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박승환 기자] 삼성 라이온즈가 한국시리즈 진출 75.8%의 확률을 손에 쥐었다. 정규시즌이 끝난 뒤 오랜 공백기를 가졌지만 실전 감각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경기 초반부터 LG 트윈스의 마운드를 폭격했다.
삼성은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PO) 1차전 홈 맞대결에서 10-4로 완승을 거뒀다.
▲ 선발 라인업
LG : 홍창기(우익수)-신민재(2루수)-오스틴 딘(1루수)-김현수(좌익수)-오지환(유격수)-문보경(3루수)-박동원(포수)-박해민(중견수)-문성주(지명타자), 선발 투수 최원태.
삼성 : 김지찬(중견수)-윤정빈(우익수)-구자욱(좌익수)-르윈 디아즈(1루수)-박병호(지명타자)-강민호(포수)-김영웅(좌익수)-이재현(유격수)-류지혁(2루수), 선발 투수 데니 레예스.
준플레이오프에서 LG가 KT 위즈를 격파하면서, 지난 2002년 이후 무려 22년 만에 LG와 삼성이 가을 무대에서 만났다. 박진만 감독은 플레이오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백정현이 부상을 당하는 등 코너 시볼드와 오승환, 최지광이 엔트리에서 빠지는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시리즈가 4차전에 끝날 것으로 내다봤다. 사령탑은 "4차전 안에 끝내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 한국시리즈 가서 할 수 있는 여건이나 상황들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4차전 안에 끝내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무려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손에 쥔 염경엽 감독은 "몇 승, 몇 패를 이야기해도 마음 대로 되는 것이 아니지 않나.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서 이길 수 있는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 3차전이든, 4차전이든, 5차전이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이길 수 있는 경기는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1차전에서 미소를 짓는 팀은 삼성이었다.
▲ 염경엽의 빗나간 믿음, 또 큰 경기에서 작아진 최원태
최원태는 올 시즌 24경기에 등판해 9승 7패 평균자책점 4.26의 성적을 남겼다. 정규시즌 삼성을 상대로는 2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0.84로 매우 강했고, 개인 통산 맞대결 또한 19경기에서 9승 4패 평균자책점 4.30으로 나쁘지 않았다. 다만 최원태의 변수는 역시 큰 무대에 약한다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염경엽 감독은 경기에 앞서 "페넌트스에서 기복이 있을 때에도 최원태는 삼성을 상대로는 긁히는 날이었다. 그걸 기대하고 있다. 오늘 원태가 긁히는 날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하지만 경기 시작부터 최원태는 폭격을 당했다. 최원태는 1회 경기 시작부터 윤정빈에게 우익수 방면에 2루타를 맞더니, 이어 나온 구자욱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하며 1사 1, 3루에 몰렸다. 일단 최원태는 르윈 디아즈의 아웃카운트와 한 점을 맞바꾸며 최소 실점으로 1회를 마쳤고, 2회에는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삼성의 공격을 잠재우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3회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최원태는 3회에도 시작과 동시에 김지찬에게 안타를 맞더니, 후속타자 윤정빈에게 또다시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1, 3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후 구자욱과 맞대결에서 3구째 138km 커터를 던졌는데, 이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방망이를 휘두른 구자욱의 타구는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스리런홈런으로 연결됐다. 경기 분위기가 순식간에 삼성 쪽으로 기우는 순간. 대량 실점 이후 빠르게 아웃카운트 세 개를 만들어내며 이닝을 매듭지었지만, 최원태는 결국 4회를 넘기지 못했다.
0-4로 뒤진 4회말 최원태는 1B-2S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김영웅에게 이번에는 126km 체인지업을 공략 당했고, 이 타구 또한 우측 담장을 넘어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거듭되는 실망스러운 투구에 LG 벤치의 인내심은 한계에 달했고, 결국 최원태는 이번에도 5이닝은 커녕, 3이닝 만에 무려 5점을 헌납한 뒤 마운드를 내려가는 굴욕을 겪었다.
▲ '쾅쾅쾅!' 공백기는 찾아볼 수 없었던 삼성의 방망이
염경엽 감독이 최원태를 향해 믿음을 내비쳤다면, 삼성은 그동안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2번 타순에 윤정빈을 배치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리고 이 카드가 제대로 적중하면서 그야말로 LG 마운드를 폭격했다. 삼성은 1회부터 윤정빈과 구자욱의 연속 안타와 디아즈의 희생플라이를 바탕으로 손쉽게 선취점을 손에 넣으며 경기를 출발했다. 그리고 3회부터 삼성의 방망이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특히 2회에도 김지찬이 안타를 치고 출루한 뒤 윤정빈이 연속 안타를 뽑아내면서, 박진만 감독의 2번 투입은 그야말로 완벽하게 적중했다. 그리고 삼성은 구자욱이 최원태를 상대로 달아나는 스리런포를 폭발시키며 4-0으로 달아났다. 이에 LG도 4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오지환이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고삐를 당겼다. 하지만 흐름을 탄 삼성의 방망이는 매서웠다. 삼성은 4회말 선두타자 김영웅이 솔로홈런을 쏘아 올리며 최원태를 마운드에서 끌어내리는데 성공했다.
분위기를 탄 삼성의 방망이는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삼성은 5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구자욱이 볼넷으로 물꼬를 틀더니, 이번에는 디아즈가 LG의 바뀐 투수 김진성을 상대로 1B-2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존 낮은 코스에 형성된 127km 포크볼을 힘껏 퍼올려 다시 한번 담장 밖으로 타구를 보내면서 점수차는 7-1까지 벌어졌다. 그리고 삼성은 추가 득점엔 실패했으나, 박병호와 강민호까지 안타를 터뜨리면서 역대 플레이오프 5번째, 포스트시즌 18번째 선발 전원 안타를 완성했다.
LG도 다소 늦었지만, 고삐를 당겼다. LG는 7회초 문보경이 2루수 키를 살짝 넘어가는 안타를 뽑아내는 등 2사 1루의 기회를 잡았다. 여기서 삼성은 6⅔이닝을 단 1실점(1자책)으로 막아낸 데니 레예스를 내리고 송은범을 투입하며 뒷문 단속에 나섰다. 여기서 LG는 박해민의 안타로 공격 기회를 이어갔고, 문성주가 친 타구가 투수 송은범의 손바닥을 맞고 굴절되는 내야 안타를 뽑아낸 뒤 삼성 1루수 디아즈의 실책과 신민재의 적시타를 바탕으로 간격을 7-4까지 좁혀냈다.
하지만 마지막에 웃는 것은 삼성이었다. 삼성은 7회말 선두타자 디아즈의 볼넷과 박병호의 안타와 김영웅의 볼넷으로 마련된 1사 만루에서 이재현이 LG 이지강을 상대로 희생플라이를 쳐 승기를 잡았고, 8회말에는 폭투 두 개로 쐐기를 박았다. 그리고 삼성은 레예스(6⅔이닝 3실점) 이후 송은범(1실점)-이승현-김윤수(⅓이닝)-임창민(1이닝)-김태훈(⅔이닝)-김재윤(⅓이닝)을 투입했고, 경기 초반에 잡은 승기를 지켜내며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 75.8%를 손에 쥐었다.
대구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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