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동지가 적으로…고려아연 "장형진 영풍 고문, 실질 경영 해명하라"

27일 영풍 기자간담회 전 고려아연 입장문 발표
"단기 차입금 이자와 원금 반환 방안 소명하라"
미국 에너지안보 싱크탱크 "MBK-중국 유대관계 우려"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고려아연이 영풍 측에 사외이사 배임 혐의와 장형진 고문의 실질적인 영풍 경영 지배 이유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고려아연은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대표이사 2명이 구속되고 석포제련소가 60일간 문 닫을 위기에 처한 영풍 경영진은 지금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해 허심탄회한 기자회견을 할 때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영풍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기자회견을 열고 장형진 고문의 영풍 경영권, 고려아연 중국 매각 등 의혹들에 대해 설명했다. 영풍이 단독으로 기자회견을 연 것은 이날이 처음으로 이 자리에는 강성두 영풍 사장과 이성훈 베이커맥켄지 앤 케이엘파트너스 변호사가 참석했다.

고려아연 측은 "인력 감축이 현실화하고 있는 석포제련소를 살리기 위해 1분 1초를 아껴야 할 상황에서 회사 일보다는 '묻지마 빚투' 설명에 매달리고 있다"며 "무엇보다 이번 M&A를 무리하게 추진하느라 적법 절차를 무시하며 더 큰 위기를 자초해 혼란에 빠진 주식회사 영풍 주주들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비상근 사외이사 3인으로 이뤄진 이사회에서 밀실 야합으로 결정한 이번 계약에 대한 소상한 해명도 필요하다"면서 "영풍 개인 지분을 0.68%(공시 기준)를 갖고 있으면서 법적 권한도 없는 장 고문이 고려아연에 대한 M&A를 주도하며 전면전에 나선 이유를 명명백백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려아연은 "장 고문은 '지난 75년간 2세에까지 이어져 온 두 가문 공동 경영의 시대가 여기서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MBK 파트너스와 같은 전문가에게 지위를 넘기는 것이 창업 일가이자 책임 있는 대주주의 역할'이라고 발언했다"며 "이는 이사회 일원이 아닌 장 고문이 사실상 영풍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영풍이 보유한 재산 중 최근 10여 년 동안 현금 창출 능력이 있는 재산은 사실상 고려아연 지분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며 "고려아연 주식을 처분하는 행위는 사실상 중요한 영업의 일부를 양도하거나 폐지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지 않은 절차적 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에너지 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SAFE(Securing America’s Future Energy)는 MBK파트너스의 약탈적 공개매수 시도를 '적대적 인수 시도(hostile takeover attempt)'로 규정하며 이번 사태가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에 끼칠 악영향에 우려를 표했다.

SAFE는 최근 링크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MBK와 중국과의 강력한 유대 관계는 미국과 동맹국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SAFE는 MBK의 이번 적대적 M&A(인수합병)가 현재 중국 제련소들이 직면한 공급 재고 부족으로 인해 중국의 정제 아연 수입이 증가한 시기와 맞물린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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