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심혜진 기자] 정말 이를 갈았다. KIA 타이거즈 안방마님 김태군의 이야기다. 데일리 MVP에 뽑힌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솔직한 심경을 가감없이 풀었다. 그동안의 울분을 터트리는 모양새였다.
김태군은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9번 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1홈런) 4타점으로 맹활약했다.
2회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났던 김태군은 두 번째 타석에서 대포를 쏘아올렸다. 팀이 3-0으로 앞선 3회초 2사 만루에서 바뀐 투수 송은범의 2구째 135km 슬라이더를 통타, 122m를 날려 담장을 넘겼다. 김태군은 KIA 더그아웃을 손으로 가리키며 포효했다.
KS 그랜드슬램은 이범호 현 KIA 감독이 2017년 두산과 5차전에서 기록한 뒤 7년 만에 나온 아치다. 역대 5번째 만루 홈런이다.
김태군은 올해 만루에서 무려 타율 0.364(11타수 4안타) 10타점으로 만루의 사나이로 불렸다. 그런데 홈런은 하나도 없었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통틀어서 2008년 데뷔 이후 만루 홈런은 한 번도 친 적이 없다. 자신의 첫 가을야구 홈런을 자신의 프로 커리어 첫 만루홈런으로 장식해 기쁨은 두 배였다.
KIA는 9-2로 승리했고, 우승까지 1승만을 남겨뒀다. 김태군은 데일리 MVP에 뽑혀 상금 100만원도 챙겼다.
경기 뒤 김태군은 "정말 좋다. 제 커리어의 첫 만루 홈런이 중요한 시리즈에서 나와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치는 순간, 담을 넘어간 건 확신했다. (파울이 되지 않게) 휘지 말라고 열댓번 속으로 말했다"고 떠올렸다.
행복 순위를 따지면 이번 만루포가 세 번째다. 김태군은 "프로 지명됐을 때가 첫 번째이고, KIA로 트레이드됐을 때가 두 번째다. (만루 홈런이) 그 다음인거 같다"고 미소지었다.
그러면서 이 순간까지 오는 과정을 설명하며 울분을 터뜨렸다.
김태군은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타격에서 4~5년 전부터 정말 (나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낮아졌던 것 같다. 주변의 시선도 그랬다. 식물이 아니라는 걸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 훈련 과정이 혹독하고 힘들었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모습이 조금씩 나온다고 생각한다. 과정을 중요시 했기 때문에 지금의 결과가 있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경기를 더해 김태군은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타율 0.385 13타수 5안타로 고감도의 타격감을 보이고 있다.
이제 김태군은 '우승 포수'를 꿈꾼다.
2016년 NC 다이노스에서 처음 KS 무대에 선 김태군은 10타수 1안타에 그쳤다.
NC가 창단 첫 통합우승을 차지한 2020년에는 KS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벽' 양의지(현 두산 베어스)가 있었다. 양의지에 밀려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올해 김태군은 KIA 주전 포수로 KS에 나섰고, 1∼4차전에서 13타수 5안타(타율 0.385) 6타점으로 활약했다.
올해 우승 포수라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김태군은 "'우승 포수'가 되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지 않을까"라며 "군대(경찰야구단)를 다녀오니 '백업 포수' 취급을 받았다. 올해 꼭 우승 포수가 되고 싶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대구=심혜진 기자 cherub032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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