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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남혜연 기자] '차줌마' 차승원은 없었다. 확 달라진 얼굴과 부위기 까지.
배우 차승원이 27년의 연기 내공을 입증, 또 한 번 도전에 나섰다.
지난 11일 넷플릭스 영화 '전,란' 공개 이후, 나라의 위기를 외면하고 왕위의 재건에만 힘쓰는 '분노 유발' 선조를 완벽하게 연기한 차승원의 변신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극 중 차승원은 어두운 낯빛, 얼굴 옆까지 난 거친 수염, 하늘로 치솟은 눈썹을 하고 이제껏 본 적 없는 강렬한 비주얼을 지닌 선조로 등장했다. 이어 광기 어린 눈빛으로 "임금이나 노비나 대동하다? 진정 왕과 노비가 대동한가"라고 눈물 섞인 울분을 토하며 이야기의 시작부터 시선을 집중시켰다.
차승원은 임진왜란 시기, 백성들을 버리고 도피하는 군주의 어둡고 무책임한 면모를 입체적으로 그렸다. 그는 피란 중 반찬 투정을 하고, 백성들이 경복궁을 불태웠다는 말에 "내 백성이? 왜?"라고 아둔한 질문을 던지거나 성난 백성의 반란에 허우적대며 도망가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제대로 유발하는 동시에 인물의 한없이 나약한 면모를 부각해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그는 또 7년 만에 도성으로 돌아와 나라의 안위보다는 자신의 권위 회복을 우선으로 경복궁 재건에만 힘을 쏟고, 의병들을 시기 질투해 역모꾼으로 몰아 처형하는가 하면 소금 더미에서 쏟아지는 잘린 코에 놀라 우스꽝스럽게 넘어지고, 결국 백성들에게 조롱의 대상이 되는 왕의 말로까지 복합적인 인물을 무게감 있게 소화하며 극의 전반에 걸쳐 중심축 역할을 톡톡히 했다.
차승원은 고약하면서도 왕의 위엄은 살아있는, 매 장면마다 다양한 변화를 보여줘야 하는 어려운 경계를 섬세하고 균형 있게 넘나들면서 실제를 기반으로 한 역사적 암군 통치의 참담함을 상징적으로 그려내 난세 속 지도자의 역할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이달 초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차승원은 "많은 이들이 거쳐간 선조 역할이라 차별을 두기 위해 고민이 많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캐릭터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체중 감량과 거친 수염 분장, 눈썹의 각도, 피부 결 표현까지 디테일한 설정을 더했고, 광기 어린 눈빛에 목소리의 단단함과 어긋남을 교차하며 던지는 힘 있는 대사, 무력해진 왕이 겪는 잦은 심리 변화를 특출나게 그려 오랜 연기 내공을 바탕으로 한 '차승원표 선조'를 탄생시켰다.
차승원은 이번 작품을 통해 커리어의 새로운 정점을 찍으며 연기 인생 27년 중 N번째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차승원은 오는 23일 '전,란'을 제작한 박찬욱 감독 그리고 배우 강동원, 정성일과 함께 스페셜 GV에 참석해 관객들과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남혜연 기자 whice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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