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강성두 사장 “고려아연 정관 변경 무산 후 ‘영풍 죽이기’ 나서”
최윤호 고려아연 회장 취임 후 16% 지분 가치 희석…배임행위
고려아연 중국 매각은 사실무근, 모든 임직원 고용 확고히 유지
[마이데일리 = 신용승 기자] “고려아연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영풍의 반대로 아무런 제한 없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이 무산되자 그야말로 ‘영풍 죽이기’에 나섰다.”
강성두 영풍 사장은 MBK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 주식 공동매수에 나서게 된 배경에 대해 27일 설명했다.
이날 서울 중구에 위치한 프레스센터에서 영풍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강성두 사장은 영풍이 1대 주주의 자리를 MBK파트너스에 양보하면서까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이유를 단 한 마디로 요약하면 ‘오죽했으면’이라고 밝혔다.
강 사장은 “고려아연이 애초에 영풍의 살(자본)과 피(인력)로 빚은 자식”이라며 “창업세대와 선대까지 동업정신과 자율경영에 입각해 알토란같이 키워온 가장 믿음직한 맏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고려아연이 영풍의 반대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이 무산되자 영풍의 기업가치를 훼손하며 사실상 영풍 죽이기에 나섰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강 사장은 “동업의 상징이었던 서린상사는 선대 경영자들의 합의에 의해 2014년부터 영풍 측에서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해 온 회사”라며 “고려아연은 2023년 9월 서린상사의 인적분할을 먼저 제안해 놓고 올해 주총 전후로 그간의 협의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결국 이사회를 독점 장악했다”고 꼬집었다.
고려아연은 서린상사 경영권 장악 이후 기존에 영풍과 고려아연의 공동 거래처에 온갖 협박과 회유로 영풍과의 거래를 끊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사장은“영풍 석포제련소는 곧 문 닫을 것이다. 앞으로 영풍과 계속 거래하면 영풍에 문제가 생겨 물건 공급에 차질이 생겼을 때 우리(고려아연)가 물건을 공급해 줄 수 없다”며 고객사를 협박·회유했다고 설명했다.
영풍과 고려아연은 오랜 세월 공동으로 정광을 구매함으로써 규모의 경제(연 200만톤)와 바잉파워를 바탕으로 경쟁사들 대비 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독립을 선언, 올 4월부터 고려아연은 공동구매도 중단한다고 모든 정광 원료 구매처에 일방적으로 통보한 상황이다.
강 사장은 “고려아연이 기존 거래처에 영풍은 곧 망할 회사니 거래에 신중하라는 비방도 서슴지 않았다”며 “이는 회사의 이익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앞세운 배임행위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강 사장은 지난 4월 15일 고려아연의 일방적인 ‘황산취급대행계약’ 갱신 거절 통보는 영풍이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황산취급대행계약은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만들어진 황산을 수출할 수 있는 항만부두 내 황산저장시설이 있는 온산항으로 수송하는 과정에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일부 황산 탱크와 파이프라인을 유상으로 이용하는 계약이다.
황산은 아연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생산되는 부산물로 제때 처리하지 못하면 생산 중단을 초래하게 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동업정신이 담겨있는 선대의 사훈을 깨버리고 석포제련소를 지구상에서 없애려고 하는 것이다.
강 사장은 “고려아연이 양사의 협의로 지난 20년 이상을 아무런 사건사고 없이 잘 유지돼 온 이 계약을 즉시 끊겠다고 통보했다”며 “이는 결국 석포제련소의 목줄을 쥐고 흔들어 영풍을 죽이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은 것은 고려아연을 흔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풍과 고려아연이 공존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다시한번 강조했다.
또한 고려아연은 영풍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인데 최윤범 회장이 영풍과 모든 주주들의 소중한 자산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사장은 “최윤범 회장은 2019년 대표이사 취임 이후 전체 주주들의 이익보다 고려아연을 사유화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해왔다”며 “대표이사로 취임 후 2022년, 2023년 두 해 동안에 한화 등 국내외 기업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또는 자사주 맞교환 등으로 무려 16%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켜 기존 주주들의 비례적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 그는 경영권을 독점하고 이사회의 기능을 무시해 ▲원아시아파트너스 운용 사모펀드 투자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관여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관련 선관주의 의무 위반 등 여러 의혹을 불러일으킨 사례들로 실제 회사에 큰 손실을 끼쳤고, 재무적으로 위험상태에 빠뜨렸다는 게 강 사장의 설명이다.
이그니오홀딩스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의 실체를 알 수 없는 회사였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에 연루된 사모펀드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에는 이사회 결의도 없이 5600억 원을 투자했다가 1300억 원대의 손상차손을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
강 사장은 1조 1400억 원이라는 돈이 어디로 간 것인지 최 회장이 투자 경위와 투자금의 소재, 그리고 손실 규모에 대해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는 사이에 건실했던 고려아연의 부채는 35배나 증가했고, 연결 영업이익 마진율은 2019년 12%에서 지난해 6.8% 낮아지는 등 기업 수익성이 악화됐다.
강 사장은 “자식이 망가지는 걸 그냥 두고만 보는 부모가 어디 있겠냐”며 “영풍이 이를 알고도 묵인한다면 그야말로 주주에 대한 배임이고 최윤범 회장은 영풍의 황산처리 주요 경로를 틀어막아버림으로써 영풍을 고사시키려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강 사장은 “영풍은 MBK파트너스와 함께 지배권 강화를 통한 고려아연 경영 정상화에 나서고자 한다”며 “우리가 도모하고자 하는 것은 훼손된 이사회시스템과 경영을 정상화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직계 포함 2.2%의 지분을 가진 경영대리인 최윤범 회장이 회사의 주인인 양 회사를 사유화하는 것을 막는 것이 강 사장의 목표다.
한편 이날 강 사장은 앞으로 어떤 경우에도 고려아연의 모든 임직원들의 고용은 확고하게 유지되며 신사업은 차질 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앞으로도 울산 지역의 경제 발전은 물론 국가산업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다할 것이며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인수한 뒤 회사를 중국에 매각하려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신용승 기자 credit_v@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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