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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플렉센 정도는 되지 않을까"
두산 베어스 조던 발라조빅은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 팀 간 시즌 12차전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동안 투구수 104구, 4피안타 3볼넷 8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역투하며 시즌 2승(1패)째를 손에 넣었다.
발라조빅은 지난달 4일 두산이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와 동행에 마침표를 찍고, 총액 25만 달러(약 3억 4000만원)을 투자해 영입한 회심의 일격. 최고 156km를 뿌리는 파이어볼러로 오직 '선발'이라는 기회만 바라보고 KBO리그행을 택했다. 그리고 지난달 14일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데뷔전에서 4⅔이닝 동안 6개의 삼진을 솎아내는 등 1실점(1자책)으로 인상적인 투구를 펼쳤다.
미국에서 투구수를 늘려왔다곤 하지만, 빌드업이 완벽하지 않았던 만큼 두 번째 투구는 조금 아쉬웠다. 우천으로 인해 정식경기 성립되지 않았으나, 14일 LG 트윈스전에서 2이닝 6실점(6자책)으로 부진했다. 그리고 26일 SSG 랜더스를 상대로 6이닝을 소화하며 11개의 삼진을 뽑아냈으나, 4실점(4자책)을 기록하면서 시즌 첫 승을 수확하기도 전에 패전의 멍에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상 세 번째 등판부터 발라조빅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발라조빅은 지난 1일 '선두'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6⅔이닝 동안 4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KBO리그 무대를 밟은 후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그리고 좋은 흐름이 7일 경기까지 이어졌다. 발라조빅은 1회 경기 시작부터 홍창기에게 볼넷, 신민재에게 안타를 맞는 등 포수 김기연의 포일로 인해 무사 2, 3루의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발라조빅은 흔들리지 않았다.
발라조빅은 오스틴 딘을 상대로 6구 승부 끝에 삼진을 뽑아내며 한숨을 돌렸고, 후속타자 문보경의 아웃카운트와 한 점을 맞바꿨다. 그리고 오지환을 삼진으로 묶어내며 대량 실점 위기를 최소 실점으로 극복했다. 안정을 찾은 발라조빅은 2회 김현수를 151km 직구, 박동원을 138km 슬라이더, 박해민에게는 133km 커브를 위닝샷으로 던져 'KKK' 이닝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3회 또한 이렇다 할 위기 없이 LG 타선을 묶어내며 순항했다.
타선의 든든한 지원 속에서 4회 발라조빅은 오스틴-문보경-오지환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을 완벽하게 요리했고, 5회에도 김현수-박동원-박해민을 모두 묶어내며 승리 요건을 갖췄다. 이날 발라조빅의 투구에서 가장 아쉬운 장면은 6회였다. 발라조빅은 퀄리티스타트를 위해 6회에도 여유 있는 투구수를 바탕으로 모습을 드러냈는데, 선두타자 구본혁에게 볼넷을 내주며 힘겨운 스타트를 끊었다.
구본혁에게 볼넷을 내준 발라조빅은 신민재에게 중견수 방면에 안타를 맞았으나, 빠르게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쌓았다. 그런데 2사 1, 2루에서 문보경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하면서 분위기가 묘해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발라조빅은 후속타자 오지환을 상대로 밀어내기 볼넷을 내준 이후 퀄리티스타트를 손에 넣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발라조빅 입장에선 충분히 아쉬운 장면이지만, 두산의 선택은 적중했고, 8-4로 승리하면서 주중 3연전의 위닝시리즈를 확보했다.
이승엽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발라조빅이 경기를 치를수록 선발 투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홈에서 첫 승리를 거둔만큼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발라조빅 또한 마운드를 내려가는 순간에는 아쉬움을 표했지만, 승리 이후에는 활짝 웃었다. 그는 "홈에서 팬들의 열정을 느끼며 승리할 수 있어 기쁘다. 지난 7월 LG를 상대로 잘 하지 못했는데 이번엔 좋은 경기력을 펼친 것 같아 더 의미가 있다"고 기쁜 소감을 밝혔다.
발라조빅이 KBO리그 무대를 밟을 때 가장 걱정되던 요소는 단연 선발로서의 경험과 투구수였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의 빌드업이 끝났다. '안방마님' 양의지도 5~60구에서 힘이 떨어지던 것이 80구까지 늘었다고 설명했다. 발라조빅은 "쭉 선발 투수를 해오다가 작년 중반부터 올해까지 불펜투수를 했기 때문에 선발로 전환하는데 있어 큰 문제는 없었다. 제일 우려됐던 부분이 체력이었는데 보다시피 지금 100개 이상 던질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발라조빅은 "1회 초에 마운드 높이 때문에 공이 계속 높게 갔다. 그걸 조정하느라 1회 제구가 조금 흔들렸다. 다행히 1회가 끝나고 빠르게 수정해서 곧바로 제구가 잡히면서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6회엔 볼넷을 주고 흔들리면서 내 최고 장점인 직구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다. 좀 더 내 공을 믿고 던졌어야 했는데 공격적으로 들어가지 않다 보니 투구수가 늘어나서 아쉬웠다. 다음 경기는 꼭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직까진 '압도적'인 퍼포먼스까지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양의지는 발라조빅에게서 크리스 플렉센을 봤다. 플렉센은 2020년 두산에서 21경기에 등판해 8승 4패 평균자책점 3.01로 활약, 포스트시즌에서 엄청난 임팩트를 남긴 뒤 메이저리그로 돌아갔다. 그리고 복귀 첫 시즌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14승을 수확하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는 등 아직까지 빅리그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있다.
양의지는 "니퍼트와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처음에 왔을 때 '저런 투수를 어떻게 데려왔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리고 발전 가능성이 크다. 플렉센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앞으로의 활약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발라조빅이 2020년 플렉센이 선보였던 임팩트를 재연할 수 있을까.
잠실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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