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한화 이글스가 길고 길었던 5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무려 13년 만에 KBO리그에서 10승의 고지를 밟았고, 그동안 좀처럼 터지지 않던 타선까지 완전히 대폭발했다.
한화는 1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12차전 원정 맞대결에서 8-4로 승리하며 길고 길었던 5연패를 끊어냈다.
▲ 선발 라인업
한화 : 황영묵(2루수)-하주석(지명타자)-요나단 페라자(좌익수)-노시환(3루수)-채은성(1루수)-김태형(우익수)-장진혁(중견수)-이도윤(유격수)-최재훈(포수), 선발 투수 류현진.
롯데 : 윤동희(중견수)-고승민(2루수)-손호영(3루수)-빅터 레이예스(우익수)-전준우(좌익수)-나승엽(1루수)-정훈(지명타자)-박승욱(유격수)-서동욱(포수), 선발 투수 박세웅.
이날부터 시작되는 주말 3연전는 롯데와 한화에게 모두 중요하다. 현재로선 매 경기가 중요하지 않은 경기가 없지만, 13일 경기를 포함해 롯데와 한화는 총 5번의 맞대결을 남겨두고 있는 까닭이다. 5번의 맞대결 결과에 따라 공멸을 하느냐, 한 팀은 살아남아 희미하지만 포스트시즌 경쟁을 이어갈 수 있느냐가 결정된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에 앞서 한화와 맞대결이 중요함을 강조했고, 김경문 감독 또한 "아직 우리가 5강에서 떨어진 것은 아니지 않나. 조금 차이는 벌어졌지만, 팬분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경기의 선취점은 롯데의 몫이었다. '코리안몬스터' 류현진을 상대로 메이저리그 시절 두 번의 맞대결에 두 번 모두 미소를 지었던 빅터 레이예스가 2B-1S에서 류현진의 4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중간에 2루타를 터뜨리며 포문을 열었다. 그리고 전준우가 친 땅볼 타구에 한화 유격수 이도윤이 포구 실책을 범했고, 이때 레이예스가 홈을 파고들면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롯데는 선취점을 뽑은 뒤 나승엽이 안타를 터뜨리면서 무사 1, 2루의 찬스를 이어가는데 성공했지만, 정훈이 병살타로 물러난 뒤 박승욱도 1루수 땅볼로 침묵하면서 추가점을 뽑아내진 못했다. 그리고 3회 또한 롯데는 윤동희의 안타와 고승민의 볼넷으로 득점권 찬스를 손에 쥐었지만 손호영이 병살타로 고개를 숙였고, 4회에도 나승엽과 정훈의 연속 안타를 바탕으로 1, 2루 기회를 잡았으나 결정적인 한 방이 터지지 않으면서 좀처럼 간격을 벌리진 못했다.
하지만 한화 타선 또한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다. 1회를 삼자범퇴로 묶인 한화는 2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채은성이 내야 안타를 터뜨리며 물꼬를 텄지만, 이를 득점권 찬스와 연결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3~4회 롯데 선발 박세웅에게 완벽하게 봉쇄당한 한화는 5회 선두타자 노시환이 무려 10구 승부 끝에 볼넷을 손에 쥐었으나, 이번에도 주자가 스코어링 포지션에 안착하지도 못하면서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그래도 류현진이 숱한 위기를 최소 실점으로 막아면서 최대한 대등한 경기를 만들었고, 결국 6회 균형이 맞춰졌다.
한화는 6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최재훈과 황영묵이 연속 안타를 터뜨리며 처음으로 득점권 찬스를 확보했다. 이후 하주석이 병살로 연결될 수 있는 유격수 땅볼을 기록했으나, 1루에서 2루로 향하던 주자만 아웃되면서 1, 3루 기회를 이어갈 수 있었고, 요나단 페라자가 박세웅의 4구째 140km 슬라이더를 공략해 동점 적시타로 연결시켰다. 그리고 이어지는 1, 3루에서는 노시환이 박세웅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역전 적시타를 터뜨리면서 경기의 주도권을 한화가 잡았다.
수많은 실점 위기를 넘어서며 최소 실점 투구를 펼친 끝에 타선의 도움을 통해 승리 요건을 갖춘 류현진은 6회말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첫 타자 레이예스를 우익수 직선타로 잡아낸 뒤 후속타자 전준우도 유격수 직선타로 돌려세우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이후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나승엽까지 3루수 땅볼로 요리하면서 이날 류현진은 6이닝 동안 투구수 99구, 6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완성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한화는 7회초 롯데의 실점을 틈타 곧바로 간격까지 벌렸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도윤의 평범한 유격수 땅볼 타구에 박승욱이 실책을 범하며 주자가 출루했다. 이후 박세웅은 후속타자 권광민에게도 1루수 방면에 타구를 유도했는데, 권광민의 타구가 1루수 앞에서 갑작스럽게 튀어 오르면서 우익수 방면에 안타로 이어지면서 1, 3루가 만들어졌다. 롯데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진해수를 투입했다. 하지만 황영묵이 진해수를 상대로 달아나는 적시타를 쳐 3-1로 달아났고, 나균안을 상대로 대타 안치홍이 적시타, 페라자가 투런포를 폭발시키면서 경기는 한화 쪽으로 확실하게 기울었다.
최근 5연패의 수렁에 빠져 있던 한화는 해당 기간 동안 득점이 단 8점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날 5회 2점, 6회에만 무려 5점을 쓸어 담으면서 타선이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주며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롯데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롯데는 7회말 박승욱의 볼넷 대타 이정훈의 2루타로 잡은 찬스에서 한화 유격수 이도윤의 실책을 바탕으로 한 점을 쫓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1사 만루에서 손호영이 한화 박상원을 상대로 두 명의 주자를 불러들이며 7-4까지 간격을 좁혔다. 하지만 계속되는 1사 1, 2루에선 레이예스가 바뀐 투수 김서현에게 막히며 더 이상의 추격은 없었다.
오히려 한화는 9회초 공격에서 롯데 폭투 등을 바탕으로 한 점을 더 달아났고, 9회말 수비를 실점 없이 막아내며 5연패를 끊어내는데 성공했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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