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7위는 중요하지 않다"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는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12차전 원정 맞대결에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 5타점 1득점 1볼넷으로 펄펄 날아올랐다.
최근 타격감이 뜨겁던 전준우의 방망이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불타올랐다. 전준우는 1회초 2사 만루의 찬스에서 두산 '에이스' 조던 발라조빅을 상대로 2B-1S에서 4구째 142km 포크볼을 받아쳐 두 명의 주자를 불러들이며 경기를 시작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전준우는 3-1로 앞선 3회초 1사 3루의 득점권 찬스에서 다시 한번 발라조빅과 격돌했고, 이번엔 149km 직구를 받아쳐 자신의 아웃카운트와 한 점을 맞바꾸며 만점 활약을 펼쳤다.
좋은 흐름은 이어졌다. 전준우는 4회초 나승엽의 안타로 마련된 무사 2루 찬스에서 두산의 바뀐 투수 정철원을 상대로 2B-2S에서 6구째 147km를 우익수 방면에 안타로 만들어내며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고, 7-1로 크게 앞선 6회초 2사 2루에서는 두산의 권휘에게 우익수 키를 넘어가는 1타점 2루타를 폭발시키며 3안타 4타점 경기를 완성했다.
전준우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존재감을 숨기지 않았다. 8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볼넷을 얻어낸 뒤 박승욱의 적시타에 홈을 밟으며 첫 득점을 만들어냈고, 11-2로 승기를 잡은 9회초 2사 2루에서 승기에 쐐기를 박는 1타점 2루타까지 터뜨리며 4안타 5타점 1득점 1볼넷 '원맨쇼' 경기를 펼쳤다. 전준우의 활약에 롯데는 3연승을 질주했고, 지난 6월 28일 사직 한화 이글스전 이후 47일 만에 단독 7위 자리를 되찾았다.
승리의 기쁨이 가득한 날 전준우는 먼저 팀에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시즌 초반 빅터 레이예스와 함께 롯데 공격을 주도했던 타격감이 부상에서 돌아온 뒤 바닥을 찍었던 까닭이다. 특히 득점권 찬스는 물론,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의 성적이 너무나도 좋지 않았다. 부상에서 돌아온 뒤 지난달까지 주자가 있을 때 타율은 0.220, 득점권에서는 0.182를 기록하는데 머물렀다. 주자가 없을 때(0.262)에 비해 성적의 아쉬움이 컸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전준우는 '회춘'이라는 말에 "회춘은 아니다. 강민호가 하는 걸 보니 조금 모자라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이내 "8월 MVP를 받으면 좋지만, 조금 많이 처져 있었다. 다치고 와서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팀에 미안한 감정이 있었다. 그런데 8월이 시작되면서 조금씩 컨디션도 좋아지고, 타이밍도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주자가 있을 때 전준우에게서 흐름이 끊기는 상황들이 자주 발생하면서, 김태형 감독은 전준우의 타순을 자주 바꿔 보기도 했다. 당연히 전준우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는 "당연히 주자가 있을 때 못 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나 어차피 (타격감이) 올라올 것이라 생각을 했었다. 더 많은 집중을 한다고 해서 좋아지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배팅 컨디션이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올라올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전준우는 최근 10경기에서 18안타 15타점 타율 0.439로 폭주하고 있다. 표본이 많진 않지만, 8월 득점권 타율 0.526, 주자가 있을 때도 0.615를 기록하고 있다. 부진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큰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타격감을 되찾기 위해 끝없이 방망이를 휘두른 결과다. 전성기 때의 체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준우는 팀에 보탬이 되기 위해 쉬지 않았다.
"1년 시즌을 하다 보면 안 좋을 때는 정말 안 좋고, 좋을 때는 너무 좋다. 그러다 보니 '이 시기만 잘 넘어가자'는 생각으로 준비를 많이 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그동안 영감을 받기 위해 운동을 많이 했다. 그냥 생각 없이 연습만 계속했다. 타격감이 좋지 않을 때 혼자 개인 운동을 많이 하면서 자신감을 찾는 편이다. 그리고 많이 쳤던 것을 바탕으로 체력이 돌아오면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부활의 비결을 밝혔다.
롯데는 14일 경기 승리로 단독 7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7위'라는 단어에 전준우는 단호하게 답했다. 그는 "7위는 중요하지 않다. 아직까지 5위와 격차가 있다. 5등만 바라보며 가고 있다. 7위를 했다고 하면 또 거기에 만족할 수가 있기 때문에 목표를 잡은 곳을 보고 가려고 집중하고 있다"며 최근 선수단을 향해 '20연승을 해보자'고 메시지를 전했던 것에 대해 이야기하자 "솔직히 20연승은 어렵다. 하지만 좋은 말을 하면 사람들 머릿속에 각인이 돼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터무니없지만, '오늘 무조건 이겨야 된다'라는 생각을 선수단 머릿속에 각인시키고 싶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비록 7위에 머물러 있지만, 롯데는 올해 세대교체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야수 쪽에서 '캡틴' 전준우를 시작으로 정훈 등이 중심을 잡으면서, 황성빈과 윤동희, 손성빈, 나승엽, 고승민 등 유망주들이 꽃을 피워나가는 중. 전준우는 캡틴으로서 최고참으로서 계속해서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어린 후배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점을 제대로 활용 중이다. 그는 "주입식 교육"이라고 웃으며 "놓는 순간 한없이 떨어진다. 특히 젊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자칫 퍼질 수 있다. 그렇지 않게 하는 것이 내 역할이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롯데는 최근 몇 년 동안 후반기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키우다가 주저앉는 흐름이 반복됐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는 게 캡틴의 설명이다. 전준우는 "올해는 다른 해와 다른 것 같다. 올해는 다르다. 후배들이 젊어서 체력이 좋다. 지금부터 달리면 된다"며 "나는 지명타자라서 체력도 괜찮다. 오로지 팀이 이기는 것만 신경 쓰겠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과연 전준우의 말대로 롯데의 대반격이 시작될까. 일단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잠실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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