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라우어는 다가가기 어려웠는데…”
KIA 타이거즈 왼손 스리쿼터 곽도규(20)와 대화를 해보면 깜짝 놀란다는 사람이 많다. 보통의 20세 청년들에게 들을 수 없는 말을 구사한다. 이를테면 그는 “사람들이 ‘쟤는 제구 안 되는 피처'라고 하는데, 내 투구폼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세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KIA 유튜브 채널 갸티비를 보면 간혹 외국인선수들 곁에 곽도규가 붙어 얘기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런데 통역을 대동하지 않고 ‘프리토킹’을 한다. 물론 곽도규는 “실제로 그렇게 잘 하는 건 아니고, 정말 간단한 대화”라고 했다. 그러나 기본적인 의사소통의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곽도규는 학구파 투수다. 책도 많이 보고, 공부하는 걸 좋아한다고 스스럼없이 말한다. 12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그는 “영어 공부는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했다. 그땐 프로에서 지명을 받지 못할 까봐 그랬는데, 프로에 와보니 외국인선수들과 소통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자연스럽게 제임스 네일, 에릭 라우어,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깊은 얘기를 나눈다. 특히 같은 투수인 네일, 라우어와는 기술적인 대화도 하고, 쉬는 날에 같이 쇼핑도 나가고 밥도 먹는 사이다. 네일과 라우어는 곽도규가 당연히 고마울 것이다.
곽도규는 “쉬는 날 저녁도 같이 먹고, 서울 원정을 가면 같이 놀러 나가기도 한다. 통역을 거치지 않고 야구인으로서 경기가 끝나면 서로 자신의 느낌을 얘기하는, 그런 대화가 많다”라고 했다. 특히 말이 많고 활발한 네일과 쿵짝이 잘 맞는 듯하다.
곽도규는 “네일도 그렇고 라우어와도 잘 맞는다. 라우어는 처음엔 다가가기가 좀 그랬는데…네일보다 소심한 부분이 있어서. 그런데 둘 다 야구에 진심이고 나도 항상 두 사람에게 배우려고 하다 보니 서로 보완점도 얘기하고, 아쉬운 점도 얘기하다 보면 정리가 된다”라고 했다.
우연찮게 시작한 영어공부가 실제 곽도규의 야구선수로서의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영어를 잘 할 줄 모르는 선수에 비해, 곽도규는 확실히 유리한 점이 있는 셈이다. 나아가 곽도규는 피치터널 이론에 대해 직접 공부했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곽도규는 “그냥 던졌던 공들이, 어떻게 가는지, 어떻게 쓰이는지 알고 싶었다. 내 공에 대한 가치를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작년 겨울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드러이브라인 베이스볼센터에 다녀오면서 피치터널을 공부한 효과는 더욱 더 빛을 발한 듯하다. 자신의 야구에 대해 확실하게 정립했다.
올 시즌 곽도규는 71경기서 4승2패2세이브16홀드 평균자책점 3.56으로 맹활약했다. 제구가 불안하던 작년과 확연히 달라졌다. 그러나 피치터널을 공부하며 자신의 구종 가치를 더 끌어올렸다. 포크볼도 구사하기 시작했다. 영어를 미리 공부해둔 덕분에 외국인투수들과 정교한 피드백 교환도 가능하다. 이래서 사람은 공부를 해야 발전하나 보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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