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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함평 김진성 기자] “라인선상으로 치지 마라. 옛날 생각난다.”
15일 함평KIA챌린저스필드. KIA 타이거즈 선수들이 챔피언스필드 잔디보식작업 관계로 이날 훈련만 2군 홈구장에서 진행했다. 전날 롯데 자이언츠와 연습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이날은 라이브배팅 없이 간단하게 훈련을 소화했다. 대신 14일부터 합숙에 돌입, 자체적으로 긴장감을 끌어올린 상태다.
그런데 타자들의 타격훈련을 돕던 손승락 수석코치가 최형우에게 장난을 쳤다. 대뜸 “라인선상으로 치지 마라. 옛날 생각난다”라고 했다. 최형우는 한, 두 번 들은 게 아닌 모양이다. 심지어 웃더니 “수석코치님이 온지 3개월 정도 됐는데, 3개월 내내 그 얘기 한다”라고 했다.
사연은 2014년 한국시리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최형우는 ‘왕조’ 삼성 라이온즈의 4번타자였다. 손승락 수석코치는 넥센 히어로즈의 마무리투수였다. 11월10일 서울 잠실구장. 2승2패로 맞선 5차전. 9회초까지 넥센의 1-0 리드. 9회말만 버티면 넥센이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1승만 남겨두는 것이었다.
당시 넥센의 마운드는 당연히 손승락 수석코치가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삼성이 9회말 1사 후 넥센 유격수 강정호의 포구 실책으로 찬스를 잡았다. 야마이코 나바로가 출루했다. 박한이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채태인이 우전안타를 날려 2사 1,3루 찬스를 잡았다. 타구가 느리게 외야로 빠져나가면서 1루 주자 나바로가 여유 있게 3루에 들어갈 수 있었다.
후속타자가 최형우였다. 삼성은 김헌곤이 채태인의 대주자로 1루를 밟았다. 여기서 최형우가 킬러 본능을 발휘했다. 손승락 수석코치로부터 우측 라인선상을 타고 깊고 느리게 빠져나가는 2루타를 날려 주자 2명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이는, 극적인 끝내기 2타점 2루타를 쳤다. 삼성이 1회초부터 9회말 2사까지 3시간 11분간 지다 마지막 1분 이긴 셈이었다. 당시 기자가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생생히 기억난다.
최형우는 당연히 10년전 그날 그 끝내기 2루타가 한국시리즈 생애 최고의 순간이다. 그는 회상에 젖더니 “그때 짜릿했죠. 그거 때문에 우승했으니”라고 했다. 실제 삼성은 그날 지기 일보 직전서 대역전 승리를 따내 시리즈 스코어 3-2를 만들었다. 결국 6차전서 대승하며 4승2패로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를 달성했다.
단, 최형우에게 당시 통합 4연패는 짜릿했지만, 내심 한국시리즈 MVP를 노렸는데 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당시 한국시리즈 MVP는 나바로가 가져갔다. 최형우는 “그때 6차전에 홈런을 쳐서. 난 살면서 MVP는 받을 수 없다고, 옛날에 어느 기사에서 말했다. 그걸 내려놨다. 그런데 그때 생각은 난다”라고 했다.
최형우는 2014년의 그 짜릿한 한 방을 다시 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린다. 당시 적이던 손승락 수석코치와 한 배를 탄 게 참 흥미롭다. 손승락 수석코치에게 10년 전 그 순간은 악몽이지만, 이젠 최형우가 한 방을 터트리길 간절히 바라는 사람 중 한 명이다.
함평=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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