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던 시라카와 케이쇼에게 운명의 하루가 찾아왔다.
일본야구기구(NPB)는 24일 오후 4시 30분 2024년 일본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를 개최한다. 이번 신인드래프트에서 한국 야구 팬들의 관심을 끄는 인물은 단연 시라카와 케이쇼다.
그동안 일본 신인드래프트에서 프로의 선택을 받지 못했던 시라카와는 독립리그 도쿠시마 인디고삭스에서 뛰던 중 SSG '에이스' 로에니스 엘리아스가 부상으로 6주 이상의 공백기를 갖게 되면서 KBO리그와 연이 닿았다. 2023시즌 도쿠시마에서 15경기에 등판해 55⅔이니을 소화하며 4승 3패 평균자책점 3.56을 마크, 올해는 6경기에서 4승 1패 평균자책점 2.17의 성적을 남겼다.
당시 SSG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메카닉과 투구 템포를 가지고 있는 부분에 주목했다"며 "최고 150km/h의 강한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안정된 변화구 제구력을 바탕으로 경기 운영면에서도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해 영입하게 됐다"고 영입 배경을 밝혔고, 시라카와는 SSG 유니폼을 입고 5경기에 등판해 2승 2패 평균자책점 5.09의 성적을 남겼다. 특히 대량 실점을 기록했던 롯데 자이언츠전을 제외하면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물론 단점도 있었다. 150km 이상의 빠른 볼을 뿌리는 것은 매력 포인트였지만, 제구가 들쭉날쭉하다는 것과 많은 관중이 들어선 구장에서는 필요 이상의 긴장으로 인해 제 기량을 뽐내지 못한다는 점은 흠이었다. 그래도 엘리아스의 공백을 훌륭히 메워낸 만큼 시라카와는 이번엔 두산 베어스와 연이 닿았다.
'에이스' 브랜든 와델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외국인 선수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던 두산은 에릭 요키시(NC 다이노스)와 시라카와를 두고 고민하던 끝에 실전 감각이 더 살아 있는 시라카와를 택했다. 하지만 두산에서의 모습은 SSG 시절보다 더욱 실망스러웠다.
지난 8월 16일 KT 위즈를 상대로 8이닝 동안 4피안타 1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도미넌트스타트(8이닝 1자책 이하)로 최고의 투구를 펼쳤던 것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지 못하는 등 6경기에서 2승 2패 평균자책점 5.34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산은 시라카와에게 연장 계약을 제안했는데, 선수단 내에 선발 역할을 맡길 선수가 마땅치 않았던 까닭이다.
하지만 연장 계약은 오래가지 못했다. 시라카와는 두산과 계약을 연장한 직후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마운드에 올랐으나, 4이닝 만에 5실점(5자책)을 기록하고 강판됐다. 그런데 이후 시라카와가 팔꿈치에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고, MRI 검진을 실시한 결과 인대 상태가 좋지 않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에 시라카와는 계약 기간을 끝까지 소화하지 못한 채 12경기에서 4승 5패 평균자책점 5.65의 성적을 남기고 일본으로 돌아가게 됐다.
시라카와가 한국행을 택한 것에는 수입 등을 비롯해 여러 배경이 있을 터. 그 중에서도 가장 비중이 컸던 것은 KBO리그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일본 드래프트에서 프로 구단의 선택을 받는 것이었다. 단점도 확실했지만, 장점 또한 명확했던 시라카와. 확실한 것은 SSG와 두산 입단을 통해 일본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는 점에서는 1차적인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일본의 경우 KBO리그와 달리 각 구단들이 신인드래프트 지명권을 모두 행사하지 않는다. 지난해만 놓고 본다면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경우 8라운드까지 지명권을 행사했지만, 니혼햄 파이터스와 야쿠르트 스왈로스, 요미우리 자이언츠, 히로시마 도요카프, 한신 타이거즈, 치바롯데 마린스가 5라운드에서 지명을 멈췄다. 12개 구단이 행사한 지명권은 불과 72장에 불과했다. 그만큼 경쟁력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그래도 기대를 걸어볼 만한 요소가 있다면, 신인드래프트 종료 후 진행되는 육성선수 드래프트에서 꽤 많은 선수들이 프로의 선택을 받는다는 점. 지난해 기준으로 총 50명의 선수가 지명됐다.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하더라도, 육성선수 입단은 노려볼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한국행을 택할 정도로 일본 프로 구단 입단을 간절하게 원했던 시라카와가 과연 원하는 결과를 손에 넣을 수 있을까.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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