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박승환 기자] 이쯤되면 완벽한 트레이드 실패가 아닐까. 두 명의 유망주와 1라운드 지명권까지 내주는 출혈을 감수할 정도였는지 의문이 들정도다.
LG 트윈스 최원태는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PO) 1차전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3이닝 동안 투구수 50구, 7피안타(2피홈런) 3탈삼진 5실점(5자책)으로 박살이 났다.
LG는 지난해 페넌트레이스는 물론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키움 히어로즈와 트레이드로 승부수를 띄웠다. 확실한 선발 자원인 최원태를 영입하는 대가로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3순위의 이주형과 2023년 2라운드 전체 17순위의 투수 김동규에 이어 2024년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까지 모두 내줬다. 두 명의 유망주에 이어 1라운드 지명권까지 내줄 정도로 우승에 목이 말라있었던 셈이다.
키움에서 17경기에 등판해 6승 4패 평균자책점 3.25로 가치가 정점을 찍었을 때 영입한 최원태는 실망 그 자체였다. LG의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은 이후 9경기에서 3승 3패 평균자책점 6.70으로 허덕인 것. 이에 염경엽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만 한 경기를 제대로 던져주면 된다는 뜻을 밝혔는데, 오히려 가을무대에서 최원태의 모습은 더욱 처참했다. 최원태는 한국시리즈 첫 선발 등판에서 ⅓이닝 만에 2피안타 2볼넷 4실점(4자책)으로 무너졌고, 구원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두 번째 경기에서도 1이닝 2볼넷 1실점(1자책)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결과적으로 정규시즌은 물론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올리면서, LG는 목표를 달성했지만, 최원태의 트레이드를 고려했을 때는 마냥 웃을 수 없었다. 그래도 원하는 것은 손에 쥔 만큼 LG는 2024시즌이 끝난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을 예정인 최원태가 올해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었다. 하지만 24경기에서 9승 7패 평균자책점 4.26으로 지난해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올해는 선발 등판을 앞두고 휴식을 취하는 과정에서 어이 없는 부상을 당하는 등 오히려 LG를 난처하게 만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는 가을무대에서 최원태에게 선발 기회를 맡길 수밖에 없었는데, 이번에도 제대로 발등을 찍히는 중이다. 지난 8일 KT 위즈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선발의 중책을 맡은 최원태는 불과 2⅔이닝 만에 3실점(2자책)을 기록하며 또다시 실망감을 남겼다. 정규시즌은 물론 커리어 내내 KT를 상대로 매우 강력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최원태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사령탑은 경기에 앞서 "최원태는 페넌트레이스를 할 때도 좋을 때, 나쁠 때의 기복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고 삼성을 상대로는 긁히는 날이었다. 그걸 기대하고 있다. 오늘(13일) 원태가 긁히는 날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더욱 처참한 결과를 남겼다.
최원태는 1회 시작부터 윤정빈과 구자욱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실점 위기를 자초하더니, 르윈 디아즈에게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선취점을 내주며 경기를 출발했다. 하지만 최소 실점으로 위기를 탈출했고, 2회를 무실점으로 마친 만큼 올해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84로 삼성에게 매우 좋았던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는데,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최원태는 3회말 선두타자 김지찬과 윤정빈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1, 3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후 구자욱을 상대로 1B-1S에서 던진 3구째 138km 커터가 스트라이크존 높은 코스에 형성됐고, 이를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거침없이 방망이를 돌린 구자욱의 타구는 우측 담장을 넘어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이로 인해 최원태의 실점은 순식간에 4점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이 실점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3점 홈런을 맞은 뒤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아 이닝을 매듭지은 최원태는 4회에도 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번엔 선두타자 김영웅에게 초구 체인지업을 공략당했고, 이 타구 또한 우월 솔로홈런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4회를 끝내지도 못한 채 3이닝 7피안타(2피홈런) 5실점(5자책)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경기 초반부터 최원태의 난조로 인해 승기를 빼앗긴 LG는 뒤늦게 추격의 고삐를 당겼으나, 끝내 흐름을 뒤집지 못하고 4-10으로 완패했다.
경기가 끝난 뒤 염경엽 감독은 "선발 싸움에서 밀리면서 전체적으로 어려운 경기가 됐다. 삼성 타자들이 (최)원태의 실투를 잘 쳤다"며 혹시나 최원태의 몸 상태에 문제가 있느냐는 물음에 "전혀 이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사령탑은 "(최)원태가 긁히는 날이 됐으면 했는데, 되지 않아서 아쉽다"고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LG를 떠나 키움의 유니폼을 입은 이주형은 올해 잦은 부상으로 인해 어려운 시간을 보냈지만, 115경기에 출전해 126안타 15홈런 60타점 82득점 타율 0.266 OPS 0.754의 성적을 남기며 프리미어12 대표팀 35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최원태는 정규시즌에서도 10승을 수확하지 못한 데 이어, 포스트시즌에서도 거듭 실망스러운 모습만 되풀이고 있는 상황. 어차피 올 시즌이 끝난 뒤에는 FA 자격을 얻는 가운데, 지난해 LG가 추진한 트레이는 완전히 '실패'가 되는 모양새다.
대구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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