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박승환 기자] "민폐가 되지 않겠다"
삼성 라이온즈 송은범은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PO) 1차전 홈 맞대결에 앞서 오랜만에 가을야구를 치르는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LG 트윈스에서 4경기 출전에 그치는 등 선수 커리어가 단절되는 것처럼 보였던 송은범은 올해 7월 삼성과 연봉 5000만원, 옵션 3000만원의 계약을 맺으며 현역 생명 연장에 성공했다. 당시 삼성은 "5월 중순 경산 볼파크 재활군에 합류해 체계적인 훈련을 소화한 송은범은 7월 중순 구위 점검 및 라이브 피칭을 통한 구단 최종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은 "통산 21시즌 동안 선발과 불펜에서 전천후 투수로 활약했고,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후반기 체력이 떨어진 불펜진에 새로운 힘을 불어 넣음은 물론 젊은 투수들을 이끄는 멘토로서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영입 배경을 밝혔고, 송은범 또한 "믿고 기회를 주신 구단에 감사드리고, 젊은 선수들과 소통하면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오랜 공백기를 가졌으나, 역시 베테랑은 베테랑이었다. 구속과 구위는 한창의 전성기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관록이 묻어나는 투구를 바탕으로 올해 9경기에 등판해 2홀드를 수확하는 등 평균자책점 1.08의 성적을 남겼고, 전날(12일) 발표된 플레이오프 엔트리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송은범이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는 것은 LG 소속이던 지난 2020년 이후 무려 4년 만이다.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송은범은 '은퇴 위기에서 플레이오프 엔트리까지 들어왔다'는 말에 "감사하죠"라고 말 문을 열며 "구단에서도 높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하다. 처음 1군에 올라왔을 때도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준비를 했는데, 이렇게 큰 경기도 똑같은 것 같다. 결과는 모르겠지만, 민폐가 되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다. 노력하고, 준비는 잘했으나, 결과는 하늘의 뜻이기 때문에 준비한 대로 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은범의 가장 마지막 가을야구는 2020년이지만, 사실 2022시즌 LG가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면 엔트리 합류가 예정돼 있었다고. 그는 가장 최근 가을야구를 묻자 "무릎 수술을 받기 전이었던 LG 시절이다. 사실 키움에게 지기 전에 한국시리즈에 올라간다면 엔트리에 포함이 될 예정이었다. 때문에 플레이오프 4차전을 하는 날 창원에 내려가고 있었다. 그런데 지는 바람에 차를 돌렸다. 많이 아쉬웠었다"고 말했다.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었던 만큼 송은범은 LG가 얼마나 강한지를 잘 알고 있기에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송은범은 "LG는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탄탄한 팀이라고 생각한다. 중간 투수진이 약하다고 하더라도 투·타에서 어느 팀과도 절대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 팀에 있었다는 것에 자부심도 있다"고 웃으면서도 "지금 LG와 우리는 같은 상위치에서 출발을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경기 감각, LG는 피로도가 걸림돌이다. 하지만 우리가 1차전에서 감각이 빨리 올라온다면, 시리즈가 쉽게 끝날 수도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재 '끝판왕' 오승환이 엔트리에서 제외된 까닭에 삼성 선수단 내에서 가장 가을야구 경험이 많다. 송은범은 "너무 오래된 이야기다. 삼성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도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1군에서 뛴 것도 한 달 밖에 되지 않는다. 아직도 선수들이 내게 접근을 잘 못한다. 거의 신인이라고 봐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투수들에게는 마운드를 내려오기 전까지 절대 긴장을 풀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보통 투수들이 1이닝을 던질 때 2아웃을 잡고 마음을 놓을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런 큰 경기에서는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송은범은 "(박진만) 감독님께서 100경기 이상, 큰 경기를 많이 하셨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큰 경기에서 경기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으실 것 같다"며 "나는 처음에도 말했지만, 민폐만 되지 말자는 생각이다. 시즌을 처음부터 치렀다면 '1년 동안 고생한 것에 대한 보너스 경기'라고 생각했을 텐데, 나는 고작 9월 한 달만 뛰었다. 그래서 기존의 선수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감독, 코칭스태프가 나를 어떻게 활용할지 모르겠지만, 믿고 엔트리에 넣어주셨기 때문에 민폐가 되지 않고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평소 마운드에서 찡그리는 표정을 지을 때면 항상 호투로 이어지는 징크스(?)를 가진 송은범은 '오늘은 찡그릴 것이냐, 웃을 것이냐'는 말에 "햇빛이 너무 뜨겁다. 자동으로 찡그리지 않을까요?"라며 필승을 다짐했다.
대구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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