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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메이저리그 진출 여부를 놓고 치바롯데 마린스와 마찰을 빚으면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지만, 역시 괴물은 괴물이었다. 바로 사사키 로키에 대한 이야기다.
사사키는 12일(이하 한국시각) 일본 홋카이도 키타히로시마의 에스콘필드에서 열린 2024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와 퍼시픽리그 클라이맥스 시리즈 퍼스트스테이지 1차전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투구수 112구, 5피안타 2볼넷 9탈삼진 무실점의 압권의 투구를 선보였다.
올해 부상으로 인해 두 달이 넘는 공백기를 가졌지만, 사사키는 정규시즌 18경기에 등판해 10승 5패 평균자책점 2.35라는 성적을 바탕으로 커리어 첫 두 자릿수 승리를 손에 쥐었다. 분명 실력적인 면에서는 오는 11월 열리는 프리미어12 대표팀에 발탁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사키는 지난 9일 발표된 사무라이 재팬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 대표팀 감독은 사사키가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된 이유로 "사사키의 실력은 알고 있다. 하지만 사사키 외에도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내주는 투수가 있었다"며 "올해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을 생각해서 보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2일 사사키의 투구는 그야말로 '무력시위'였다. 단기전에서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투구였다.
경기 초반의 흐름은 썩 좋지 않았다. 사사키는 1회 경기 시작과 동시에 선두타자 아사마 다이키에게 볼넷을 내주며 경기를 출발했다. 이후 포수의 도움을 받으며 주자를 지워냈음에도 불구하고 후속타자 키요미야 코타로에게도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하지만 이는 사사키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사사키는 이어 나온 프란밀 레이예스를 삼진 처리한 뒤 군지 유야를 3루수 땅볼로 묶어내며 무실점을 기록했다.
2회에도 이렇다 할 위기는 없었다. 사사키는 만나미 츄세이에게 이날 첫 피안타를 허용했지만, 삼진 1개와 땅볼 2개를 곁들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고, 3회에는 삼진 두 개를 솎아내며 첫 삼자범퇴를 마크했다. 그리고 4회 선두타자 레이예스에게 안타를 허용했으나, 병살타를 포함해 니혼햄의 '클린업 트리오'를 깔끔하게 요리했고, 5회 또한 병살을 바탕으로 무실점 투구를 선보이며 승리 요건을 손에 쥐었다.
여유 넘치는 투구수를 바탕으로 6회에도 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사사키는 미즈노 타츠키와 아사마를 각각 156-158km 강속구로 모두 얼어붙게 만들며 다시 한번 삼자범퇴 이닝을 펼친 뒤 7회에도 특별한 위기 없이 니혼햄 타선을 잠재웠다. 그리고 94구째에서 8회에도 마운드에 선 사사키는 삼진 두 개를 뽑아내는 등 무실점 투구를 선보인 끝에 도미넌트스타트(8이닝 1자책 이하)를 완성하고 마운드를 불펜에 넘겼다.
치바롯데는 사사키가 내려간 뒤 2-0으로 앞선 9회말 '필승조' 스즈키 쇼타(⅓이닝)와 '마무리' 마스다 나오야(⅔이닝)를 차례로 투입해 뒷문을 걸어잠그며 클라이맥스 시리즈 퍼스트스테이지 1차전을 승리, 사사키 또한 메이저리그 10개 구단 스카우트 앞에서 자신의 재능을 다시 한번 제대로 뽐냈다.
사사키는 경기가 끝난 뒤 그라운드에서 진행된 '히어로 인터뷰'에서 "1차전을 맡게 됐기 때문에 기대에 응할 수 있도록 던졌다. 선취점의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그 점수를 끝까지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포수의 리드 덕분에 좋은 투구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포스트시즌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소감을 밝혔다.
치바롯데는 올해 니혼햄을 상대로 6승 18패로 매우 약했다. 이 중에서 특히 에스콘필드에서의 전적은 최악이었다. 사사키도 이를 모르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을 쏟아냈다. 그는 "팀에게도 개인적으로도 에스콘필드는 좋은 기억이 없는 구장이었는데, 오늘 이길 수 있어서 좋았다"고 활짝 웃었다.
지난 2021년 처음 포스트시즌 무대에 섰던 사사키는 라쿠텐 골든이글스와 맞대결에서 6이닝 1실점(비자책), 지난해 소프트뱅크 호크스전에서는 3이닝 무실점, 이번에는 8이닝 무실점 투구를 선보이며 개인 통산 '가을야구' 성적을 3경기 17이닝 1실점(비자책)을 기록하게 됐다. 사사키는 장내 아나운서가 포스트시즌 성적을 읊자 "운이 좋았다"고 답했으나, 단기전 최강자의 모습을 제대로 증명했다. 프리미어12 대표팀 탈락이 실력적인 문제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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