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마이데일리 = 부산 강다윤 기자] '나의 아저씨' 김원석 감독이 故 이선균을 애도하며 안타까움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4일 부산 해운대구 롯데시네마 센텀시티에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故 이선균 배우를 기억하며' 특별전이 열려 드라마 '나의 아저씨' 하이라이트 시사 및 스페셜토크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김원석 감독을 비롯해 배우 박호산, 송새벽이 참석했다.
'나의 아저씨'는 각자의 방법으로 삶의 무게를 무던히 버텨내고 있는 아저씨 삼 형제 박동훈(이선균), 박상훈(박호산), 박기훈(송새벽)과, 그들과는 다르지만 마찬가지로 삶의 고단함을 겪어왔던 거칠고 차가운 여자 이지안(아이유)이 상대방의 삶을 바라보며 서로를 치유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지난 2018년 방송돼 최고 시청률 7.4%(닐슨코리아 전국 평균기준)을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이날 '나의 아저씨' 총 16화 중 다섯 번째 에피소드인 5화가 상영됐다. 김원석 감독은 "내가 처음 생각한 에피소드는 4회였다. 기억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우리 드라마가 방송 초반에 일부 사람들에 의해서 욕을 먹은 게 아니라 평이 다 안 좋았다. 모든 기자평, 커뮤니티 평이 다 안 좋았다. 거의 범죄드라마 같았다. 그래서 선균 씨가 '감독님, 우리가 범죄자예요' 했다. 그때 뒷부분을 촬영하며 첫방이 나가서 현장에서 정말 힘들어하고 실망했다"라고 5회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4회를 기점으로 이해해 주시는 분들이 늘어나서 좋은 드라마라고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생겼다. 그렇게 인식하기 시작한 회가 4회인데 오늘 새벽 씨와 호산 씨가 나오지 않나. 사실 4회는 호산 씨의 명연기가 나오는데 5회는 새벽 씨가 첫 포문을 연다. 5회가 다채로운 인물들이 등장하고 4회부터 시작해 주셔서 5회가 실질적으로 사랑받기 시작한 첫 회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선균을 박동훈 역에 캐스팅한 이유도 밝혔다. 김 감독은 "이선균 씨가 그때 마침 '악질경찰'이라는 영화하고 'PMC: 더 벙커'라는 영화를 끝내고 힘들어하는 상태였다. 대본을 소속사 대표님께 주면서 '어떠실 것 같냐'했더니 '너무 피곤해서 쉬고 싶다고 하시더라. 대본을 드리긴 할 텐데 어떨지 모르겠다' 했다"며 "그런데 드린 그날 저녁에 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알고 봤더니 선균 씨가 '미생'을 되게 좋아했다. 대본도 안 보고 어떤 역할인지 모르고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더라"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대본도 안 보고 하겠다고 했는데 박동훈이 표현을 못하는 역할이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했다. (이선균이) 내가 아는 이선균이 전혀 남아있지 않는 상태에서 '나의 아저씨'를 했다"며 "버럭버럭하면서 감정을 드러내는 역할만 하다가 여기 와서 이러니까 처음에는 되게 이야기도 많이 하고 많이 섭섭하다고 했다. (내가) 아무것도 못하게 하니까. 촬영 감독님한테 가서 '이게 맞냐. 아무것도 못하게 한다' 했다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선균 씨가 정말 좋은 배우인 게 본인이 이해가 안 되는 역할을 거짓말로 하지 못한다. 본인 안에 있는 것을 끌어다 연기한다. 그래서 '오늘 이야기 좀 하자'라고 했다가 술만 마시고 헤어진 적도 있다. 그러다 작가님이 '뭘 안 하려고 생각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고독을 표현하면 어떨까' 말씀하셨는데 그게 본인한테 딱 맞았다. 그다음부터 달라졌다"라며 미소 지었다.
김 감독은 이선균과 박동훈의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선균 씨는 박동훈 같은 사람이다. 내가 말하기 걱정스럽고 이게 맞나 싶긴 하다. 박동훈이라는 캐릭터는 현실에 충분히 존재할 수 있지만 존재하기 어려운 캐릭터다. 평범하지만 판타지가 있는 캐릭터"라며 "그 정도 판타지까지 개인한테 똑같다고 이야기하면 부담을 느낄 수 있지 않나. 지금 하늘나라에 잇으면서도 부담을 느낄 수 있으니까. 비슷하지만 솔직히 판타지보다는 실제 존재했던 이선균이 좋은 것 같다"라고 고인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이선균은 지난해 마약투약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세상을 떠났다. 향년 48세. 김 감독은 "나는 개인적으로 말도 안 되는 기사를 낸 언론사나 검찰, 경찰이나 이런 사람들은 대중이 용인하기 때문에 그랬다고 생각한다. 그런 기사를 내서 욕먹으면 안 그랬을 거다. 그리고 우리 대중은 미디어산업시대에 절대적인 강자다. 요새는 대중이 그걸 잘 아는 것 같다"며 "내가 그냥 말씀드리고 싶은 건 자르기 전에 조금 더 기회를 주시라. 이게 범죄를 저질렀어도 기회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건 범죄도 아니고 범죄에 대한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대중에게 거슬리는 상황이 됐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거기에 내가 선균 씨한테 제안한 이 드라마가 선균 씨에게 마음의 부담이 됐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며 "사실 전혀 상관없는 여러분들한테 이 말씀을 드리는 거라 죄송하긴 하다. 그냥 조금 더 신중하게. 배우들은 정말 나약한 사람이다. 이 생업의 터전이 여러분의 지지가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기사를 낸, 말도 안 되는 허위수사내용을 유출한 사람을 응징해야 하지 않겠나 싶다. 대중의 힘으로"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의 마지막 인사 역시 이선균을 향한 애정과 믿음으로 가득했다. 김 감독은 "선균 씨, 나는 널 알아. 난 네가 무슨 짓을 했다 그래도 널 믿는다"라고 말했다.
한편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이선균을 추모하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을 개최한다. 이선균의 대표작 '파주', '우리 선희', '끝까지 간다', 나의 아저씨', '기생충' 등 6편을 상영하며 스페셜 토크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올해의 한국영화공로상 수상자로 이선균을 선정했다. 한국영화공로상은 한국영화의 위상을 드높이고, 세계적인 성장에 기여한 영화인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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