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저도 그 동작을 사랑했는데…”
KIA 타이거즈 좌완 학구파 스리쿼터 곽도규(20)에겐 올해 와인드업 투구가 사라졌다. 주자가 있든 없든 세트포지션으로만 투구한다. 폼이 작아졌지만, 150km을 거뜬히 찍을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더 이상 특유의 ‘덩실덩실 어깨춤’은 볼 수 없다.
곽도규는 신인시절이던 2023년, 와인드업을 할 때 양 어깨를 두~세 차례 흔들고 투구해 화제를 모았다.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당시 제구 기복이 심했다. 고심 끝에 올 시즌을 앞두고 폐기했다.
그러자 제구가 살아났다. 단숨에 전상현과 함께 마무리 정해영으로 가는 길을 가장 잘 닦는 셋업맨이 됐다. 올 시즌 71경기서 4승2패2세이브16홀드 평균자책점 3.56으로 맹활약했다. 포크볼을 장착한 것도 도움이 됐다.
그래도 어깨춤이 사라진 게 너무 아쉽다. 모든 투수가 획일화된 폼으로 던질 필요가 있을까. 지난 12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곽도규에게 물어봤다. 그는 “피치클락의 문제는 전혀 아니었다. 아직 내가 내 몸을 사용할 수 있는 선에서 조금 과한 동작이었다고 생각해서 하지 않게 됐다”라고 했다.
와인드업을 통해 어깨춤을 추는 루틴이, 사실 힘을 모으는데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걸 깨달았다. 곽도규는 “다리를 뒤로 제쳐서 팔을 머리 뒤로 뺐다가 던지는 동작이, 눈으로 볼 때는 크지만, 데이터를 볼 때 힘 전달이 좋지 않았다. 불필요하고 효율이 떨어지는 동작이었다. 더 작은 동작으로도 중심이동하는 과정에서 파워를 잘 전달하는 동작으로 바꿨다”라고 했다.
그러면 어깨춤을 언제부터 췄을까. 곽도규는 “다리를 뒤로 빼서 머리 위로 글러브를 드는 동작은 고등학교 때 사이드로 팔을 내리면서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동작은 2군에서 라이브 피칭을 하는데… 왜 와인드업을 하는데 좀 엉덩이를 흔들면서 리듬을 타는 투수들이 있잖아요. 그런 가벼운 동작이었는데 그런 작은 흔들림도 되게 독특해 보인다고 해서 그 동작을 크게 해서 신경 쓰이게 하면 어떻겠느냐고 해서 하다 보니까 좀 그렇게 큰 동작이 됐다”라고 했다. 결국 프로에 입단해서 딱 1년만 어깨춤을 췄던 것이다.
곽도규에게 그 어깨춤을 다시 보고 싶다고 하자 웃더니 “저도 그 동작을 사랑했는데”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다시 내 몸을 컨트롤 할 수 있게 된다면, 다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완전한 이별은 아닌 셈이다.
이밖에 곽도규는 이범호 감독이 개막전부터 자신을 박빙 리드 상황에 투입해 좋은 결과를 낸 뒤부터 완전히 좋은 흐름을 탔다며, 특히 감사함을 표했다. “작년엔 야구장에 출근해도 내가 오늘 던질 수 있을지 의문이 많았다. 그냥 앉아있는 날이 많았다. 올해는 개막전부터 홀드 상황서 내보내 줬다. 자신 있게 던지게 됐다”라고 했다. 3월23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 홀드(⅓이닝 1탈삼진 무실점)를 의미한다.
곽도규는 학구파 투수다. 피치터널을 공부하는 중이고, 작년 겨울 미국 시애틀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센터에 다녀와서 투구밸런스도 점검하고 구종도 추가하면서 경쟁력이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인터뷰 도중 지나가던 심재학 단장은 “호크아이를 통해 보니, 상무전서 공이 사이드로 향하는 움직임이 더 좋아졌다”라고 했다.
곽도규는 KIA의 통합우승을 견인해야 할, 없으면 안 될 투수가 됐다. 한국시리즈를 마치면 프리미어12 훈련에도 참가한다. 태극마크를 달 가능성도 충분하다.
광주=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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