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컴백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가왕' 조용필이 스무번째 정규앨범으로 돌아왔다. 역시 가왕, 역시 가왕이다.
22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조용필 스무 번째 정규앨범 '20'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진행은 음악평론가 임희윤이 맡았다.
'20'은 조용필의 음악 세계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앨범이다. 지난 2022년 '로드 투 트웬티-프렐류드 원(Road to 20 - Prelude 1)을 시작으로 지난해 발매된 '로드 투 트웬티-프렐류드 투(Road to 20 - Prelude 2)를 거쳐 신곡을 다수 추가해 완성한 정규 앨범을 통해 마침내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는다.
이날 조용필은 "내 나이가 벌써 70살이 넘어서 신곡을 발표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다. 그렇지만 열심히, 열심히 해 봤다. 1집부터 시작해 20집까지 했다. 아마 앨범으로서는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좋은 곡이 있으면 또 좋은 곡을 만들며 할 예정"이라고 스무 번째 정규앨범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달 초까지 (정규 20집) 녹음을 했다. 10월 첫 주까지"라며 "한 곡이 더 있는데 그 곡을 완성시켰다. 그러고 나서 그 곡은 이 앨범에 참여를 못했다. 조금 성향이 이 앨범의 노래들과 다르다. 이다음에 내기로 결정을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20집으로 마지막을 찍는다고 생각을 하시더라. 나는 앨범으로서는 아마 마지막이다. 이제 두 곡 내지 몇 곡씩"이라면서도 "그런데 모르겠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될지는. 또 약간 미쳐가지고 21집까지 낼지도 모르겠다"라고 열어둬 눈길을 끌었다.
첫 곡이자 타이틀곡 '그래도 돼'는 이 시대 모든 이들을 위한 뭉클한 응원가다. 이제는 자신을 믿어보라고, 조 금 늦어도 좋다고 토닥여주는 노래다. 메시지는 뭉근하되 음악의 색채는 시원하다. 호쾌한 전기기타, 청량감 넘치는 절창, 고해상도의 사운드가 총동원돼 조용필만의 모던 록을 완성한다.
조용필은 "올봄에 TV로 스포츠 경기를 보는데 우승자가 챔피언 세리머니를 하지 않나. 같이 싸웠던 1, 2등을 나누는 선수 한 분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지니까 카메라가 전혀 안 가고 우승자만 비추더라. 나는 패자의 마음은 어떨까 싶었다. 물론 속상하고 실망했겠지만 그 당시의 나 같으면 '다음엔 이길 거야', '힘을 가질 거야', '지금은 그래도 돼', '한번 더' 이런 마음을 가지지 않을까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이야기를 작사하시는 분을 만나 들려주며 '이런 곡을 만들고 싶다'라고 했다. 어떤 사람이든 이런 마음이 자기의 마음일 수 있다는 글을 직접적으로, 둘러둘러 이야기하는 것 말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그런 가사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며 내가 그쪽(패자)의 팬이었다. 그런 의미가 있다. 모든 사람이 다 성공할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똑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이 중에서도 많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를 들은 임 평론가가 "적어도 우리나라 가요계에서는 선생님이 '패자'에 감정 이입을 하신 적 없을 것 같다. 평생 지신 적이 없지 않냐'라고 묻자 조용필은 "아니다. 그렇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조용필은 "곡을 완성을 시켰는데 '만족한다' 이러고 낸 적은 한 번도 없다. 지금도 이 곡을 들으면 '한심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건 겉치레가 아니라 항상 그런 생각을 한다. 그러다 그러다 끝난다. 뒤에서는 '이 정도면 됐을 것 같습니다' 이러는데 나는 속으로 화가 난다"라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와 함께 조용필은 '그래도 돼'를 과거의 조용필에게 들려줄 수 있다면 몇 년도의 조용필에게 들려주겠냐는 질문을 받았다. 조용필은 "92년도에 내가 기자회견을 했을 때가 '꿈'이 나오고 난 다음이었다. 그 노래 끝나고 기자회견을 했다"며 "방송을 너무 많이 했다. (내가) 80년도부터 92년 기자회견 전까지 아마 나만큼 TV를 많이 나온 사람이 드물 거다. 계속 그렇게 되면 방송인으로 남지 않을까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나는 가수인데 나가서 게임 프로그램에 나가는데 '그게 무슨 가수냐'했다. 그런 것을 거절하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TV에 안 나오고 콘서트만 하겠다고 선언을 했다"며 "그 후가 문제였다. 처음에 1, 2년은 객석이 많이 찼다. 그런데 2년, 3년 지나면서 점점 객석이 줄어들더라. 나중에는 90년대 말에는 지방으로 가면 2층은 없고 1층만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히트곡이 몇 곡인데 이렇게 사람들이 안 올까' 했다. 그때 아마 제일 자신에 대해 실망스러웠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래도 돼' 뮤직비디오에는 실력파 배우 박근형, 전미도, 이솜, 변요한이 출연했다. 조용필 특유의 파워풀한 보이스에 배우들의 깊이 있는 연기력이 더해져 뮤직비디오 몰입도를 높일 예정이다. 제작은 뉴진스와 협업으로 뜨거운 '돌고래유괴단'이 맡았다.
타이틀곡 외에도 귀에 착 달라붙는 떼창 구간을 장착한 '찰나', 질주감 넘치는 일렉트로닉 팝·록 '타이밍(Timing)', 킬리만자로의 고달픈 산행 대신 넓은 초원에서 여는 캠핑 축제 같은 '세렝게티처럼', 발라드곡이자 가을밤 꿈처럼 아련한 러브송 '왜', 복잡한 일상을 떠나 꿈을 질주하는 이들을 위한 '필링 오브 유(Feeling Of You)', 세대와 장르의 벽을 사뿐히 뛰어넘는 '라' 등 총 7곡이 수록됐다.
이 중 '타이밍(Timing)'을 들어본 뒤 조용필은 "보통 한 곡을 녹음하는데 최고 많이 걸리면 세 시간 정도다. 코러스까지. 대신 준비가 굉장히 많다. 연습도 그렇고"라며 "전에 잘하는 코러스 친구들하고 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해봤더니 역시 섞이는 게 본인이 하는 게 더 낫더라. 아마 80년대부터 99.9% 지금까지 내 앨범은 내가 다 했다. 옛날에 '고추잠자리'라던가 '꾀꼬리'라던지 이런 것들도 다 내가 했다. '고추잠자리'는 어떤 사람들이 여자들이 한 줄 알더라. 그것도 내가 한 거다. 지금은 잘 안 나지만"이라고 말했다.
또한 '왜'에 대해서는 "이 곡만큼 연습한 곡은 없을 거다. 몇 개월을 했다. 대신 가사가 각기 다 달랐다. 그중에서 가장 잘 맞는 가사를 선택해서 녹음을 했다. 창법이라던지 또는 가성이라던지 노래 전달력이라던지 이런 것에 대해 굉장히 많이 신경을 썼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며 가장 많이 연습을 했던 곡이라고 생각이 든다"라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또 다른 수록곡 '라'를 두고는 "이 노래에 대해서 논란이 있기도 하다. '저런 곡을 어떻게…' 이런 거다. 사실 나도 그렇다. 사운드도 그렇고 내가 나이를 자꾸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 안 되는데. 그래도 하고 싶으니까 했을 거다. 이 곡은 콘서트에 잘 맞는 곡일 것 같다. 특히 '라라라라'하고 계속 반복되니까. 이 곡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콘서트에서)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1950년 생, 74세의 조용필은 1969년 데뷔해 올해 56주년을 맞이했다. 그는 "이 곡을 연습하면 '이 곡이 될 것인가, 안될 것인가'가 판결 난다. 연습하면서 어울렸는지 아닌지, 맞는지 안 맞는지가 결정이 된다. 하다못해 스마트폰으로도 녹음을 해보고 조그마한 스피커로도 들어본다"며 "계속 들어봐서 '이거 가능성은 있다'해서 결국엔 가사가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마지막 결정이 난 후에 본격적으로 창법, 통음 등을 연습을 하게 된다. 그래서 과감하게 했다"라고 남다른 열정을 자랑했다.
조용필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영원한 청춘', '영원한 청년', '영원한 오빠'다. 그런 조용필이기에 음악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 조용필은 "나는 가수로서 우선 노래하는 걸 좋아해야 하고 음악이 좋아야 하고 장르도 다양하게 들어야 하고 계속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지금도 굉장히 창법, 음성 내는 연습 방법 등을 연구한다. '저 가수는 저렇게 했는데 난 될까'하고 바로 또 시험해 본다. 그게 또 재밌다. 그래서 아마 지금까지 하게 된 동기인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도 "음악은 사실 사람의 표현하는 거다. 그 표현은 대중한테 가면 대중의 표현이라고 본다. 가사도 역시 마찬가지로 이쪽에서 써서 불렀지만 결국 그 가사나 노래는 대중의 것이 된다.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옛날에는 그것을 잘 모르고 음악을 좋으니까 한다고 생각했다. 나이를 먹으면서 차츰차츰 깨닫게 돼서 디테일하게 연구하는 편이다. (음악은) 배워야 한다. 지금도 계속 배우고 있다"라고 가왕의 깨달음을 전했다.
끝으로 조용필은 56년 간의 음악 생활에 대해 "요 한 10년 정도를 보면, 2000년대 팬데믹 시절에 다 집에만 있지 않았나. 나도 집과 스튜디오만 다녔다. 그런데 팬데믹이 끝나고도 집과 스튜디오 밖에 없다. 하루종일 듣고 적는 게 일이다. 그것밖에 모른다. 그래서 다른 것에 무식한 편"이라며 "그냥 한 마디로 도전이다. 해보고 싶었던 욕망이 너무 많다. 결국 이루지 못하고 끝나지 않겠느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앨범이라고 했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조용필은 오는 11월 23일과 24일, 11월 30일과 12월 1일(총 4일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옛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20집 발매 기념 조용필&위대한탄생 Concert - 서울'을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정규앨범 '20' 발매를 기념하는 무대로, 새 음반 수록곡 여럿을 처음 라이브로 선보이는 자리다. 서울을 시작으로 개최 도시를 추가할 계획이며, 자세한 일정은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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