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나는 최근 악력기를 샀다. 왼손이 코드를 힘있게 꽉 잡아줘야 기타를 연주할 때 소리가 크고 깔끔한데, 힘이 부족하니 소리가 늘 먹먹했기 때문이다.
사실 꽤 오래전부터 악력기 구입을 고민했다. 다만 기타 선생님의 “차라리 연습을 더 하세요”라는 말을 듣곤 그 생각을 접었다가, 친구가 요즘 혈액 순환이 잘 안 되는 거 같다며 악력기를 산 걸 보고는 냉큼 따라 샀다.
내가 산 악력기는 실리콘 재질로 상하좌우에 따라 다른 강도의 트레이닝이 가능하다.
효과적인 운동을 위해 인터넷으로 악력기 트레이닝법도 찾아봤다. 손가락 전체를 활용해 강하게 쥔다. 팔을 자연스럽게 옆구리에 붙이고 팔꿈치를 약 90도 각도로 구부려준다. 강하고 빠르게 쥐고, 4~5초간 유지한 뒤 저항을 유지하며 천천히 손을 풀어준다. 아… 유지… 이 힘을 유지하는 게 힘들었다. 단 10회를 채우기도 전에 손아귀는 물론 전완근 전체가 아렸다.
주말 이른 점심, 근교 카페에 들렀다 악력기를 꺼내든 나를 보고, 엄마가 물었다. “그게 뭐야?” “악력기야. 기타 줄을 짚는 왼손 힘이 부족해서 소리가 제대로 안 나서” “너는 어릴 때부터 걸레도 잘 못 짰어. 물이 뚝뚝 흘렀잖아.”
돌이켜보건대 나는 애초에 악력이 약한 듯하다. 학창 시절에는 체력장 때 철봉 오래 매달리기를 하면, 시작 소리와 동시에 떨어지곤 했다. 성인이 되어 PT를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설상가상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악력이 더 약해지는 걸 느낀다. 손아귀 힘이 부족해 물건을 놓칠 때도 종종 있다. 40대 여성 평균 악력이 25.1㎏ 정도라고 하는데, 나는 이보다 현저히 낮을 것이 분명하다.
악력은 몸속 근육 강도를 대변해주기 때문에 건강을 측정할 수 있는 간단한 지표 중 하나라고 한다. 연구에 따르면 악력이 약한 사람은 평균인 사람보다 심혈관계 질환, 암 등 질병 발병 위험이 크다.
악력이 약하면 근력이 부족하다는 뜻인데, 말초혈관 저항이 커져 혈압이 높아지기 쉽다는 것이다. 때문에 고혈압, 뇌졸중과 같은 심장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같은 선상에서 악력이 약하다는 것은 근육 감소가 커 뇌의 서로 다른 영역을 연결하는 신경세포 섬유질 위축이 크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뇌 건강과도 연관된다고 한다. 악력을 치매 조기 위험 측정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 조언처럼, 악력을 키우기 위해 몸 전체의 근육을 기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운동은 싫다. 너무 싫다. 그러니 일단 악력기부터.
기타를 잘 치기 위한 고군분투는 계속된다.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이지혜 기자 ima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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