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이데일리 = 박로사 기자] "저 자신에 대한 의심이 있었는데 '더 킬러스'는 제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준 영화입니다."
배우 심은경(30)에게 '더 킬러스'는 도전이었다. 한류 드라마의 시초 '대장금'부터, 천만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역대급 변신이라 평가받는 '수상한 그녀'까지. 남부럽지 않은 필모그래피를 가진 심은경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을 테니 말이다. 심은경이 네 명의 감독과 함께한 옴니버스 영화 '더 킬러스'를 들고 오랜만에 한국 극장을 찾았다.
23일 개봉한 '더 킬러스'는 헤밍웨이 단편소설 '더 킬러스'(감독 김종관, 노덕, 장항준, 이명세)는 4인의 감독이 각기 다른 시선으로 해석하고 탄생시킨 시네마 앤솔로지. 심은경은 개봉을 앞둔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를 만나 '더 킬러스'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심은경은 옴니버스 영화에 처음 참여한 것에 대해 "너무 신선하고 재밌었다. 주변에서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오히려 부담이 없더라"라며 "평소 해보고 싶던 장르들을 경험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고 웃었다.
심은경은 김종관 감독의 '변신', 노덕 감독의 '업자들', 장항준 감독의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 이명세 감독의 '무성영화'까지 총 4편의 이야기에 모두 출연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첫 번째 이야기 '변신'에서는 데뷔 후 처음으로 뱀파이어 역할을 맡았다. 심은경은 "김 감독님께 레퍼런스로 스탠릭 큐브릭의 '샤이닝'을 말씀드렸는데 좋다고 하시더라. '샤이닝'에서 잭(잭 니콜슨)이 환각을 보는 장면을 오마주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바텐더다 보니까 촬영 들어가기 2~3일 전에 바텐더 기술을 배웠다. 그런데 그게 어려웠다"며 "바텐더의 스냅이 있어야 하는데 내가 하면 부자연스러울 것 같아서 감독님께 대역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심은경은 '변신'에서 칼이 등에 꽂힌 남자 역의 연우진과 호흡을 맞췄다. 연우진과는 영화 '궁합' 이후 6년 만의 재회다. 이에 대해 심은경은 "정말 오랜만에 만나서 안부를 주고받았다. 연우진 배우는 너무 좋은 배우"라며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고 상대방의 연기에 맞춰서 호흡을 이끌어 가주는 훌륭한 기술을 가졌다"며 극찬했다. 그러면서 "나도 저런 테크닉을 갖고 싶더라. 부끄럽지만 '연기 톤앤매너가 너무 좋아요'라고 말씀드리니까 부끄러워하셨다"면서 "서로 부끄러워서 얘기가 이어지지 못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심은경은 이날 연기에 대한 진심도 함께 전했다. 그는 "(연기할 때) 아무 생각 안 하고 작품에 충실할 수 있게 된다. 연기할 때 나도 모르는 에너지가 나오더라. 그 힘 때문에 연기를 계속하게 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또 "연기라는 게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더 킬러스'를 하면서도 그랬다"며 "'내가 어쩌면 연기에 소홀했던 부분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명세 감독님과 리허설을 하고 영화 이야기를 하니 (영화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되더라. 그래서 '더 킬러스'를 기점으로 이전과 이후가 나뉠 수 있던 것 같다고 말씀드린 것"이라며 "부끄럽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너무 좋아한다"며 웃었다.
심은경은 '더 킬러스'에 대해 이야기와 함께 일본 영화계로 진출하게 된 이유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심은경은 "어릴 때부터 해외 진출을 많이 생각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 어디든 작품 활동을 해나가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다"면서 "그중 하나가 일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2018년쯤 일본 소속사 유마니떼와 전속계약을 맺었는데 일본에서의 성과는 예상하지 못했다. 소속사분들도 일본 영화를 통해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라며 "천천히 쌓아나가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잘됐다)"며 웃었다.
심은경은 2017년 일본 영화 '신문기자'로 제43회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아 큰 화제를 모았다. 이에 대해 그는 "당시의 나는 '내가 일본 시상식도 가보네'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으니 예쁘게 하고 가자' 했다. 즐기고 있는 와중에 내 이름이 호명됐다"며 "너무 놀라서 걸어 나가는데, 몸에 경련이 일었다. 아무런 말도 준비해 가지 않았다. 예상외의 성과들이 다가와 줘서 너무 감사하고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줬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박로사 기자 teraros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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