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두산 3사, 주주서한 내고 주주와 적극 소통 나서
임시주총 주주명부 확보 직후 서한 발송 개시
두산에너빌리티 "사업구조 재편하면 1조원 확보"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와 결합…기존 배당규모 유지"
두산로보틱스 "5년 내 1조원 매출 달성 기대"
[마이데일리 = 이재훈 기자] 두산그룹 구조개편에 반발하는 주주를 설득하기 위해 두산 3사 대표가 주주서한을 직접 보냈다.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등 3사는 대표이사 명의로 일제히 주주서한을 내고 주주와 적극 소통에 나섰다고 5일 밝혔다. 서한 발송은 임시주주총회 참석 대상 주주 명부가 확보되는 이날 이뤄졌다.
두산 관계자는 "각 사 비즈니스 밸류를 높여서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깊은 고민과 검토 끝에 내놓은 사업 재편 방안인데, 예상과 다른 시장 반응이 나와서 여러 경로로 많은 이야기를 들어봤다"면서 "이번 사안의 가장 당사자인 주주들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서한을 비롯해 주주들과 더욱 소통해 나가겠다"고 주주서한 배경을 설명했다.
대표들은 서한에서 각 사의 사업 환경과 시장 트렌드, 경쟁사 동향, 미래 전망 등을 놓고 사업 재편을 통해 달성하려는 성장 전략을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력 발전 분야가 세계적 호황으로 전례 없는 사업기회를 눈 앞에 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두산밥캣 분할 등 사업구조 재편이 이뤄지면 생기게 되는 1조원 수준의 투자여력을 원전사업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서한에서 "체코 원전에 이어 폴란드, UAE, 사우디, 영국 등의 신규 원전 수주도 기대되면서 향후 5년간 체코를 포함해 총 10기 내외의 수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SMR(소형모듈원전) 사업도 AI를 위한 전력 수요의 유력한 대안으로 대두되면서 회사가 수립한 5년간 62기 수주 목표를 대폭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두산밥캣 분할을 포함한 사업구조 개편을 마치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차입금 7000억원 감소 △비영업용 자산 처분을 통한 현금 5000억원 확보 등의 재무적 성과를 거두게 된다. 박 대표는 "추가로 생기는 차입여력과 확보되는 5000억원의 현금 등 1조원 수준의 신규 투자여력이 발생하고, 이는 생산설비 증설에 신속히 투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산밥캣 분할 시 배당수익이 줄어드는 우려에 대해 박 대표는 "배당수익은 두산밥캣 영업실적에 따라 매년 변동할 수밖에 없고, 두산에너빌리티가 필요로 하는 투자재원에도 한참 부족한 수준"이라면서도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확보하는 1조원을 미래성장동력에 투자할 경우 배당수익보다 훨씬 높은 투자수익율로 더 많은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박 대표는 이어 분할비율과 관련해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조심스러우나 주가는 기업가치와 주식수에 의해 결정되는데, 분할 시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수는 25% 감소하는 반면 기업가치는 10%만 감소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재상장 시점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주당 가치는 두 비율의 차이만큼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스캇박 두산밥캣 대표 "밥캣+로보틱스 통합법인 밸류업 시너지 낼 것"
두산밥캣은 주력 사업영역인 건설·조경·농업·물류 분야 소형장비 사업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한 무인화·자동화 트렌드'가 이번 사업재편 추진의 배경임을 밝혔다.
스캇박 대표는 "향후 시장 주도권 확보에 필수 요소가 될 무인화·자동화를 위해 당사를 비롯한 선도 업체들은 미래 기술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특히 로보틱스 회사들과의 협력 또는 인수·합병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건설장비 분야 글로벌 1위 업체인 캐터필러의 2020년 마블로봇 인수 △농업장비 글로벌 1위 업체인 디어앤컴퍼니의 2021년 베어 플래그 로보틱스 인수를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그는 "두산밥캣도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과의 기술적 협력을 추진해 오던 중 두산로보틱스와의 통합이 효과적 방안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어 "양사 공통 영역인 인공지능 및 무인화·자동화 요소 기술 확보를 위해 선도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인수합병·제휴 등을 공격적으로 추진해 기술확보를 가속화하고 추가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전문용 서비스 로봇시장을 선점하고자 한다"면서 "양사의 투자 프로세스를 일원화해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투자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두산밥캣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이 두산로보틱스 주식으로 교환되는 것과 관련 "일각에서는 '두산로보틱스' 이름의 주식으로 교환된다는 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이 주식은 주식교환 이전의 두산로보틱스가 아니라 당사와 두산로보틱스가 실질적·경제적으로 결합된 '통합법인'의 주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양사는 주식교환 완료 이후 신속히 합병해 하나의 회사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양사 주식교환 비율에 대해 그는 "시장에서 회사 가치를 나타내는 객관적 지표는 주식시장 시가이며, 이 시가는 다수 시장 참여자가 회사가치에 대한 독립적 판단을 근거로 상당 기간 수급에 따라 형성되는 가액"이라면서 "법에서도 상장법인 간 포괄적주식교환(합병 포함) 시 시가 대 시가로만 교환비율을 산정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사 교환 가액인 두산로보틱스 8만114원, 두산밥캣 5만612원은 두 회사의 2024년 평균주가(두산로보틱스 8만564원, 두산밥캣 5만1041원)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기존에 보유하던 자사주 이외에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취득하게 되는 자사주를 전부 소각할 예정"이라며 "당사가 현재까지 실시해 온 배당정책을 통합법인이 승계해 배당규모를 유지하고 통합법인의 사업적 성과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밸류업' 방안을 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 "밥캣과 통하하면 매출 1조원 성장+글로벅 톱3 성장"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두산밥캣과의 통합으로 시너지를 창출함으로써 사업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로봇의 최대 시장인 북미·유럽 시장에서 압도적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인프라를 갖춘 두산밥캣과 통합하면 최대 시장에서 고객에 대한 접점이 현재 대비 약 30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봇 판매의 최대 수요기회가 예상되는 제조 물류 시장에서는 두산밥캣의 지게차와 즉시 공동 판매가 가능해질 것으로 류 대표는 예상했다. 류 대표는 "나아가 시장 규모 약 10조원 이상인 자율주행 로봇과 자율주행 무인 지게차에 공동으로 진출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류 대표는 "전문서비스 시장에 특화된 협동로봇의 강자 두산로보틱스와 건설·물류·농업 분야에서 글로벌 최고 업력을 갖춘 두산밥캣이 결합하면 선점 업체가 없는 전문서비스 시장에서 단번에 압도적 리더로 도약해 글로벌 톱3 회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류 대표는 이어 "양사 간 시너지 창출을 통해 두산로보틱스는 상장 시점에 제시한 3년 뒤 매출 목표 대비 50%의 추가 성장이 가능해지면서 5년 내 매출 1조원 이상 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사 주식교환 비율과 관련해 류 대표는 "회사의 현재 매출과 이익 규모만을 근거로 기업가치에 대한 우려가 일부 제기되고 있지만, 주식시장에서의 회사 가치는 과거·현재 실적 외 미래 잠재성, 기술력 등 다양한 근거에 기반하는 것"이라며 "당사는 최근 3년간 매년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 성장률을 상회하며 연 평균 20%씩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 금감원·국회도 경고장…두산그룹 구조개편 성공은 "결국 주주마음 달래기"
두산그룹 사업구조 개편 논란은 지난달 11일 두산이 ‘클린에너지·스마트머신·첨단소재’ 등 3대 사업을 축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한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구조 개편의 핵심은 원전·발전 설비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 산하의 건설 장비 회사 두산밥캣을 분할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시키는 내용이다.
이후 연간 1조원대 영업이익을 내는 두산밥캣을 잃는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과 적자 기업인 두산로보틱스와의 합병 비율(두산밥캣 1주당 두산로보틱스 0.63주)을 확인한 두산밥캣 주주들의 불만이 커졌다. 금감원도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합병 관련 증권 신고서에 정정 요구를 하면서 경고를 보냈고, 국회도 '두산밥캣 방지법'까지 발의하면서 사태가 확산됐다.
사태 진화를 위해 3사 대표들의 설득전 외에도 주주를 달랠 해법이 필요한데, 우선 두산에너빌리티 주주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이 30%, 소액 주주가 63.4%를 소유하고 있어 소액주주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최근 주가(1만7690원)가 회사가 설정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2만890원) 이하로 떨어진 상태로, 자칫 대규모 주식 매수 청구가 발생해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두산밥캣은 두산에너빌리티가 46%, 나머지는 외국인(39%)·국민연금(7%) 등 일반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데, 당장 두산밥캣 주주들은 1주당 두산로보틱스 0.63주를 받게 돼 반발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국내 협동로봇 1위로 미래 가치가 높지만, 지난해 매출 530억원에 192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불안한 실적 추이를 보이고 있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은 각각 주식매수청구권에 대응해 6000억원과 1조5000억원을 확보해 놓고 있다. 반면 합병이 성사되려면 주주총회 참석자3분의 2의 찬성을 받아야 해 결국 주주들의 마음을 돌리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상태다.
이에 대해 3개사 대표들은 "사업구조 개편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의사에 따라 최종 결정되는 것"이라면서 "사업구조 개편이 주주의 이익과 회사의 성장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믿고 있으며, 미래 성장 모습을 감안해서 현명한 의사결정을 해 주실 것을 부탁 드린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훈 기자 ye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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