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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파리(프랑스) 심혜진 기자] 훈훈하다. 김우진(청주시청)과 브래디 엘리슨이 국경을 넘는 우정을 나눴다. 서로에 대한 실력을 치켜세우면서 훈훈함을 안겼다.
김우진은 4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결승에서 브래디 엘리슨(미국)을 슛오프 접전 끝에 6-5로 잡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슛오프까지 가는 진땀 승부였다. 두 선수의 화살 모두 10점을 기록했으나, 김우진의 화살이 엘리슨의 것보다 과녁 중심에 4.9㎜ 더 가까워 김우진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서 남자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그는 남자 선수로는 최초의 양궁 3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남자 양궁이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한 것은 2012 런던 대회 오진혁, 2016 리우 대회의 구본찬 이후 김우진이 세 번째다.
또 김우진은 한국 선수 역대 최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 등극했다. 김우진은 2016 리우와 2020 도쿄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가져갔는데 이번 대회에서 3개의 금메달을 추가해 5개의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이전까지 한국 선수 최다 금메달은 김수녕(양궁), 진종오(사격), 전이경(쇼트트랙) 등이 기록한 4개였다. 김우진은 이번 대회를 통해 모든 종목을 통틀어 한국 최고의 올림픽 선수로 우뚝 섰다.
김우진은 스스로를 GOAT라고 표현한 것뿐 아니라 결승전 상대였던 엘리슨에게 존경심을 드러냈다. 엘리슨은 김우진보다 이른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 올림픽 데뷔전을 치렀다. 그리고 이번까지 5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베테랑 선수다. 파리에서는 은메달 3개와 동메달 3개를 따냈다.
엘리슨은 국제대회에서 한국 선수들과 만나 이긴 적도 많아 '한국 킬러'라는 별명도 붙었다.
이후 두 선수는 기자회견장에 나란히 들어와 앉은 뒤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서로에 대해 극찬을 했다.
먼저 엘리슨은 "둘 다 아마도 최고의 듀오가 아닐까. 양궁 역사상 최고의 2인조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로 양궁 선수로서 겨누는 게 좋은 것 같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특히 엘리슨은 경기 종료 후 김우진의 팔을 들어 축하를 건넸다. 이에 대해 그는 "사실 내가가 꿈꿔온 시합이었다. 서로와 경쟁했던 게 2009, 2010년부터다. 오래됐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순간이 왔다. 10점짜리 슛을 4번이나 쐈다. 내가 슛오프에서 간발의 차이로 졌는데. 그것 때문에 속상하지 않았다. 우리는 좋은 경기를 했고 이것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우진은 축구계에서 라이벌로 평가받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를 자신과 엘리슨에게 빗댔다.
김우진은 "엘리슨은 세계적인 선수다. 퍼펙트하다. 축구계에 호날두와 메시가 있는 것처럼 양궁에는 김우진과 엘리슨이 있지 않을까 한다"며 경외심을 드러냈다.
이어 김우진에게 '본인은 호날두인가 메시인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김우진은 "어떤 선수인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며 말을 아꼈다. 엘리슨은 재치 있는 김우진의 말이 통역되자 환하게 웃으며 주먹인사를 나눴다.
두 선수들은 4년 뒤인 LA 올림픽에서 맞붙기를 희망했다.
엘리슨은 "난 LA 대회에도 도전할 것 같다. 다음 대회에서 리턴매치를 벌이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어 김우진은 "이번 파리 결승에서 맞붙은 것 자체가 기쁘다. 올림픽에서 내가 한 번 이겼는데…LA 때 다시 만나면, 그때는 또 모르겠다"고 겸손하게 이야기했다.
동메달리스트 이우석(코오롱)은 도핑 검사 때문에 기자회견장에 늦게 도착했다. 이후 취재진으로부터 김우진의 '메시, 호날두 발언'을 전해 들은 뒤 이우석은 "그럼 난 (킬리안) 음바페(프랑스)를 하겠다"고 받아쳐 웃음바다를 만들었다.
이우석은 이어 "김우진 선수가 메시다. 메시 칭호를 받을 만하다"고 힘줘 말했다.
파리(프랑스)=심혜진 기자 cherub032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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