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구리 최병진 기자] 김기동 FC서울 감독이 린가드(31)와의 ‘신경전’이 필요했던 이유에 대해 밝혔다.
2024시즌 서울에는 두 명의 ‘빅네임’이 가세했다. 바로 김 감독과 린가드. 2019년 이후 파이널A에 진입하지 못하며 ‘암흑기’를 경험한 서울은 포항 스틸러스에서 K리그 명장 반열에 오른 김 감독을 영입했다. 이어 잉글랜드 국가대표 출신이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한 린가드까지 데려오며 이슈의 중심에 섰다.
서울은 25라운드까지 진행된 올시즌에 6위를 기록 중이다. 시즌 초에는 어려움을 겪었으나 점차 김 감독의 스타일이 녹아들면서 중위권에 진입했다. 곧 재개될 후반기부터 파이널A 안착과 더 높은 순위를 바라보고 있다.
린가드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초반에는 8개월의 공백 여파로 좀처럼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았다. 하지만 린가드는 점차 특유의 간결하면서 영리한 플레이를 회복했고 14경기 2골로 서울의 반등을 이끌었다. 현재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재활을 하고 있으나 후반기에도 공격의 핵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6일 서울의 클럽하우스인 경기도 구리의 GS챔피언스파크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김 감독은 린가드 영입 당시를 떠올렸다.
김 감독은 “영입이 된 순간 린가드랑 신경전을 어떻게 해서 내 편으로 만들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웃음). 팬들의 관심이 큰 상황에서 나도 린가드를 활용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초반에는 탐색전을 했다. 2차 동계훈련 장소인 가고시마에서부터 성향을 빨리 파악하려고 했다. 기지용 통역이 린가드의 성격이니 가족 관계, 웨스트햄이랑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있을 때는 어땠는지 등 여러 정보를 전해줬다. 그런 부분들을 인지하면서 접근했다. 쉬우면서 어려운 선수다(웃움)”라고 밝혔다.
실제로 신경전도 있었다. 김 감독은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3라운드에서 2-0으로 승리한 뒤 교체 출전한 린가드를 향해 “설렁설렁 뛰었다. 말은 청산유수인데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김 감독의 발언은 한국뿐 아니라 린가드의 모국인 영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김 감독은 “지금 생각해 보면 몸이 안 돼 있는 상태였다. 무릎도 아팠다. 공식 석상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걸 잘못 됐다고 할 수 있지만 나는 린가드의 데이터와 몸 상태를 이미 확인한 상황이었다. 린가드도 인정을 했다. 계속해서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신경전이 성공을 거둔 셈”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해당 인터뷰 이후 린가드와 대화를 나눴고 린가드도 김 감독의 의중을 이해하며 둘의 사이는 더욱 돈독해졌다.
김 감독은 선수 관리의 ‘달인’이다. 밀당(밀고 당기기) 고수로 유명하다. 이는 외국인 선수들을 상대로 더 빛이 난다. 피할 수 없는 갈등도 겪지만 그 과정을 통해 서로 신뢰를 쌓아간다. 포항 시절에도 호주 수비수 그랜트(톈진)와 잦은 다툼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랜트가 최고의 활약을 펼칠 수 있도록 이끌었다.
김 감독은 “지금 그랜트가 나를 엄청 그리워한다(웃음). 외국인 선수들이랑 싸우면서 잘 지낸다. 일류첸코하고도 많이 다퉜다. 결국 이러면서 정이 든다. 서로의 속마음을 이야기하면서 알아가기 때문에 더 그리워진다. 외국인 선수는 속으로 꿍 한 게 없다. 나도 그런 성격이다. 어떤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그 상황으로 끝이다. 그러면서 또 훈련에 집중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김 감독은 서울에 온 린가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김 감독은 린가드가 실제 ‘악동’ 이미지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감 감독은 “린가드는 스타병이 없다. 자기가 맨유에 있었다고 해서 어깨가 올라가거나 그런 모습이 전혀 없다. 항상 먼저 다가가서 후배들 밥을 사주면서 챙긴다. 조언도 많이 해준다. 권위 의식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항상 팀을 위해서 자기가 느낀 부분들을 선수들에게 이야기해 준다. 팔로세비치가 린가드가 자기와는 밥도 안 먹어줄 것 같다고 했는데 다른 선수들도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린가드가 먼저 다가오고 훈련이나 경기에서 열심히 뛰니까 선수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린가드가 이승준(19), 함선우(19) 등 어린 선수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대해 “자기가 그 나이 때 말썽을 많이 피웠나 보다(웃음). 어린 친구들을 더 챙겨야겠다고 느끼는 것 같다. 아마 맨유에서 어려웠던 시기가 생각나서 더 도움을 주지 않을까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흐뭇해했다.
린가드의 서울행이 확정된 순간, 의심도 가득했다. 린가드가 e스포츠를 좋아하고 개인의 사업을 위해 한국 시장을 택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하지만 린가드는 누구보다 K리그와 서울에 진심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 감독도 “린가드는 축구에 정말 진심이다. 물론 열심히 하는 상황에서도 가끔 훈련이나 경기 중에 잘 풀리지 않을 때 표정에서 티가 나는 게 있다. 그때마다 감정 컨트롤을 하라고 한다. 그런 모습이 나오면 동료한테 이야기를 하더라도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다. 그래서 린가드에게 주장을 시킨 뒤에도 말보다 행동이 먼저 나와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런 이야기를 해주면 또 집중을 해서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고 칭찬을 했다.
또한 한국 선수들이 린가드의 ‘몸관리’에 대해서는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자기 관리가 정말 좋다. 몸에 문제가 있거나 아픈 부위가 있으면 오전에 바로 치료를 받으러 온다. 또 보강 훈련을 하고 점심 먹고 들어와서 운동과 치료를 병행한다. 이런 모습을 보고 선수들이 몸 관리에 대해 배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감독은 린가드와 꾸준하게 소통을 한다. 기성용의 부상으로 린가드가 주장 완장을 단 뒤에는 대화가 더욱 잦아졌다. 훈련 일정이나 원정 경기 때 호텔 입실 날짜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 린가드도 “김 감독은 사람 관리의 달인”이라고 감탄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린가드가 이번에 이기면 며칠 쉴 건지, 또 휴가를 갔다가 돌아오면 항상 두 번 훈련을 하는데 한 번만 하면 어떠냐고 물어보기도 한다(웃음). 내가 ‘너무 풀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그런 거다. 영국 문화와 좀 다르다’라고 하면 린가드가 자기는 그런 걸 몰랐다고 하더라. 그렇게 웃으면서 또 대화를 한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영국에서 했던 훈련이나, 어떻게 선수들을 관리하고 경기 전 날 호텔에는 언제 가는지 등에 대해 궁금해서 계속 물어보고 이야기를 나눈다. 린가드가 나를 맨날 찾아온다. 내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아침에 감독실에 앉아 있으면 슬쩍 문 밖에서 쳐다본다. 내가 들어오라고 하면 함께 영상을 보고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며 남다른 관계를 설명했다.
서울은 린가드 영입으로 ‘관중 대박’을 경험하고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개막전에서 당시 기준 승강제 이후 최다 관중인 51,670명이 운집했다. 해당 기록은 울산 HD와의 11라운드에서 52,600명이 입장하며 K리그1 단일 경기 역대 최다 관중으로 경신됐다.
하지만 김 감독은 ‘린가드 효과’에 만족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초반에는 성적이 안 나왔기 때문에 ‘린가드 효과’가 맞다. 처음에 린가드를 영입한다고 했을 때 단장님한테도 K리그 흥행을 위해 무조건 데려와야 한다고 했다. K리그가 흥행이 돼야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우리가 스타트를 끊자고 했다. 그러나 이제는 린가드 효과라는 이야기보다는 ‘경기가 재미있어서 관중이 늘어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린가드가 아닌 서울의 축구를 목표로 밝혔다.
구리 = 최병진 기자 cbj0929@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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