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엔저 속 엔화 빌려 금리 높은 타 국가 자산 투자
日은행 금리 인상·미 연준 금리인하가 청산 유발
한 달 새 ‘엔캐리 트레이드’ 11조원 증발
[마이데일리 = 신용승 기자] 검은 월요일 코스피가 –8.77% 폭락하며 역대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자금 유출을 아시아 증시 급락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엔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국가 자산에 투자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7일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7월 초 기준 헤지펀드를 포함한 투자자들이 엔화 약세에 베팅한 금액은 순자산 기준 140억달러(19조2700여억원)였다. 지난주에는 60억달러(8조2500여억원)로 절반 이상 감소해 한 달 새 80억달러(11조여원)가 청산됐다.
이는 일본은행(BOJ)이 7월 31일 단기금리를 0~0.1%에서 0.25%로 인상했고 국채 매입량을 점진적으로 절반까지 감축하는 ‘양적긴축’에 나섰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엔화 가치 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러한 상황 속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9월 금리인하를 시사했고 투자자들의 청산이 촉발됐다.
신윤정 교보증권 선임연구원은 “연초 이후 아시아 국가별 외국인 포트폴리오는 일본과 한국을 중심으로 확대 됐다”며 “외국인들이 2023년 밸류업 모멘텀에 힘입어 상승한 일본을 보고 저금리 엔화를 차입해 밸류업에 대한 의지를 보이는 한국 증시에 베팅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외국인의 투기성 자금이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급격하게 유출되며 한국 증시를 포함한 아시아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신 선임연구원은 “일본 정부의 궁극적인 목표가 엔화 가치 정상화에 있다고 볼 경우 하반기 아직 청산되지 않았던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향방이 글로벌 증시의 하방 압력을 다시 한 번 확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이 더 이상 엔화 강세를 용인하지 않을 여지가 크므로 엔화의 추가 강세는 일단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그는 “미국 경제의 침체 리스크가 크게 해소되기 이전까지 미 연준에 대한 공격적인 금리인하 기대감이 달러 약세와 엔화 강세로 이어질 위험은 잠재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종가 기준 2568.07을 기록해 검은 월요일 2441.55 대비 126.52(+5.18%)포인트 상승했다. 엔화는 오후 3시48분 기준 937.70으로 월요일 951.88 대비 1.48% 하락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신용승 기자 credit_v@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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