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의 단기전 운영이 확실히 달라졌다. 재평가가 시급하다.
로버츠 감독은 2016년 부임 후 단기전에 약하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가을만 되면 경질여론이 들끓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의 디비전시리즈 3차전까지 1승2패로 몰리자 4차전을 앞두고 일부 미국 언론들이 경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실제 다저스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8연패를 차지했다. 2021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지구우승을 넘겨줬지만, 2022년부터 올해까지 다시 3년 연속 서부지구 우승을 맛봤다. 그러나 이 기간 월드시리즈 우승은 2020년, 딱 한 차례였다.
심지어 2017~2018년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준우승을 제외하면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이나 디비전시리즈서 무너진 시즌도 많았다. 2020년에 마침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으나 60경기 단축시즌 및 단축 포스트시즌에 일궈낸 성과라며, 과소평가하는 일부의 시선이 있다.
그래서 다저스와 로버츠 감독은 다시 한번 월드시리즈 우승을 갈망한다. 그러나 2021년엔 챔피언싮리즈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패배했고, 2022년과 2023년엔 디비전시리즈서 무너졌다. 2022년엔 샌디에이고, 작년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패퇴했다. 심지어 작년엔 3패로 스윕을 당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인가. 그 어머니를 너무 늦게 만났다는 평가도 있지만, 어쨌든 올해 로버츠 감독의 단기전 운영은 확실히 좀 다르다. 다저스는 지구우승을 차지했지만, 로버츠 감독의 단기전 운영 논란을 떠나 월드시리즈 우승 전망이 밝지 않다. 선발진이 최근 몇 년 통틀어 가장 약하기 때문이다.
부상병동을 넘어 종합병원이다. 이번 가을야구에 정상적으로 돌릴 선발투수가 야마모토 요시노부, 이적생 잭 플래허티, 워커 뷸러 등 세 명밖에 없다. 심지어 야마모토와 뷸러마저 부상 이슈로 긴 이닝을 맡기기 어렵다.
그런데 로버츠 감독은 이런 상황서 불펜 운영을 절묘하게 해냈다. 1차전서 야마모토를 3이닝만 쓰고 내린 뒤 라얀 브레이저~알렉스 베시아~에반 필립스~마이클 코펙~블레이크 트레이넨으로 6이닝을 버텼다. 이들이 7-5 승리의 밑거름이 됐다. 2차전은 플래허티가 4실점하고 대패하자 필승조를 아꼈다. 1점차로 진 3차전서도 코펙만 1이닝을 소화했다.
이후 4차전서 대놓고 불펜데이를 했다. 1차전 선발 야마모토를 당겨쓰지 않은 이 선택이 통했다. 브레이저를 시작으로 앤서니 반다~코펙~베시아~필립스~다니엘 허드슨~트레이넨~랜던 낵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들이 완봉승을 합작했다.
5차전서도 야마모토가 좋았지만 5이닝에서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이후 필립스~베시아~코펙~트레이넨으로 4이닝을 버텼다. 결과적으로 샌디에이고 타선은 3차전 2회 6득점 이후 5차전까지 24이닝 무득점했다. 타자들 자체의 사이클이 급격히 식기도 했지만, 다저스 불펜이 기대이상의 맹활약을 펼쳤다. 로버츠 감독의 교체 타이밍이 절묘했다.
다저스 마운드의 디비전시리즈 평균자책점은 4.30으로 포스트시즌에 참가한 12팀 중 9위에 불과하다. 그러나 불펜 평균자책점은 예상을 뒤엎고 2.22로 5위다. 내셔널리그 6팀 중 0.71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다음으로 좋았다.
야수 관리도 성공적이었다. 사실 간판 1루수 프레디 프리먼은 정규시즌 막판 발목을 다쳐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디비전시리즈서도 4차전서 무리하지 않고 빼줬고, 5차전 역시 막판엔 교체하며 적절히 대처했다. 프리먼이 빠지면 맥스 먼시가 1루를 보고 키케 에르난데스를 3루에 넣었다. 중견수는 앤디 파헤스가 봤다. 멀티 포지션이 되는 토미 에드먼도 적절히 배치했다.
디비전시리즈 5차전을 중계한 SPOTV 손건영, 김형준 해설위원도 로버츠 감독이 확실히 단기전서 달라졌다고 인정했다. 특히 김형준 위원은 2차전 직후 매니 마차도의 다저스 덕아웃을 향한 공 투척 논란 이후 마차도가 고의로 그랬던 것 같지 않다고 하면서 선수단 분위기를 다잡은 게 시리즈 분위기가 달라진 기점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로버츠 감독에 대한 최종평가는 결국 월드시리즈가 끝나봐야 제대로 할 수 있을 듯하다. 당장 뉴욕 메츠와의 챔피언십시리즈서 무너지면 또 경질여론이 끓어오를 수 있다. 로버츠 감독이 부임하고 8년 내내 미국 언론들은 그랬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 디비전시리즈만 보면 로버츠 감독이 확실히 달라졌다. AI 마운드 운영이란 말까지 나왔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