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내 거주 외국인 근로자 92만명 시대
현행 고용허가제 비자만 안전교육 의무
아리셀 사망자 고용허가제 비자 외 다수
제조·건설·조선업 안전퀴즈대회 열려
[마이데일리 = 신용승 기자] “92만 외국인 근로자 ‘안전 사각지대’ 해소합니다.”
정부가 경기 화성 아리셀 화재와 같은 참사를 사전 예방하기 위해 모든 외국인 근로자 대상 안전교육 의무화에 나선다.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기존 고용허가제 비자에서만 이뤄졌던 국가 주도 교육을 타 비자로 확대, 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할 방침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오는 18일 경남지역본부를 시작으로 제조업·건설업·조선업 지역별 업종에 특화된 외국인 근로자 안전퀴즈대회를 3회에 걸쳐 진행, 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적극 동참한다.
지난 13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중앙사고수습본부장)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 중앙사고수습본부’ 3차 회의를 열고 ‘외국인 근로자 및 소규모 사업장 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대다수 발생하고 외국인 근로자들이 주로 근무하는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 관리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 고용허가제(E-9, H-2) 비자 외 F 계열 안전교육 의무화
먼저 정부는 모든 외국인 근로자 대상 기초 안전보건교육을 의무화해 안전교육 사각지대를 해소할 예정이다.
법무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에 상주 중인 15세 이상 외국인은 143만명이다. 이 중 취업자는 92만3000여명으로 이들은 주로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78.9%)에 종사하고 있다. 소규모 사업장은 상대적으로 인력과 예산 등이 부족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모든 외국인 근로자가 취업 전 또는 취업 시 고용허가제와 같이 최소 한 번 이상 전문적인 기초 안전보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고용허가제란 정부가 내국인을 고용하지 못해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사업장에 합법적으로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기 위해 지난 2004년 8월 도입한 제도다.
현재 고용허가제 비자인 E-9(비전문취업), H-2(방문취업) 소지자는 국가 주도로 입국 전·후에 의무적으로 산업안전교육을 실시한다. 반면 F-4(재외동포) 등 타 비자로 취업한 외국인은 취업 시에만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교육을 진행하면 된다.
문제는 외국인 고용 사업장이 주로 영세해 사업주의 안전 의식 미흡 및 여력 부족 등으로 내실 있는 맞춤형 교육이 어렵다는 점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화성 아리셀에서 사망한 외국인 근로자 18명 비자는 F-4(재외동포) 11명, H-2(방문취업) 4명, F6(결혼이민) 2명, F5(영주권) 1명 등이다. F 계열이 가장 많았고 고용허가제 비자인 E-9(비전문취업)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향후 취업자가 가장 많은 F 계열은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에 기초 안전보건교육 과정이 신설된다. 재외동포청 ‘국내동포 정착 지원 안내서’의 경우 기초적인 안전정보 및 산재보상 안내 등을 수록할 계획이다.
고용허가제 비자인 E-9, H-2는 기존 산업안전교육이 강화된다. 입국 전 송출국에서 진행 중인 산업안전교육 시간은 1시간에서 3시간으로 확대한다. 입국 후 산업안전교육시간(3~5시간)은 최소 5시간으로 의무화된다. 또 교육기관에서 표준화된 과정을 운영하도록 커리큘럼과 교재를 개발 및 보급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고용허가제 이외의 모든 외국인 근로자들이 작업장 배치 전에 전문 교육기관을 통한 기초 안전보건교육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제도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작업을 조속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안전보건공단, 찾아가는 교육·외국인 근로자용 교육자료 보급
정부는 안전보건공단 등 교육기관이 지역 산업단지에 직접 찾아가 교육을 제공하도록 한다. 공공 3개소와 민간 200여개소의 교육장을 활용한 체험 교육도 확대하며 외국인 근로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모국어 번역과 그림 자료도 배포할 계획이다. 오는 11월부터는 스마트폰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외국인 근로자 전용 앱도 개발 및 보급할 예정이다.
앞서 안전보건공단은 지난 6월 산재 다발 작업에 대한 외국인 근로자용 안전보건 교육자료를 보급한 바 있다. 공단은 산업현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용접작업 화재, 밀폐공간 질식 등 재해예방 교육 동영상을 인력 16개국 언어로 번역해서 배포했다. 16개국은 네팔, 동티모르, 라오스, 몽골, 미얀마, 방글라데시, 베트남,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중국, 캄보디아, 키르기스스탄, 태국, 파키스탄, 필리핀(영어) 등이다.
또 공단은 조선업의 외국인 근로자 인력 증가와 재해 증가세를 반영해 주요 작업별 안전 작업방법을 담은 ‘조선업 안전작업 OPS(One page Sheet)’ 외국인 안전보건 교육자료 9종을 제작해 함께 제공했다. 조선업 안전작업 OPS는 조선업 외국인 근로자가 현장에서 쉽게 활용하도록 주제나 요점 위주로 구성한 교육 자료다. 한글자료는 공단에서 개발하고 외국어 번역은 조선해양플랜트협회·산업인력공단에서 협업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외국어 안전교육 전문강사 양성을 위해 ‘안전보건 통역사’ 자격 제도를 도입한다. 장기 근속 외국인 근로자는 사내나 지역의 ‘외국인 안전리더’로 지정해 다른 외국인 근로자에게 안전교육이나 작업 노하우 등을 전수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 안전보건공단, 외국인 근로자 대상 ‘안전퀴즈대회’ 개최
안전보건공단은 오는 18일부터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현장에서 알아야 하는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익히고 안전의식 고취를 목적으로 산업안전 퀴즈대회를 릴레이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국내 최초의 제조업·건설업·조선업 등 지역별 업종에 특화된 외국인 안전 퀴즈대회이다. 공단은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종사하는 지역이며 산재예방 필요성이 높은 곳을 선정했다. 이에 따라 공단 경남지역본부(8월 18일, 마산 실내체육관), 경기지역본부(8월 28일, 용인시 실내체육관), 부산광역본부(9월 5일, 삼성중공업 실내체육관)에서 퀴즈대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각 대회에는 관내 외국인 근로자 약 200명이 참석한다.
퀴즈대회는 산업안전보건 관련 기본적인 지식을 묻고 참가자(개인/팀)가 문제의 답(O/X, 객관식)을 적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공단은 문제에 따라 참석 예정 근로자의 언어로 번역된 문제를 제공하거나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혹은 지역대학과 협업, 통역을 제공하는 등 외국인 근로자의 이해를 도울 방침이다.
안종주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퀴즈대회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산업안전보건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언어 미숙, 문화차이로 인한 산재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다”며 “다양한 국가의 외국인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안전문화 확산과 안전일터 조성에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용승 기자 credit_v@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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