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그림을 닮은 와인 이야기 |저자: 정희태 |동양북스
책 만드는 사람들은 출판업계를 ‘홍대 바닥’이라고도 말합니다. 이곳에 많은 출판사가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문화 예술의 거리로 불리우던 홍대의 옛 정취도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의미 있는 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홍대 바닥에서 활동 중인 다섯 명의 출판인이 돌아가며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합니다.
[북에디터 이미연] “일석이조(一石二鳥), 일거양득(一擧兩得),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이처럼 한 번에 두 가지 이익을 얻는다는 말이 많다. 하물며 고스톱판에서도 일타이피(한 번 칠 때 피를 2장 가져감)를 외친다. 일은 한 가지 하면서 이익은 배로 받고 싶은 마음은 욕심일까? 독서에도 가끔 이런 욕심을 부린다.
그림과 와인은 나에게 미지의 영역이다. 미술관보다 영화관을, 와인보다 맥주를 가까이한 탓이다. 관심조차 없다면 무지로 내버려 둘 텐데 가끔 호기심이 올라온다. 그렇다고 둘을 각각 찾아보기엔 버거워 이 책, <그림을 닮은 와인 이야기>를 꺼냈다. 일석이조를 노린 셈!
저자 정희태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문화 해설사다. 요리를 전공해 와인을 공부하다 프랑스로 건너가 미술도 공부하게 되었다고 한다. 와인을 마시며 그림을 떠올리고, 그림을 보며 와인을 떠올릴 수 있는 건 양쪽 모두를 공부한 이력 덕분이다.
저자는 그러한 지식과 경험을 혼자 누리지 않고 독자와 함께 나눈다. 책에서 3개 장, 36개 키워드로 서로 닮은 작품과 와인을 소개한다. 그림뿐 아니라 조각, 건축물 등 여러 작품이 등장하고, 미술과 와인 중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미술과 와인 상식을 키워드별로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일례로 키워드 ‘근원’에서 와인 맛을 결정하는 포도 품종과 그림 스타일을 만드는 물감 종류를 설명한다. ‘유래’와 ‘발전’에서는 작품에 등장하는 와인 병과 잔을 재료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변화’에서 라벨에 피카소 그림이 들어간 샤토 무통 로칠드 와인, 키워드 ‘한국’에서 방혜자 화백 작품이 담긴 브루노 파이야르 샴페인 이야기도 인상 깊다.
옆에서 말해주는 듯한 서술은 문화 해설사로 오래 활동한 저자의 장점이다. 모네 ‘수련’ 연작과 샹볼 뮈지니 와인을 설명한 키워드 ‘평온’에서는 프랑스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샹볼 뮈지니 와인은 감미롭고 우아하며 작은 샘이 있는 숲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이는 모네가 그린 수련과 참 많이 닮아있죠. 프랑스를 여행한다면 오르세 미술관과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모네의 그림들을 감상한 후 지베르니에 위치한 모네의 정원에서 샹볼 뮈지니 한잔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277쪽)
한 번에 둘을 얻고자 했으나 셋 이상은 얻었다. 어떤 작품과 와인이 짝을 이루었는지, 왜 이렇게 묶였는지 저자의 안목을 들여다보는 재미까지 더했으니.
와인과 미술을 함께 입문하고 싶은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400쪽이 넘는 분량이 부담스럽다면 목차에서 마음에 드는 키워드를 골라 읽거나, 찾아보기에서 와인 이름으로 작가와 작품 이름으로 찾아 읽는 방법도 있다. 와인 테이스팅 하듯 이 책으로 와인과 미술을 맛보기부터 해보자. 와인과 미술을 한 번에 맛보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
|북에디터 이미연. 출판업계를 뜰 거라고 해 놓고 책방까지 열었다. 수원에 있지만 홍대로 자주 소환된다. 읽고 쓰는 일을 사랑한다.
북에디터 이미연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