다. 이범호 감독은 대전에서 마지막 경기라는 얘기에 3루 원정 덕아웃에서 보문산을 바라보며 회상에 잠겼다. “여기서 1000경기 넘게 뛰었을 거예요. 저 오른쪽에 보문산을 참 많이 보면서 타석에 들어갔는데…”라고 했다.
약간의 아쉬움도 있었다. “여기서 뛰었던 추억들이 있다. 내년에 처음으로 야구장에 오시는 분들은 저쪽(신구장) 야구장만 기억하실 테니까. 여기서 뛰었던 한화에서의 추억이 없어지는 아쉬움은 남을 것 같다”라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뜻밖에도 경기가 아닌 훈련이었다. 현역시절 대전구장 외야 양쪽 폴대에서 폴대까지 러닝하던, 가장 힘든 기억을 떠올렸다. 이범호 감독은 “정말 너무 힘들었다. 그때 젊은 선수들하고 같이 뛰고 훈련하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라고 했다.
역시 아쉬운 건 한화 팬들에게 우승을 안겨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화는 1999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21세기에 한 번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했다. 이범호 감독은 KIA에 가서 2017년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이범호 감독은 “큰 경기를 여기서 많이 못 해봤다. 한국시리즈 1~2경기(2006년 삼성 3~4차전)를 했던 것 같다. 준플레이오프를 여기서 하면서 홈런을 좀 쳤을 것이다. 그 기억이 난다”라고 했다. 한화는 2006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2007년, 2018년에만 포스트시즌을 치렀다.
이범호 감독은 이젠 한화 사람이 아니지만, 한화가 내년에 신구장에 가서 좋은 역사를 만들길 진심으로 기원했다. “이 구장이 더 좋은 구장으로 탈바꿈한다고 하니, 한화 팬들이나 선수들에게 좋은 일이잖아요. 좋은 구장에서 좋은 선수도 많이 나오면 좋겠다. 한화에서 레전드가 많이 나오지 않았나. 마지막이라고 하니 뭔가 기분이 새롭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범호 감독은 “야구장은 변하겠지만, 보문산은 그대로 있다. 내년에 또 좋은 구장에서 한화와 붙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긴 좋은 기운이 있는 곳이다”라고 했다.
대전=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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