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홈런은 여기서 끝나도 좋다.”
KIA 타이거즈 ‘광주 몬스터’ 김도영(21)은 지난 8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서 3-30-30-100-100을 달성한 직후 이렇게 말했다. 아슬아슬하게 40-40에 실패하느니 35개에서 더 이상 홈런이 안 나오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다는 얘기였다. 대신 40도루를 하고 베이스를 뽑아 들어올리는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2015년 에릭 테임즈처럼.
김도영의 ‘말하는대로’ 인가. 홈런 가뭄이 어느덧 2주째다. 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서 시즌 35홈런을 친 뒤 2주간 단 1개의 홈런도 치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잔여일정이 시작됐다. KIA도 매일 경기를 하는 건 아니다. 요나단 페라자(한화 이글스)와의 충돌로 1경기에 결장하기도 했다. 체력이 시즌 초반 같지 않을 것이다. 이래저래 홈런을 꾸준히 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KIA는 이제 10경기를 남겨뒀다. 김도영은 5개의 홈런, 2개의 도루를 추가해야 대망의 40-40에 성공한다. 도루는 당장 15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서도 2개를 추가할 수 있다. 그러나 10경기서 5홈런을 추가하는 게 그렇게 쉽지 않을 듯하다. 당장 15일 키움 선발투수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가 만만치 않다.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이 40-40을 할 수 있는 찬스가 오면 적극적으로 도전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아무리 김도영이라고 해도 매년 40-40을 할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홈런을 의식하는 스윙은 확실히 득보다 실이 많다. KIA가 아직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것도 아니다. 상황에 맞지 않은 큰 스윙은 바람직한 건 아니다.
그래서 김도영이 박수를 받을 만하다. 14일 광주 키움전서 침묵했다. 그래도 최근 10경기서 38타수 13안타 타율 0.342 2홈런 7타점 11득점이다. 9월에 단 1홈런이지만, 애버리지를 어느 정도 유지한다. 출루해야 할 때 출루하고, 연결해야 할 때 연결하고, 해결해야 할 때 해결한다. 홈런만 안 나올 뿐, 타격이 안 풀린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KIA는 정규시즌 우승 및 한국시리즈 직행 매직넘버 3다. 우승을 확정한 이후에는 홀가분하게 타석에 들어갈 것이니 40-40에 대한 희망을 가져도 될까. 그러나 이범호 감독은 늘 “홈런을 의식하면 홈런이 안 나온다”라고 했다.
김도영의 말대로 이대로 홈런 행진이 끊겨도 괜찮다. 설령 지금보다 타격감이 좀 떨어져도 욕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 아직 3년차이고, 풀타임 주전은 처음이다. 그럼에도 KBO리그 최고타자로 거듭나며 투수들을 압도한다. 전반기 20-20, 최연소-최소경기 30-30, 내추럴 사이클링히트, 3-30-30-100-100까지. 이미 임팩트 있는 진기록을 많이 남겼다. 이대로 시즌이 끝나도 김도영이 정규시즌 MVP를 예약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팬들은 더 이상 김도영의 개인성적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될까. 아니다. 김도영은 시즌 130득점을 기록 중이다. 2014년 서건창의 135득점에 불과 5득점 차로 다가섰다. 김도영이 2014년 서건창의 135득점을 넘으면 KBO 역대 한 시즌 최다득점 신기록을 세운다. 이미 구단 단일시즌 최다득점을 경신하는 중이다. 정작 김도영은 득점 관련 기록에 별 다른 관심이 없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