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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60-60을 할 수도 있다.”
오타니 쇼헤이(30, LA 다저스)의 메이저리그 최초의 50-50 달성에는 숨어있는 기록 하나가 있다. 2001년 숀 그린(52, 은퇴)이 기록한 다저스 단일시즌 최다 49홈런을 넘어섰다는 상징성이다. 50-50 자체가 워낙 대단해 상대적으로 묻혔지만, 50홈런으로 다저스 역사를 바꾼 것도 사실 엄청난 의미가 있다.
전통의 명문구단 다저스에서 그동안 50홈런 타자가 한 명도 없었다는 게 놀랍지만, 사실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에 50홈런을 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선수가 도루까지 50개를 했으니 미국 언론들이 경악하는 건 당연하다.
LA 타임스는 지난 20일(이하 한국시각) 오타니의 대업 달성 직후 그린과의 인터뷰를 게재했다. 그에 따르면 그린은 스탠퍼드대학에 다니는 막내 딸을 데려다주고 오렌지 카운티로 돌아가는 길에 메시지가 쏟아졌다면서, 오타니의 대기록 달성임을 어렵지 않게 눈치챘다고 털어놨다.
그린은 “그 기록을 잃게 된다면, 위대한 선수에 의해 그렇게 되길 바랐다. 오타니는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선수 중 가장 위대하다. 50홈런과 50도루를 달성하는 건 다저스만의 일이 아니다. 전례 없는 메이저리그의 이정표다. 커리어 내내 그가 얼마나 놀라운 활약을 펼쳤는지 설명할 형용사가 충분하지 않을 정도다. 특히 이번 다저스에서의 첫 시즌은 압박감이 쏟아졌을 것이다. 그가 그렇게 한 건 정말 놀랍다”라고 했다.
사실 그린은 오타니의 50홈런보다 50도루에 더 놀라워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193cm로 신장이 같다. 통상적으로 신장이 큰 선수는 작은 선수보다 기동력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오타니의 발은 상식을 벗어났다.
그린은 “1998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35차례 베이스를 훔친 적이 있었다. 정말 어려웠다. 난 오타니와 키가 같다. 리키 헨더슨, 빈스 콜먼, 모리 윌스 같은 선수들은 보통 빠른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엘리트 베이스 스틸러가 훨씬 컴팩트하게 움직일 수 있다”라고 했다. 신장이 작아야 첫 발 스타트에 유리한데, 오타니와 신장이 같은 자신은 그만큼 도루가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린은 “그러나 그 정도로 큰 선수가 50번이나 도루를 했다면, 몸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그리고 도루를 하려면 러닝, 워밍업을 꾸준히 해야 하고 매일 더 공격적인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 이는 긴 시즌 동안 몸에 큰 타격을 입힌다”라고 했다. 도루를 하면 부상 리스크가 큰 건 당연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오타니가 51차례 도루를 시도하는 동안 단 4번의 실패만 있다는 사실이 그린을 진짜 놀라게 했다. 그린은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특히 50-50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기습적으로 도루를 할 수도 없었다. 그가 출루할 때마다 상대팀이 달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겠나. 상대 팀들은 그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홈런을 치는 걸 걱정한다. 두 가지를 막는데 집중하는데도 그렇게 한 건 더욱 놀라운 일이다”라고 했다.
그린은 그 정도의 어려움을 겪은 오타니라면 “이 선수는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일을 하고 있으며, 우리가 아는 한 60-60이 가능할 수도 있다. 이 시점에서 그의 야구를 꼭 봐야 한다”라고 했다. 9경기 남은 올 시즌엔 60-60은 무리다.
사실 오타니는 투수로 돌아올 내년부터 50-50도 불투명하다. 투수까지 하면서 도루를 많이 시도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오타니가 그동안 상식을 깬 선수라는 걸 감안하면 넘겨짚기를 해서도 안 될 일이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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