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종합
[마이데일리 = 파리(프랑스) 심혜진 기자] 이우석(코오롱)이 파리올림픽을 마쳤다. 개인전에서 맏형 김우진(청주시청)과 맞붙어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후련한 모습이었다. 국가대표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우석은 4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4강전에서 김우진과 맞붙어 5-6으로 졌다.
팽팽한 승부였다. 이우진이 첫 세트를 가져왔지만 김우진의 뒷심에 당했다. 동점을 허용했고, 슛오프까지 가는 승부 끝에 패했다. 이어진 동메달 결정전에서 플로리안 운루(독일)를 6-0으로 완파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생애 처음 오른 올림픽 무대에서 2관왕을 꿈꿨지만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 은메달로 만족해야 했다.
이우석은 6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김우진에게 졌었다. 당시 군인 신분이던 이우석은 개인전 결승에서 김우진에게 패해 조기 전역 기회를 놓쳤다.
그리고 이번 대회까지 두 차례 패배에도 이우석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오히려 후련한 모습이었다.
경기 후 만난 이우석은 "내가 가진 모든 걸 다 끌어내면서 경기를 했기 때문에 오히려 후련하고 전혀 후회스럽지 않다. 너무 행복한 메달을 받은 것 같아 행복하다"며 "위대한 선수와 맞붙었고, 슛오프까지 가즌 넞ㅂ전 끝에 진거라서 원망스럽지도 않고 후련하다"고 말했다.
이우석과 김우진은 슛오프 직전 웃으며 주먹인사를 나눴다. 후회없이 하자는 서로의 다짐이었다.
이우석은 "서로 같이 힘내보자는 의미였다. 경기 전부터 후회 없는 경기 하자는 말을 서로 했다. 주먹치기 역시 그 의미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금메달에 실패하면서 긴장감이 떨어졌을 법도 하지만 이우석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완승을 거뒀다. 이에 그는 "긴장이 하나도 되지 않았다. 마지막에 10점을 쏴야 하는 순간들이 세번 정도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 화살을 쏠 때마다 10점을 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동메달 결정전을 마친 뒤 이우석은 김우진을 응원했다. 그는 "기도를 엄청 했다. 마지막 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냥 '형이 편하게 경기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고 눈감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우진은 우승 후 '동생(이우석)을 위해 금메달을 땄다'라고 이야기를 했었다. 이를 전해 들은 이우석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너무 고밥다. 같이 훈련을 해오면서 고생을 해왔던 것을 알기 때문에 더 감정이입이 됐다. 김우진 선수와 시상대에 올라간 뒤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데 눈물이 날 뻔했다"며 "힘들었던 훈련들을 버텼던 그 순간들이 스쳐지나갔다"고 말해 뭉클함을 안겼다.
이우석은 시상대에 올라가면서 왼쪽에 있는 태극기에 키스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가대표로서 올림픽에 나가서 메달을 땄다는 게 너무 자랑스러워서 했던 세리머니였다"고 밝혔다.
이우석에 따르면 김우진은 우승을 확정한 뒤 그에게도 '나 GOAT 해도 되겠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이우석은 "'그걸 뛰어넘는 GOAT를 한 번 해볼게요. 도전을 해볼게요'고 장난스럽게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김우진 선수가 '그래. 네가 도전해 봐'라고 말해줬다"고 설명했다.
이제 다음 달이면 2025년도 국가대표 선발전이 시작된다.
이우석은 "힘들게 올라온 걸 알기 때문에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다음을 기약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파리(프랑스)=심혜진 기자 cherub032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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