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세리머니보다 중요했던 궤적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잠실에 '나스타'가 떴다.
나성범의 역전 홈런에는 최원준이 있었고 이범호 감독과 동료들을 기다리게도 만들었다. 9회 KIA 더그아웃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KIA 타이거즈는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영화 같은 대역전승을 이뤄냈다. 승리의 주역은 KIA 캡틴 나성범이었다.
0-2 패색이 짙던 KIA의 9회 마지막 공격이 시작됐다. LG는 시즌 21세이브 마무리 투수 유영찬을 마운드에 올렸고 승리를 확정 지으려 했다. 하지만 선두타자 최원준이 연속 파울 4개를 치며 끈질기게 승부하며 볼넷을 얻어냈다. 그리고 최연소 30-30을 달성한 김도영이 추격의 1타점 2루타를 치며 KIA 대역전 드라마의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후속타자 소크라테스가 2루 땅볼로 물러나며 상승세가 꺾이는 듯했다.
그렇지만 KIA에는 '나스타' 나성범이 있었다. 유영찬의 포심 패스트볼에 타이밍이 늦었던 나성범은 바로 교정에 들어갔고 몸쪽 낮은 시속 149.7km 포심 패스트볼을 통타, 우익수 뒤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15M 역전 투런포로 승부를 뒤집었다. 잠실벌을 뜨겁게 달군 나성범의 투런포에는 비밀이 있었다. 바로 최원준의 조언이었다.
최원준은 9회초 선두타자 볼넷으로 출루한 뒤 김도영의 1타점 2루타 때 빠른 발로 홈을 밟았다. 그리고 대기 타석에 있던 나성범과 하이파이브를 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려 했다. 더그아웃에서는 이범호 감독과 동료들이 그를 축하하기 위해 팔을 내민 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최원준이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나성범이 최원준을 놓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성범은 오랜 시간 최원준과 이야기하며 질문했다. 두 선수의 제스처로 봤을 때 유영찬 투구 궤적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렇게 나성범은 최원준에게 유영찬 공에 대한 정보를 얻었고 타석에서 제대로 적용했다.
한편, 나성범은 올 시즌 부상으로 개막 한 달이 지난 뒤에야 합류했다. 그런데 좀처럼 페이스가 오르지 않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타율 0.279 87안타 16홈런 67타점 39득점 출루율 0.345 장타율 0.490 OPS 0.835 wRC+ 110.4로 나쁘지 않은 성적 같지만, 나성범 이름값에는 어울리지 않는 기록이다. 하지만 8월 들어 반등의 기미를 보여주고 있다.
2017년 통합 우승 이후 7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KIA는 나성범의 반등이 반갑다. '나스타' 나성범의 홈런으로 대역전승을 거두며 좋은 기운을 탄 KIA는 점점 우승을 향해 다가서고 있다. 이날 승리로 KIA는 정규시즌 1위를 향한 9부 능선을 넘었다.
[대기 타석에 있던 나성범이 홈을 밟은 최원준에게 유영찬 투구 궤적을 묻고 있다.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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