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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에인절스가 오타니를 패스했다"
미국 'USA 투데이'의 밥 나이팅게일은 4일(이하 한국시각)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겨울 LA 에인절스 잔류가 아닌 LA 다저스로 이적하게 된 배경을 공개했다. 오타니는 어떻게든 에일절스에 남고 싶었던 모양새다.
오타니는 지난해 신시내티 레즈와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 등판해 경기를 치러나가던 중 더그아웃에 '시그널'을 보냈다. 지금까지 오타니가 단 한 번도 보이지 않았던 행동. 몸 상태에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했다. 평소 마운드를 내려가더라도 타석에서는 임무를 완수하던 오타니였지만, 당시에는 마운드를 내려감과 동시에 타석에서도 빠졌다. 상태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오타니는 더블헤더 1차전이 진행되는 동안 검진을 진행했고, 그 결과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파열됐다는 최악의 소식이 날아들었다. 당시 페리 미나시안 단장이 직접 오타니의 검진 결과를 현장에 있는 기자들에게 전했는데, 그때의 분위기는 모두가 충격에 빠진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타니는 더블헤더 2차전에는 타자로 경기를 소화했고, 이후에도 옆구리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타자로 경기 출전을 거듭했다.
오타니가 부상을 당했을 당시 미국 현지 언론들은 2024시즌에는 마운드에 오를 수 없는 만큼 팔꿈치 부상이 그의 몸값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냈다. 특히 오타니가 1년 계약을 통해 에인절스에 잔류해 다시 한번 자신의 경쟁력을 증명하고, 제대로 된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행사할 것이라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하지만 이 예상들은 모두 보기 좋게 빗나갔다. 스토브리그가 시작된 후 오타니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특히 오타니의 다저스행이 결정되는 과정에서는 '오보'까지 나왔다. 오타니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을 맺기 위해 캐나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는 소식이었다. 게다가 기쿠치 유세이가 오타니를 위해 레스토랑을 통째로 예약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최초 오타니의 캐나다행 비행기 탑승 소식을 전했던 'MLB 네트워크' 존 모로시의 보도가 잘못 된 것이었다. 이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악의 오보'로 꼽힐 정도로 많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오타니는 FA 자격을 얻은 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토론토 블루제이스, LA 다저스 등 수많은 구단과 연결고리가 생겼지만, 적장 '친정' 에인절스 잔류에 대한 보도는 많지 않았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4일 'USA 투데이'의 밥 나이팅게일에 따르면 오타니는 에인절스에 잔류하기 위해 이미 시즌 중 연장계약에 대한 뜻을 전달했었다고. 하지만 에인절스가 오타니 측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나이팅게일은 "에인절스는 오타니를 지킬 수도 있었다. 오타니는 에인절스에게 다저스의 제안에 맞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줬다. 오타니의 에이전트인 네즈 발레로가 협상이 끝나갈 무렵 에인절스의 오너인 아르테 모레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에인절스가 오타니의 몸값을 맞춰줬다면 오타니는 여전히 에인절스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에인절스는 오타니를 패스했다"고 전했다.
다저스와 계약이 막바지로 향할 때 에이전트인 발레로가 에인절스와 다시 접촉했던 이유는 단순히 몸값을 부풀리기 위한 수단이었을 수도 있지만, 다시 한번 의사를 물어봤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그러나 그동안 알버트 푸홀스, 마이크 트라웃, 앤서니 렌던 등 이미 검증이 된 선수들과의 장기계약에서도 좋은 기억이 없었던 에인절스는 발레로가 제안한 10년 7억 달러(약 9398억원) 규모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최종적으로 오타니와 결별하게 됐다.
이에 오타니도 지난 3일 경기가 끝난 뒤 에인절스와 관련해 폭풍 질문을 받았다. 오타니가 다저스로 이적한 이후 처음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에인절스와 공식적인 출전하게 된 까닭이다. 오타니는 "지금까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구장의 팬분들 앞에서 뛰는 것은 특별하다. 열심히 하겠다"며 '지난겨울 에인절스로부터 다저스와 대등한 오퍼가 없었던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말에 "그에 대해 특별한 건 없다. 다저스가 나를 높게 평가해 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에인절스에서 이렇다 저렇다 하기보다는 나를 높게 평가해준 구단에 감사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만약 에인절스가 다저스와 동등한 수준의 계약을 제시했다면 오타니는 남았을까. 그는 "실제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없는 말은 여기서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며 "지금은 다저스에서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이 팀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는 것이 목표다. 에인절스에서는 나도 다쳐서 거의 못 나가는 시즌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풀타임으로 팀에 기여할 수 있었다면 좋은 성적이 나올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뒤늦게 공개된 비하인드 스토리지만, 결국 오타니와 에인절스의 동행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이 둘의 희비는 극명하게 교차되고 있다. 현재 에인절스는 3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57승 81패 승률 0.413으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로 허덕이고 있는 반면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역대 6번째 40-40을 달성, 이제는 '전인미답'의 기록인 50-50을 향해 성큼성큼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날 에인절스타디움에는 오타니에게 환호와 야유가 동시에 쏟아졌는데, 에인절스가 오타니 측의 오퍼를 거절한 만큼 에인절스 팬들의 여유를 받을 이유는 없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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