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독하다" 세계랭킹 24위가 금메달, 어떻게 기적 만들었나 [MD파리]

금메달을 깨물어보는 태권도 김유진./게티이미지코리아

손효봉 코치가 금메달을 획득한 김유진과 포옹하고 있다./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 = 파리(프랑스) 심혜진 기자] 그냥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게 아니다. '독종' 김유진(24·울산광역시체육회)이 세계 최고 자리에 올랐다.

김유진은 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57㎏급 나히드 키야니찬데(이란)와 결승전에서 9-0으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2008 베이징 올림픽 임수정 이후 16년 만에 금메달을 따냈다.

랭킹 20위 중반대이고, 아시아 대륙별 선발전까지 거친 터라 김유진을 메달 후보로 꼽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야말로 대이변이었다.

김유진은 16강에서 5위 하티제 일귄(튀르키예), 8강에서는 4위 스카일러 박(캐나다)을 격파했다. 이어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랭킹 1위 뤄중스마저 제압했다.

그리고 결승에서 랭킹 2위로 지난해 바쿠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키야니찬데까지 격파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손효봉 코치./파리=심혜진 기자

김유진의 키는 183㎝, 체중은 57㎏이다. 한눈에 봐도 마른 체형임을 알 수 있을 정도다. 이는 혹독한 체중 관리의 결과다.

체중 감량을 위해 하루 한 끼를 먹으며 독하게 훈련했다. 김유진은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정말 매일 지옥길로 가는 기분이 느낄 만큼 내 자신을 혹독하게 몰아붙였다"며 "그 시간을 믿었기에 금메달을 딸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김유진에 따르면 보통 훈련을 할 때 2시간 동안 2만번 정도 발차기를 하는데 많을 땐 이런 훈련을 하루에 세 번 소화했다고 한다.

또 약점을 지우고자 노력했다. 신장이 크기 때문에 순발력에서는 뒤진다. 그래서 김유진은 올림픽을 앞두고 순발력은 물론 체력도 키우고자 유산소 훈련에 매진했다. 이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

김유진을 지도하는 손효봉 코치는 "내가 10㎏가 빠지고 피부가 까매질 정도로 체력 훈련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유진은 "체력이 생기다보니 상대가 먼저 힘들어하더라. 그래서 더 힘이 났다"고 밝혔다.

세계선수권 출전이 한 번 밖에 되지 않는다. 무릎 부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손 코치는 "무릎 인대를 다쳐서 국제대회에 많이 뛰지 못했다. 그래서 랭킹이 낮은 것이다. 재활을 1년 넘게 했다"고 전했다.

국제대회 경험은 적지만 상대 선수들이 김유진에 대한 전력 분석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 금메달을 따는 데 있어서 호재를 작용했다.

손 코치는 "유진이가 랭킹이 낮았지만 5위, 1위를 꺾는 것이 우리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다른 선수들도 잘 하는 선수들이지만 유진이가 이긴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실력과 기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믿고 있었다"고 말했다.

강인한 승부근성도 빼놓을 수 없다. 벅찬 훈련량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소화하는 '독종'으로 손꼽힌다. 특히 훈련 때 김유진보다 키가 큰 파트너를 섭외했다. 손 코치는 "유진이 파트너는 일부러 장신들만 뽑았다. 안되니깐 막 울고 불고 난리가 났었다. 시상대 위에서 웃으려면 해야 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손 코치는 "김유진의 인생 자체가 운동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때 1등도 다 했다. 유럽 전지훈련 때 저녁에 현지에 도착했는데, 시차가 있는데도 운동하겠다고 나오더라. 정말 독하다"고 소개하면서 "(대회 전) 기사 아래에 작게 자신이 나와있는 것을 보더니 자존심 상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한번 일 내보자. 너 고생할만큼 했으니깐 일 낼 수 있다. 네 자신만 믿어라'했더니 잘 된 것 같아 기쁘다"고 활짝 웃어보였다.

태권도 김유진이 57kg급 금메달을 딴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게티이미지코리아

파리(프랑스)=심혜진 기자 cherub032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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