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심혜진 기자] 김수지(37)가 새롭게 흥국생명의 주장을 맡은 가운데 V리그 데뷔 20번째 시즌을 맞는다.
김수지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정대영(43), 한송이(40)가 은퇴하면서 미들 블로커 중에서 V리그 여자부 최고참 선수가 됐다.
흥국생명의 전지훈련이 열리고 있는 중국 상하이에서 만난 김수지는 "고교 졸업할 때만 해도 제가 프로에서 20년을 뛸 거라곤 생각을 못했다. 제가 데뷔할 때만 해도 진짜 오래 하는 선배 언니들이 30대 초반 정도였고, 주로 20대 중후반에 은퇴를 하곤 했다"고 말했다.
김수지가 이렇게 오래 현역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의학이나 트레이닝 기술의 발전도 있지만, 부상을 잘 당하지 않고 자기 관리가 철저한 덕분이기도 하다.
김수지는 데뷔 시즌인 2005~2006시즌의 18경기를 빼면 매시즌 20경기 이상 뛰었다. 2011~2012시즌 이후엔 2016~2017(29경기), 2019~2020(25경기)를 빼면 30경기 이상을 뛴, 그야말로 ‘철강왕’이다.
이에 대해 김수지는 "제가 키에 비해 좀 유연한 편이라 큰 부상을 잘 당하지 않는다. 제가 배구 외에는 과한 다른 활동을 하지 않는다. 배구할 땐 배구만 해야 되는 몸이라 그래서 그런지 관리가 잘 되는 듯 하다. 주로 비시즌에 쉴 때는 친구들을 만나서 앉아있거나 혼자 있을 땐 누워 있곤 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체중 변화도 관리하는 편이다. 먹으면 찌는 편이라 관리를 해야 한다. 막 식단으로 조절하고 이 정도는 아닌데, 체중 변화에 대해선 민감하게 생각해서 좀 쪘다 싶으면 덜 먹고 이런 패턴은 가져간다"고 덧붙였다.
김미연이 주장 완장을 내려놓고 올 시즌부터 김수지가 맡는다. 보통 팀 내 최고참이 주장을 맡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인 일이기도 하다. 김수지는 "아본단자 감독님이 '이제 네가 했으면 좋겠다.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가져와봐라'고 하셨는데, 바로 다음날 '이제 없지 않냐'고 얘기하시더라. 그래서 알겠다고, 주장을 맡겠다고 했다"고 주장을 맡은 이유를 설명했다.
주장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가교 역할을 해내야 하기에 부담스러울 법도 하다. 김수지는 "어쩔 수 없이 쓴 소리를 해야할 때가 있다. 그래도 많이는 안 하려고 하는데, 필요할 땐 한다. 그래도 (김)연경이가 옆에 있고 해서 나눠가질 수 있는 건 다행이긴 하다. 주장이란 자리가 늘 부담스럽긴 하지만, 연경이가 있어서 덕분인지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때 주장했을 때보다는 조금 더 가벼운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 김수지의 미들 블로커 파트너가 바뀔 전망이다. 지난 시즌 함께 뛰었던 이주아는 FA 자격을 얻어 IBK기업은행으로 이적했기 때문.
김수지는 "아시아쿼터 황 루이레이, (변)지수, (임)혜림이까지 4명이서 똑같이 훈련하며 경쟁하며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 "먼저 루이는 신장이 좋으니 하이볼 처리나 블로킹이 좋다. 지수는 지금 감독님과 가장 오래 같이 했다보니 감독님의 지시를 빨리 이해하고, 움직임이 좋다. 혜림이는 적극적으로 배우는 모습이 좋다. 그래서 앞으로 더 좋아질 선수"라고 후배들을 칭찬했다.
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은 차기 시즌엔 미들 블로커들의 공격 비중을 늘릴 것을 천명한 상태다. 김수지도 이 부분을 잘 알고 있다. 그는 “훈련 때도 감독님이 일부러 그런 쪽으로 유도를 하면서 훈련을 하고 있긴 하다. 연습 경기를 많이 하진 않았지만, 그전보다는 시도가 많이 되고 있다. 득점이 나면 좋지만, 득점이 나지 않더라도 시도가 많이 되어야 득점도 나는 거니까. 그런 부분이 올라간 게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가운데에서 비중이 올라가야 양 사이드도 뚫리는 거니까, 다가올 시즌에는 더 많이 공격을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수지는 여전히 최고 수준의 미들 블로커지만, 분명한 건 뛴 날보다 뛸 날이 적다는 것이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어떻게 장식하고 싶을까. 김수지는 “그저 꾸준히 제 역할을 하면서 마무리 하고 싶다. 뛸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 해 뛸 것 이다. 제가 쓰이는 것은 결국 감독님들의 선택이니까. 저 나름대로 노력할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심혜진 기자 cherub032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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