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마이데일리 = 부산 강다윤 기자] 허진호 감독과 배우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이 '보통의 가족'을 위해 부산을 찾았다.
3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BIFF 야외무대에서 영화 '보통의 가족' 오픈토크가 개최됐다. 행사에는 허진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이 참석했다.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 네덜란드의 작가 헤르만 코흐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디너'를 원작으로,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날 허진호 감독은 "'디너'라는 원작이 있고 영화로도 많이 만들어졌다.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 이전에 만든 영화보다 잘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원작이 가진 사람에 대한 양면적인 모습들, 자식으로 인해 어떤 부모가 가진 도덕이나 신념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들. 이런 부분은 어떻게 보면 내가 그 부모가 됐을 때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내 부모님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이런 질문들을 계속하게 됐다. 그런 부분들을 영화에서 많이 가지고 왔다"고 연출 포인트를 짚었다.
'보통의 가족'이라는 제목에 대해서는 "영화 촬영이 끝나고 처음 영화를 만들어서 해외에 선보이러 갈 즈음 '제목을 바꾸면 어떨가'해서 여러 제목들을 많이 고민했다. 그 중 하나가 보통의 가족이었다"고 말했다. 후보를 묻자 허 감독이 "'특별한 가족'"이라 말했고, 이를 들은 장동건은 "농담삼아 '자식이 웬수다', '무자식이 상팔자'가 나오기도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허 감독은 "보통의 가족'이 좋았던 건 이게 '보통'의 가족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보통의 모습도 있다고 생각이 든다. TV에서 우리가 어떤 사건사고를 보지않나. 그런 범죄나 행위를 저질렀던 사람들을 '저런 짓을 하고도 사람이야?'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그런 사람들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을 때 그런 사람들의 보통의 모습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며 설명했다.
이어 "'보통의 가족'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굉장히 끔찍하고 너무나 힘든 상황들이 많다. 어떻게보면 그런 상황에서도 보통의 모습들이 있을 것 같다. '보통'이라는 단어가 주는 아이러니함, 역설적인 느낌들이 좋았다. 처음에는 '보통 사람들'이 연상도 돼서 걱정을 했는데 갈수록 익숙해지고 좋은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허진호 감독은 1998년 '8월의 크리스마스'로 대종상영화제, 청룡영화상, 황금촬영상, 백상예술대상, 영화평론가협회상 등을 휩쓸며 첫 작품부터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봄날은 간다'와 '행복'으로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멜로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2016년에는 '덕혜옹주'로 660만 관객을 동원했으며 최근에는 '천문: 하늘에 묻는다'를 선보이기도 했다.
설경구는 "옛날 2000년대 초반에 '봄날은 간다'를 찍으실 때 내가 '공공의 적'을 옆에서 찍고 있었다. 내가 '8월의 크리스마스'를 정말 좋아해서 어떻게 찍으시는지 궁금해서 현장을 갔다. 한 커트도 찍는 걸 못 보고 왔다. 계속 대화를 하시더라"라며 "이영애 씨랑 버스에 앞뒤자리에 앉아서 계속 이야기를 하는거다. 꾸준히 이야기하는게 둘이 또 말이 없다. 그러다 또 얘기하더라. '언제 찍느냐' 했더니 '아직 멀었다'고 하시더라. 그거에 비하면 요새는 많이 안하신다. 요새 노동시간이 생기면서 그렇게 대화할 시간이 없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감독님은 촬영 전에 네 명의 배우들을 모아놓고 '어떻게 생각해?' 라고 하신다. 답을 주시는게 아니라 생각을 하게 만드는게 감독님의 대화법이다. 굉장히 수줍게, 소년처럼, 해맑게 말씀을 하셨다.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게 촬영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며 "촬영하면서도 아이디어를 내시는데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장갑 끼는게 어때?' 하는데 웃으신다. '장난하시는건가' 했는데 다시 와서 '끼고 해보자'라고 하시더라. 그런 식으로 접근해가는게 재밌었다. 재밌고 좋은 작업이었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장동건은 "나는 네 사람 중에 허진호 감독님 하고 전작에서 작업을 해본 적 있는 유일한 배우다. 그때 감독님의 연출 스타일을 잘 알고 있었다. 나머지 세 분은 처음에 당황을 많이 하셨다"며 "보통 영화 작업 현장이 감독님이 디렉션을 배우에게 주면 배우가 그것을 해내는 게 대부분이다. 허진호 감독님은 디렉션이라는 게 별로 없다. 배우하고 처음부터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그 안에서 어떤 것들을 찾아서 연기를 하고 첫 번째 테이크를 가지고 다음 것을 빌드업해 나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는 감독님 스타일을 알아서 처음부터 많이 궁금한 것들을 결정을 안 하고 현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연기를 했다. 그런 점들이 배우 입장에서는 어떤 순간에는 카메라 앞에서 내가 이걸 해내지 않으면 다음으로 진도가 나가지 않으니까 부담스러운 장면이 있을 수 있다. 허진호 감독님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 배우에게 든든한 지원군 같은 분이다. 같이 작업하면 든든하고 마음이 놓이는 연출을 하신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김희애는 "좀 놀랐다. 첫 리딩날부터 놀랐다. 보통 그런 날은 대본을 한 번 쭉 읽고 회식하고 헤어진다. 허진호 감독님은 한 줄을 안 넘어가시더라. '이건 왜 이렇게 했을 것 같으냐' 이렇게 토론을 하셨다. 나도 꽤 오래 연기생활을 했는데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며 "감독님이 워낙 선하시고 좋은 마음으로 연구하시는 걸 보면 까불지말고 납작 엎드려서 최선을 다하자 생각하게된다. 지나고보면 마지막이 중요하지 않나. 과정도 네 배우와 일하면서 너무 즐거웠고 감독님이 화 한번 안내시고 일하셔서 너무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수현 또한 "(허진호 감독이) 난 정말 버킷리스트 1번이셨다. 그걸 아는 친구들한테 자랑도 많이했다. 감독님 뵈러 간다고 했을 때 '네, 좋아요'하고 말하려 했다. 감독님은 진짜 겸손하신 분이다. 어제레드카펫도 같이 짝꿍으로 걸어주시면서 '손을 이렇게 잡아드릴까요, 저렇게 잡아드릴까요' 하셨다"며 "현장에서는 정말 내 눈옾이에 맞춰서 대화를 수도없이 많이 해주셨다. 내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했다. 제목에 대해서도 내가 물으면 '이걸로 할까요?' 이러셨다. 웃으면서 항상 이야기해주시는 감독님이셨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허진호 감독 역시 배우들과의 호흡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감독이 현장에 나갈 때 생각이 잘 안날 수 있다. 준비해온 장면이 재미가 없거나 상투적일 때 굉장히 힘들다. 항상 배우분들과 같이 이야기하면서 어떤 현장에서 바로 그 순간, 그 공기에서 나오는 빛나는 순간들이 있다. 아까 김희애 배우가 말씀을 하셨지만 영화를 보면 '거울을 보세요' 이런 대사가 있다. 그 부분은 정말 현장에서 바로 만들어낸 상황이다. 그 장면이 너무 재밌다"며 "그 신 자체가 조금 평범할 수도 있었는데 그 대사로 갑자기 이 장면이 너무 재밌어지는거다. 해외영화제를 돌아다니면서 관객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도 그 장면에서 박장대소를 하는데 그게 참 좋았다. '현장에서 배우들이 그 순간에 만들어내는 연기, 그리고 이런 장면들이 이렇게 반응이 좋구나'라는 생각을 하게됐다"고 미소지었다.
설경구는 '보통의 가족'을 통해 장동건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이에 대해 그는 "나는 발바닥에 붙어사는 캐릭터를 많이 했다면 장동건은 판타지적인 역을 많이 했고 본인 자체가 좀 판타지적이다. 많은 분들이 늘 '장동건보다'하며 장동건 씨로 비교하지 않나"라며 "이번 촬영을 하면서 꾸준히 모니터를 보면서 '아, 발바닥이 땅에 붙어도 저렇게. 배역 이름이 '재규'인데 장동건이 재규로 발바닥에 붙어서 일상 연기를 하는 게 너무 재밌었다. 캐릭터에 맞춰진 거다. 재규의 그늘 같은 것도 보이니까 촬영하면서 너무 좋았다. 이런 이야기를 직접 장동건 씨한테 했는데, 좋더라"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반면 설경구와 김희애는 '더문', '돌풍', '보통의 가족'까지 세 번이나 함께 작업했다. 설경구는 "나는 '돌풍'은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했다. 왜냐면 나한테 제안이 안 왔다"고 너스레를 떨더니 "김희애 씨의 강력 추천으로 '돌풍'을 하게돼서, 처음으로 OTT 시리즈를 경험하게 됐다. 촬영하면서 너무 감사했다. 내가 대통령역까지하고 촬영 현장도 되게 좋아서 감사해하면서 촬영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자 김희애는 "'보통의 가족' 마지막 촬영 날에 카메라 세팅하고 이럴 때 수다 떨 시간이 있었다. 보통 '끝나면 뭐하냐'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논다'고 하시더라. '에이, 책상에 이렇게 쌓여있지 않냐'했더니 '아니다. 쉬려고 한다'고 하시더라. 매니저한테 '설경구 씨, 논다더라. 제안해보자'고 했다"며 "사실 설경구 씨는 OTT가 익숙지않아서 안 하시려고 했다. 그런데 대본과 박동호 역할이 워낙 매력적이었다. 사실 난 여러가지 다른 방식으로 촬영이 진행돼서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즐겁게 촬영하셨다고 해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장동건은 김희애와의 첫 작품에서 부부로 함께하게 됐다. 그는 "김희애 선배와 작품은 처음이기도 하고 부부 역할도 처음이라 그 점이 어려울거라 생각했다. 내가 사실 32년 전 데뷔했는데 김희애 선배님과 작품을 했다. 공채 탤런트에 처음 합격하고 같은 기수 학생들과 보조출연에 동원됐다. 처음 촬영 현장에 나갔던 드라마가 김희애 선배님이 출연하셨던 '아들과 딸'이라는 드라마였다. 논두렁을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장면에서 지푸라기 뒤에 몰래 숨어있는 역할을 했다"며 특별한 인연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그때 김희애 선배님을 처음 뵀는데 그 이후 같이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이번에 같이하면서 부부 연기를 하는데 영화의 첫 장면인 차 안에서의 신도 걱정이 많았는데 굉장히 잘 이끌어주셨다. 리액션 하나도 그 다음을 어떻게 해야할지 떠오를 정도였다. 그래서 감이 많이 잡혔다. 미세한 부분이지만 내가 연기하는데 도움을 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에 김희애는 ""나는 좀 많이 걱정을 했다. 설경구 씨도 이야기했지만 장동건 배우가 땅에 닿아있는 분이 아니다. 그런 분과 부부역할을 해야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현실적인 보통의 남편, 보통의 의사, 보통의 아버지 역할을 편안하게 해주셨다. 장동건 씨의 새로운 연기와 새로운 모습을 여러분이 어떻게 보실지 되게 기대된다"며 미소지었다.
또한 수현에 대해 "동생이지만 전혀 동생이라고 느껴지지 않고 그냥 친구같다. 어른스럽고 성격이 밝고 작업하면서 되게 즐거웠다. 토론토에 갔을 때도 외국분들도 우리 둘이 나오는 신을 좋아하셨다"며 "한국 여자들만 저런건가 했는데 외국분들도 느끼는건 다 똑같더라. 우리 둘이 센서티브한 장면이 많은데 그게 되게 재밌다. 그 분들도 재밌게 보셨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보통의 가족'은 오는 16일 극장에서 개봉하며 관객들과 만나다. 허 감독은 "나도 작품 수가 아주 많지는 않지만 꽤 된다. 항상 개봉이 다가오면 마음을 단단히 하고 있다. '보통의 가족'은 내가 이제까지 만든 작품과는 또 다른 면이 있다. 이런 서스펜스 스릴러라는 장르적인 평을 받은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며 "보고나서 한번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누구인가' 질문도 하게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기대도 하고 있다. 지금 한국영화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인데 정말 다양한 작품들, 다양한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나도 작품을 많이하고, 좋은 배우들과 또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장동건 역시 "보통 이렇게 좀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들이 지루하고 재미가 없을 거라는 선입견들이 있으실 거다.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시종일관 긴장감과 극적인 재미로 끝날 때까지 지루함을 느끼시지 않을 것 같다. 영화 마지막에 끝나고 나서 느껴지는 정체 모를 묵직한 감정을 조금 더 사유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다. 여러분께 정말 자신 있게 이 영화를 추천드린다"고 거들었다.
한편 올해 29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2일부터 11일까지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흘간 개최된다.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54편을 포함해 총 63개국으로부터 온 278편의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를 찾는다.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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