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네 번째 타자다.”
KIA 타이거즈 나성범은 올 시즌 타격감이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한다. 큰 틀에선 시즌 초반의 극심한 부진에선 완전히 벗어났다. 그러나 나성범 특유의 리그를 씹어먹는 듯한 파괴력은 확실히 아니다. 선수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시즌도 있다.
그런 나성범은 7일 광주 KT 위즈전부터 결국 4번 타자를 맡았다. 이범호 감독이 시즌에 들어가기 전에 구상한, 그 4번타자다. 4월 한달간 햄스트링 부상으로 없었고, 돌아오니 타격감이 너무 안 좋았다. 기존 4번타자 최형우는 너무 잘 쳤다. 나성범으로선 타순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그런데 최형우가 6일 경기 막판 옆구리 통증으로 빠졌고, 7일부터 내복사근 손상으로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최형우의 결장기간은 알려진 게 없다. 팀 동료 임기영이 시즌 초반 내복사근 부상으로 빠졌을 때, 2개월간 공백기를 가졌다.
다시 말해 나성범의 4번타순에 들어가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KIA가 고무적인 건, 나성범이 팀 사정을 잘 이해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헌신하려고 하는 자세다. 나성범은 9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서 4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9회말 동점 1타점 중전적시타가 결정적이었다.
나성범은 “연장 12회까지 가서 KT에 진 게 아쉬웠다. 마음가짐부터 다르게 먹었다. 평소와 똑같이 경기를 준비했고, 하던 것만 잘 하자는 얘기를 선수들끼리 했다. 동점타를 쳤는데, 주자 1,2루라서 2,3루를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편안한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갔다”라고 했다.
나성범은 현재 상황에 맞게 야구를 할 줄 아는 힘이 있다. “너무 긴장하면 내 스윙이 안 나온다. 매 경기 최상의 컨디션만 만들려고 한다. 감독님도 많이 배려를 해준다. 4번 타자에 대한 부담도 없다. 어느 타순이든 내 역할만 하면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성범은 “4번타자가 아닌 네 번째 타자다. 뒤에 소크라테스도 있고, 앞에서 (김)도영이가 잘 친다. 편안하게, 부담감보다 편안하게 내려놓고 치려고 한다. 안 좋은 기억은 잊으려고 하고, 좋은 기억만 되새기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좋아지지 않을까. 그냥 팀에 보탬이 되려고 한다”라고 했다.
나성범의 말대로 나성범을 감싸는 김도영과 소크라테스의 타격감이 괜찮다. 이범호 감독은 리드오프로 쓰던 소크라테스를, 최형우가 빠지자 다시 중심타선에 갖다 놓고 쓰기 시작했다. 소크라테스는 타순 변동이 있어도 계속 좋은 흐름을 이어간다. 김도영은 30-30만 하지 못했을 뿐, 언제나 MVP 모드다.
이런 측면으로 생각해보면, 나성범으로선 최형우가 없다고 해서 과도한 부담을 가질 필요는 전혀 없다. 최형우가 빠졌지만 이우성도 돌아왔다. 변우혁도 하위타선에서 좋은 감각을 이어간다. 나성범은 혼자 하는 야구가 아닌, 같이 하는 야구를 얘기한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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