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종합
20년 넘게 사격 후원한 한화그룹…20년간 200억 이상 후원
'사격 마니아' 김승연 회장 전폭 지원…'원조 키다리 아저씨'
한화가 떠난 자리 신명주 명주병원장 등판 '제2의 키다리 아저씨'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사격은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의 새 역사를 썼다.
한국 사격 대표팀은 2024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를 수확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여자 10m 공기권총, 여자 10m 공기소총, 여자 25m 권총에서 오예진과 반효진, 양지인이 금메달을 획득했고 박하준과 금지현(공기소총 10m), 김예지(여자 10m 공기권총), 조영재(남자 25m 속사)는 은메달을 걸었다. 이로써 한국 사격은 2012 런던올림픽에서 기록한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넘어 올림픽 사격 역사상 최다 메달 기록을 세우게 됐다.
이번 깜짝 메달로 주목을 받은 사격은 한화그룹이 오랫동안 후원해온 종목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1월까지 20년 넘게 비인기 종목인 사격을 물심양면 후원하며 발전기금만 20억원 넘게 내놓았다. 사격 애호가로 알려진 김승연 회장과 한화그룹은 2001년 한화갤러리아 사격단을 만들었고 이듬해인 2002년 대한사격연맹 회장사를 맡기도 했다.
한화그룹이 회장사를 맡은 뒤 첫 올림픽인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진종오가 자신의 첫 메달(남자 50m 권총 은)을 목에 걸었다. 진종오 선수는 올림픽 금메달 4개를 따냈고 한국 사격은 2012 런던올림픽에선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진종오 은퇴와 한화그룹 사격 회장사 사임 '위기'…"더 나은 리더십과 변화 필요"
물론 한국 사격은 한때 '위기론'에 빠지기도 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로 정점을 찍은 한국 사격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금메달 1개, 은메달 1개)과 2020 도쿄 올림픽(은메달 1개)에서 내리막을 걸었다. 여기에 대표팀 간판으로 활약했던 진종오 선수가 은퇴를 선언했다.
설상가상으로 한화그룹은 올림픽을 직전에 둔 지난해 돌연 사격 회장사에서 내려왔다. 새로운 기업이나 개인에게 기회를 열어주자는 취지였다.
실제 한화그룹의 사격계 지원이 끊기자 대한사격연맹은 새로운 회장단과 후원기업을 찾기 위한 사격계의 고충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석이었던 사격연맹 회장직은 6월 초 신명주 명주병원장이 단독 출마해 선출됐다. 취임 두달도 채 안돼 2024 파리 올림픽에서 함께 하게 된 신 회장은 한국 사격의 부활을 함께하고 있다.
신 회장은 한화그룹이 지금까지 한국 사격을 위한 토대를 마련한 덕분에 회장사 공백에도 사격인이 하나가 돼 지금의 성과를 냈다며 꾸준하게 후원해온 한화그룹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신 회장은 "사실 이번 사격의 쾌거 중심에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님이 있다"면서 "20년 넘게 기초를 닦아 놓으신 덕분에 길 위에 숟가락만 얹어놓은 것"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한화그룹은 국제 사격 경기 규정에 맞는 전자 표적으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곳에서의 전지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사격계 발전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이어왔다는 평가가 많다. 사격연맹과 인연은 마무리됐지만 전통의 스폰서였던 한화그룹의 적극적인 지원이 큰 힘이 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화그룹이 올림픽을 앞두고 사격 후원사에서 내려온 만큼 이번 올림픽에서 사격 국가대표 선수들의 역대급 활약에 "다소 아쉽지 않겠냐"는 해석도 있다. 유종의 미를 거두는 시점을 1년 정도 뒤로 미뤘으면 현재 사격 대표선수와 사격협회 등에게 쏟아지는 국내외 찬사를 한화그룹도 온전히 받을 수 있어서다.
반면 한화그룹 측은 "지난 20년간 약 200억원 수준의 지원을 통해 사격계 발전에 기여해왔고, 더 나은 리더십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해 회장사에서 내려온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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