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이번 주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키워드는 '아보하'다. '아주 보통의 하루'를 뜻하는 이 단어는 바쁜 현대인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일상의 소중함'을 대변하는 현상이다.
트렌드 전문가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아보하'를 2025년을 이끌어 갈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그는 "과거에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우리에게 작은 위안을 주는 키워드로 등장했지만, 이제는 그 개념마저 과도하게 소비되면서 피로감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명품을 사고 고가의 오마카세를 즐기는 것까지 소확행으로 표현되는 현실은 이미 본질을 잃은 상태"라고 비판하며, 이제는 아주 평범하고 보통의 하루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삶의 태도가 중요해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다시 말해, '아보하'는 아무리 화려한 것이 없어도 일상의 순간순간에 만족하고 소박한 즐거움을 찾는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한다.
이러한 흐름은 가장 먼저 세태를 빠르게 반영하는 연예계에서부터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특히 일상의 모습을 조명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최근 MBC의 '나 혼자 산다', SBS의 '미운 우리 새끼' 등은 화려하고 특별한 삶을 살아가는 연예인들의 모습을 부각하기보다는 그들의 평범한 하루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은 유명인들의 솔직하고 꾸밈없는 일상을 엿볼 수 있게 됐다. 최근 방송에서 화제가 된 배우 구성환과 김대호 아나운서의 이야기는 그런 사례 중 하나다. 이들은 자신의 집에서 혼자 보내는 소박한 시간, 가족과 함께하는 평범한 하루를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에게 "나도 저런 하루를 보낼 수 있겠구나"라는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런 장면은 단순히 재미를 넘어 우리에게 '평범한 하루의 가치'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유튜브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과거 유튜브 콘텐츠는 화려하고 특별한 이벤트나 고도로 기획된 영상들이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많은 유명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소소한 순간들을 담은 브이로그, 소탈한 수다를 나누는 콘텐츠 등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예를 들어, '핑계고', '채널 십오야'는 단순히 유명인들이 마이크 하나를 두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모습만으로도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여러 유튜브 채널들이 일상에서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많은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는 화려한 무대 뒤에서 그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을 산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에게 친근감을 준다.
연예계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아보하'의 흐름을 따라가는 모습을 보인다. SNS에서는 일상을 공유하는 트렌드가 이전보다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특별한 이벤트나 고가의 음식, 화려한 여행 대신 친구들과 평범하게 즐긴 카페 방문, 가족과 함께한 소박한 식사, 혼자 집에서 보내는 여유로운 시간 등 아주 평범한 순간들을 공유하는 게시물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사회 전체가 더 이상 특별함을 추구하기보다는 평범함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아보하' 트렌드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그 중요성이 강조된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과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인해 많은 사람이 사치보다는 소박한 소비를 선택하게 됐다. 외식 대신 집에서 간단히 요리해 먹거나, 명품 쇼핑보다 중저가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 패턴이 증가한 것이 그 예다. 이는 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도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찾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이처럼 '아보하'는 단순히 개인적인 삶의 방식에 국한된 것이 아닌,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는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바쁜 현대인의 삶 속에서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고, 보통의 하루를 누리며 만족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다가오는 2025년은 더 많은 이들이 '아보하'를 통해 평범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고, 소소한 순간을 만끽하는 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별한 이벤트나 화려한 목표 없이도 아주 보통의 하루를 즐길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진정한 트렌드가 아닐까.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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