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까칠한 축구]두 번이나 손흥민 염치없게 만든 '피노키홍 효과'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피노키홍의 효과'는 대단했다. 이는 한국 축구 역사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 한국과 팔레스타인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이 열렸다. 경기 전부터 '피노키홍 효과'가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악마가 플래카드를 거꾸로 걸었다. 항의, 분노, 거부의 의미다. 그리고 그들은 외쳤다.

"홍명보 나가!"

물론 "정몽규 나가!"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국의 A매치 홈 경기에서 대한축구협회장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자주 들어봤다. 그런데 A대표팀 감독 데뷔전에서 비판 목소리는 역사상 처음이다. 그 최악이라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도 첫 경기에는 한국 축구 팬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홍명보 감독 이름이 나올 때, 전광판에 얼굴이 나올 때마다 야유가 터졌다. 전례가 없었다.

'피노키홍'이라는 플래카드도 눈에 띄었다. A대표팀 감독 데뷔전에 조롱의 플래카드 등장도 최초다. '한국 축구의 암흑 시대' , 'K리그 없이 한국 축구는 없다' 등의 문구도 보였다.

오랜 기간 지속돼 온 A매치 홈 경기 만원 관중에도 실패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5만 9579명. 4598석이 비었다.

'피노키홍 효과'는 멈추지 않았다. 경기력으로 번져갔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 한국은 96위 팔레스타인에 고전하다, 그것도 홈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다득점 승리를 노린다고 했었나? 한국은 1골도 넣지 못했다. 손흥민, 이강인이라는 유럽 정상급 공격 자원을 데리고 팔레스타인을 뚫지 못했다. A대표팀 사상 처음으로 팔레스타인과 경기를 했고, 역사적 첫 대결은 무승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한국 축구 최초로 한국 축구 팬들이 '거부한' 감독의 등장 때문이다. 절차와 과정을 무시하고, 상식을 깨뜨리고, 특혜를 받고, 거짓말을 했고, 뒤통수를 친 그 감독 때문이다. 축구 팬들이 거부했다. 다른 말이 필요 없다. 그는 감독 자격이 없다.

예견된 참사다. 인과응보다. 한국 축구의 '주인'은 한국 축구 팬들이다. 그런데 주인이 거부한 감독을 그들만의 축구협회가 그들만의 감독을 선임했다. 모두 함께 힘을 낼 수 없는 구조다. 축구 팬들의 지지가 없다면 어떤 팀도 힘을 낼 수 없다. 이것을 '피노키홍 효과'가 다시 한번 입증했다. 축구 팬들의 야유가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피노키홍 효과'의 가장 큰 피해자는 태극전사들이다. 그들이 불쌍했다. 감독의 탐욕으로 인해 왜 태극전사들이 야유를 받아야 하는가. 축구 팬들은 선수들에게 야유를 한 게 아니다. '피노키홍'에게 야유를 보낸 것이다. 하지만 귓속말로 할 수 없지 않은가.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도 다 들어야 했고, 그 야유 속에서 경기를 치러야 하는 건 선수들이었다.

태극전사들이 무슨 죄가 있는가. 정작 야유로 부정적인 영향을 더욱 크게 받은 건 감독이 아니라 선수들이었다.

김민재는 경기 후 팬들과 대치하기까지 했다. 김민재는 "선수들을 응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금 왜곡해서 내 SNS에 찾아오셔서 말하는 분도 있었는데 사실 시작부터 우리가 못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못하기를 바라고 응원해 주는 부분들이 조금 아쉬워서 그런 말을 했다. 전혀 공격적으로 말하지 않았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국 대표팀이 못하기를 바라는 팬들. 놀랍게도 정말로 존재한다. 충격적인 등장이다. 이런 팬들을 누가 등장 시켰는가. 이 역시 '피노키홍 효과'다. 오롯이 한국 축구를 응원하지 못하는 문화를 만든 것이다. 태극전사들도 불쌍하고, 마음껏 응원하지 못하는 팬들도 불쌍하기는 마찬가지다.

'피노키홍 효과'의 화룡점정은 주장 손흥민을 염치없게 만들었다는 것. 그것도 두 번 씩이나. 경기 후 손흥민은 축구 팬들의 야유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염치없다'라는 말을 두 번이나 해야 했다.

"내가 대변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인 것은 알 것이고, 팬들 기대치가 있고, 생각하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감독이 원하는 축구를 하는 게 선수들의 몫이다. 결정이 난 일이고, 가야 할 길이 먼 상황 속에서 진심 어린 응원과....염치없지만, 응원과 성원이 선수들이 한 발 더 뛸 수 있는 원동력이다. 다시 한 번 염치없지만 주장으로서, 받아들여 주고, 많은 응원과 사랑 부탁한다."

한국 축구 팬들의 가장 큰 사랑을 받는, 한국 축구의 상징이자 에이스, 그리고 캡틴. 그가 나서 축구 팬들의 응원을 부탁했다. 주장을 포함해 선수들은 어떤 잘못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축구 팬들의 응원을 받을 자격이 있다. 그런데도 사죄를 하는 듯, 응원을 호소하는 죄인이 된 꼴이다. 선수와 팬들의 사이를 갈라 놓는 감독. 야유 속으로 선수들을 내몬 감독. 이게 팀이야?

홍 감독은 야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그런 장면이 쉽지는 않았다. 지금의 상황에서 충분히 팬들의 마음도 이해한다. 그건 내가 견뎌 나가야 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홍 감독은 단단히 착각하고 있다. 축구 팬들의 외침을 잘못 해석했다. 팬들의 마음을 이해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견뎌 내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대표팀에서 나가라는 거다.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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