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건호 기자] "우리 팀 선수들에게 자극을 주고 싶었다."
윌리엄 쿠에바스는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1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실점 없이 4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으로 맹활약했다.
1회초부터 4점의 득점 지원을 받은 쿠에바스는 1회말 정수빈에게 번트안타, 김재호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흔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제러드 영 1루수 직선타, 김재환 1루수 땅볼로 2사 2, 3루가 된 상황에서 양석환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해 실점 없이 첫 이닝을 막았다.
2회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한 쿠에바스는 3회말 선두타자 조수행을 2루수 오윤석의 포구 실책으로 내보낸 뒤 도루까지 허용했지만, 후속타를 맞지 않았다. 이후 계속해서 안정감 있는 투구를 했다. 4회와 5회를 삼자범퇴로 막았다.
6회에도 마운드를 지킨 쿠에바스는 정수빈에게 안타를 맞았다. 김재호를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았지만, 제러드에게 안타를 맞아 1사 1, 3루 위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김재환과 양석환을 상대로 삼진을 솎아낸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경기 후 이강철 KT 감독은 2021년 1위 결정전 당시 쿠에바스의 모습을 본 듯하다고 극찬했다. 당시 쿠에바스는 삼성 라이온즈 타선을 상대로 7이닝 1피안타 3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 투구를 하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2일 휴식 후 올라와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 1위를 차지한 KT는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을 상대로 승리하며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경기 MVP로 선정된 쿠에바스는 감독님이 1위 결정전 당시처럼 던졌다고 했다는 말을 전해 듣자 "감독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다. 내겐 너무 즐거운 기억이다. 무엇보다 팀이 내게 바라는 역할을 해냈다는 게 만족스럽다"며 "다만 경기할 때는 그런 부분을 최대한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준비한 대로 경기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쿠에바스는 시즌 막판 2경기에서 5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내려올 만큼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빅게임 피처답게 중요한 경기에서 호투쇼를 펼쳤다. 그는 "큰 경기에 나갔을 때, 정규리그와 같은 경기라고 생각하고 던진다. 큰 경기라고 생각하면 마음에 부담을 느낀다. 정규리그 중 한 경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차분하게 경기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이날 쿠에바스는 총 103개의 공을 던졌다. 커터(45구)-포심패스트볼(28구)-슬라이더(26구)-체인지업(3구)-커브(1구)를 섞었다. 최고 구속은 150km/h가 나왔다. 포수 장성우와의 호흡에 대해 그는 “경기 중 매 이닝 마다 얘기하는 편이다. 이닝이 끝날 때마다 더그아웃에 들어가 구위가 어땠는지 얘기를 한다. 장성우와 호흡을 맞추면 항상 그렇게 한다”며 "(구종은) 상황에 맞춰서, 또 타석별로 그때그때에 맞게 구종을 활용했다. 오늘은 커터를 많이 던졌다. 매일 다른 느낌인데, 같은 팀이라도 타자 컨디션에 따라 다르다. 상황별로 생각하고 던진다”고 전했다.
쿠에바스는 6회말 위기를 넘긴 뒤 마운드에서 내려오면서 포효했다. 그는 "마지막 타자를 상대할 때 꼭 삼진을 잡고 싶었다. 우리 팀 동료들에게 자극을 주고 파이팅 하라는 의미였다. 실제 삼진을 잡았고, 팀에 힘을 주고 싶다는 의미로 포효했다"며 "또한 팬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있었다.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항상 응원해 주시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KT는 3일 두산과 와일드카드 2차전을 치른다. 이날 경기를 잡는다면 KBO리그 역사상 최초로 5위팀이 와일드카드에서 4위팀을 잡고 준플레이오프에 올라가게 된다.
쿠에바스는 "우리 팀의 치어리더로서 선수들을 응원하겠다"며 "한국시리즈 끝날 때까지 최대한 많이 던지고 싶다. 경기 수, 등판 수와 관계없이 최대한 많이 던지고 싶다"고 밝혔다.
잠실=김건호 기자 rjsgh2233@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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