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1000만원 벌금을 걸었는데도 불구하고…”
9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 KIA는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7-8로 뒤진 경기를 9-8로 뒤집고 2연패를 끊었다. 8-8 동점이던 1사 1,3루서 서건창의 바가지 끝내기안타로 오승환이 무너진 장면이 하이라이트였다.
그러나 그에 앞서 임팩트 있는 장면이 또 있었다. 무사 1루서 김도영의 플레이다. 김도영은 오승환을 상대로 볼카운트 2B1S서 4구 바깥쪽 커브를 쳐서 3유간으로 보냈다. 빗맞은 타구였고, 깊숙한 코스였다. 발 빠른 김도영이 1루에서 세이프 될 가능성이 커 보였다.
그런데 김도영이 순간적으로 1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다. 결과는 세이프. 이 장면을 본 KIA 사람들은 아찔했다. 김도영이 2023년 11월19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일본과의 결승, 연장서 내야 땅볼을 치고 1루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좌측 중수지절관절 내측 측부인대 파열 및 견열골절 진단을 받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김도영은 이 부상으로 지난 2월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에서 타격훈련을 전혀 소화하지 못하다 마지막 턴에 티 배팅만 조금 소화했다. 구단 내부적으로 3월23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정규시즌 개막전 출전은 무리라고 봤다. 젊은 김도영이 기적과도 같은 재활로 개막전부터 나섰지만, KIA로선 가슴 철렁한 사건이었다.
이후 김도영은 절대로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하지 않겠다고 이범호 감독과 약속했다. 실제 그동안 1루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개막 4개월만의 첫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이 9일 경기서 나온 것이었다.
이범호 감독은 10일 광주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금지 조치를 했는데도, 1000만원 벌금을 걸었는데 불구하고…거기서 슬라이딩을 하는 건 경기에 몰입도가 상당한 것인지, 그 부상을 한번 당했음에도 중요한 포인트에서 살고자 하는 의욕이 얼마나 강했는지. 여러 사람과 코칭스태프가 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라고 했다.
김도영은 이범호 감독에게 “정말 많이 참았습니다”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웃더니 “슬라이딩을 할 때 손을 엄청 들더라”고 했다. 실제 김도영은 몸이 1루에 닿는 순간 왼팔을 공중으로 번쩍 들었다. 작년 11월의 사고를 기억한 것이었다. 나름 요령을 갖고 시도한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이었다.
이범호 감독은 “슬라이딩보다 발이 빠르다.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본인도 모르게 슬라이딩을 하다 그랬던 것 같은데, 그냥 뛰어도 세이프 타이밍이었다. 팀 분위기를 살리려고 그랬던 것 같다. 집중력 있는 플레이를 해주니 팀이 잘 가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나 절대 안 된다는 게 이범호 감독의 애기다. 슬라이딩보다 발이 빠른 건 상식이다.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은 부상 위험이 상당하다. 이범호 감독은 “가장 중요한 건 부상방지다. 몸 관리를 신경 써야 한다. 눈 앞의 경기도 중요하지만 부상 방지도 중요하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김도영은 벌금 1000만원을 진짜로 선수단에 내야 할까. 이범호 감독에 따르면 김도영은 이후 선수단 이곳저곳을 돌거나 메시지를 보내며 읍소 아닌(?) 읍소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범호 감독은 웃으며 “자꾸 좋은 멘트를 보내는 것 같다. 자신의 1000만원보다 경기가 중요했다며”라고 했다.
이범호 감독은 내심 ‘봐주자’는 생각이다. 실제 김도영이 1000만원을 내는 일은 없을 듯하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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