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멋있었어"…봄여름가을겨울, 과거의 에센스+현대의 기술로 '뉴믹스' [MD현장](종합)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밴드 봄여름가을겨울(김종진 故 전태관)이 1989년 발매한 두 번째 앨범을 35년 만에 '뉴믹스'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자부심과 부모와 자녀가 함께 듣는 음악이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봄여름가을겨울은 16일 서울 마포구 CJ아지트 광흥창에서 두 번째 앨범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 발매 35주년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은 지난 1989년 발매된 봄여름가을겨울의 두 번째 앨범이다. 발매 35주년을 맞아 오리지널 아날로그 멀티 테이프로부터 다시 믹스해 완전히 새로운 사운드의 앨범을 발표하며 봄여름가을겨울의 업사이클링 철학을 음악에 담았다.

앨범에는 타이틀곡 '어떤 이의 꿈'과 '쓸쓸한 오후', '봄 여름 가을 겨울', '내품에 안기어',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오면', '열입고 그리고 스물넷', '사랑해(오직 그대만)', 연주곡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 '그대, 별이 지는 밤으로', '못다한 내 마음을…'이 수록됐다. 17일 정오 디지털 스트리밍으로 출시 후, 아날로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바이닐(Vinyl) 한정판으로 제작해 발매할 예정이다.

이날 김종진은 "3개월 간 스튜디오를 거의 통으로 쓰다시피 하면서 믹스를 했다. 믹스를 했다는 게 요즘 음악을 들으시는 분들한테는 와닿지 않을 수가 있다. 보통 리마스터링이라는 말은 흔히 많이들 쓰신다. 이 음악을 그대로 가져다 스튜디오에서 좋게 만들면 리마스터링이다. 우리는 뉴믹스를 했다. 아날로그 테이프를 스튜디오에 가져와서 완전히 새로 풀어서 믹스를 했다"며 "믹스 기준은 과거의 음악을 그대로 쓴다. 그대로 쓰되 수선을 해서 지금 들어도 그 어떤 음악보다 뒤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힙해서 힙스터들이 '이렇게 좋은 음악이야'라고 추천할 수 있을 정도의 음악으로 만들어본다는 기준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것을 너무 고집하지는 않았다. 음악산업 중에서 가장 발달한 게, AI의 힘도 있지만 스튜디오 안에서 엔지니어들 그리고 뮤지션들도 컴퓨터로 음악을 하게 되면서 믹싱과 마스터링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다"며 "내가 이렇게 보면 연주력은 고만고만한 것 같다. 보컬의 능력도 과거의 분들이 더 뛰어나지 않은가 생각이 된다. 이 갖고 있는 재료를 만들어 보컬 튜닝을 하고 음악을 끌어올리면 오히려 너무 좋게 보인다. 그렇게 만드는 믹싱 기술이 정말 발전한 것 같다. 그런 현대 기술을 사용해서 '35년 전 음악도 요즘 기술로 믹스를 하면 어떻게 들릴까' 그런 질문을 갖고 작업을 했다. 해답은 여러분한테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4 MIX' 앨범은 '메이크-두-앤드-멘드(Make-Do-And-Mend)'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따뜻하고 평온한 공기로 가득한 시대에 즐겨 들었던 사운드를 현재로 불러와 애정을 담아 수선하고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을 통해 현재에도 당시의 음악을 마음껏 즐길 수 있기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이 직접 참여한 세 달간의 믹스를 거친 극상의 음질을 추구했다.

김종진은 "과거의 에센스를 그대로 간직하면서 현대의 기술로 가장 좋은 사운드를 구현해서 모든 세대가 같이 들을 수 있는 걸 만드는 게 작업의 가장 중점이었다"며 "기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요즘 음악들은 저음이 풍부하다. 그리고 가사 전달력이 굉장히 선명하다. 또 하나는 과거에는 뮤지션들의 개별적 연주들도 굉장히 많이 들었다. 하지만 요즘은 하지만 요즘은 그런 것은 차치하고 뭉뚱그려진 사운드가 사람들한테 파도처럼 들리도록 하는 트렌드가 있다. 그것에 있어서만큼은 우리가 조금 다른 접근을 했다"라고 포인트를 짚었다.

이어 "개별적 악기 연주자들의 연주소리, 이 앨범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5명이 밴드로 연주를 했고 거기에 추가로 곡에 따라서 트럼펫이나 색소폰이 추가가 되는 정도다. 가령 드럼을 듣겠다며 '난 드러머 전태관의 팬이 되겠다'라고 들으면 그렇게 될 만큼이다. 드럼만도 따로 들을 수 있게 각 악기 연주가 분리가 되도록 작업을 해봤다"며 "지금은 거의 전설인 세계적인 마스터링 엔지니어 버니 그룬만에게 마스터링을 의뢰했다. 세계에서 가장 사운드가 좋았다는 앨범을 마스터링 한 분인데 지금도 살아계신다. 사실 우리는 극상의 음질을 추구하는 편이다. 상상을 뛰어넘는 정도의 극상을 추구하는 정도라서 음악 애호가 정도 되셔야 알아들을 수 있는 툴들을 계속 이용했다. 너무 기술적인 이야기 같아서 다음에 따로 유튜브 등을 통해 전문적인 이야기를 들려보겠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봄여름가을겨울은 1986년 결성됐으나 1988년 김종진과 전태관 2인조로 재편해 첫 번째 앨범 '봄.여름.가을.겨울'을 발매했다.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은 이듬해 발매된 두 번째 앨범이다. 지난 2018년 8월 음악평론가들이 모여서 정하고 멜론을 통해 발표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86위에 오르기도 했다. 봄여름가을겨울은 한국대중음악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김종진은 버스 정류장 앞 레코드 가게에서 음악이 들리고, 남녀노소가 다 똑같은 음악을 듣던 시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도 같은 음악을 듣지 않는 시대가 됐다. 내 딸과 아들도 무슨 음악을 요즘 즐겨 듣는지 모른다. 이어폰으로 듣지 않나. 그리고 그 노랫말이 그 친구들한테 어떤 영향을 미쳐서 어떤 길로 가게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며 "하지만 내가 만든 음악은 35년 전 그 사람들이 들었던 우리 선배들이 들었던 음악이다. 그때 20대였다면 지금 50대다. 그분들의 자녀가 20대일 거다. 나는 이 음악을 엄마와 아들이, 아빠와 딸이 같이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자신의 바람을 전했다.

그러면서 "부모와 자녀가 같이 들으면서 '우리는 이런 음악을 들었는데 너희는 어떠니. 들을만하니' 이 정도가 아니라 '야, 우리는 이런 음악을 들었어. 죽이지 않니. 노랫말도 멋지고 연주편곡도 멋지고 사운드도 죽이지. 우리 이렇게 멋있었어'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같은 음악을 듣고 공감하면서 자녀가 부모님의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어떤 매개체로 음악이 한 몫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아마 지금 20대 청년들도 언젠가 자기 다음 세대와 같은 음악을 공유하고 토론도 하는 전통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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