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불안감을 완전히 없애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현재 상무에서 군 복무를 하고 있는 이강준은 지난 24일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 예비 명단에 추가 멤버로 소집됐다. 손주영(LG 트윈스)가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과정에서 부상을 당하는 등 마운드를 보강하기 위함이었다.
이강준은 지난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전체 22순위로 KT 위즈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같은 '사이드암' 출신의 이강철 감독이 눈여겨 본 선수로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장·당점이 너무나도 뚜렸했다.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볼을 뿌릴 수 있는 특급 재능을 보유하고 있지만, 많은 파이어볼러들의 숙명과도 같은 들쭉날쭉한 제구가 문제였다.
결국 이강준은 KT에서 꽃을 피우지 못한 채 롯데 자이언츠로 트레이드됐다. 하지만 롯데에서도 빠른 볼 외에는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면서, 상무에 입대했다. 그리고 군 복무를 하던 중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한현희의 보상 선수로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게 됐고,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44경기에 등판해 3승 1패 8홀드 11세이브 평균자책점 0.76으로 눈부신 활약을 펼친 끝에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이강준은 "월요일(21일) 쿠바를 상대로 경기에 던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25일 대표팀에 합류할 것이라는 내용을 전달 받았다"며 "솔직히 군에 있으니 대표팀 합류를 기대하진 않았다. 그리고 35인 명단이 발됐을 때에도 이름이 없다. 그런데 다시 연락이 왔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기대도 되고 행복하다. 영광스럽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강준이 예비 명단이지만, 대표팀에 추가 멤버로 합류할 수 있었던 배경은 최일언 코치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다. 일단 158km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류중일 감독 또한 "공이 빠르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결국 제구가 필수적이다. 사령탑 또한 "볼이 빠른 것도 빠른 것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제구다. 그리고 얼마나 상대 배트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강준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는 "구속적인 면에서는 자신이 있다. 하지만 무작정 공이 빠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제구가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표팀에서 스피드를 더 내겠다는 욕심은 없다. 경기를 운영함에 있어서 볼넷을 내주지 않는 그런 쪽을 더 많이 신경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실제 이강준은 올해 퓨처스리그이지만, 47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사사구는 14개에 불과했을 정도로 제구가 개선됐다.
이강준은 "스스로 제구는 많이 개선이 됐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감이 부족했다. 릴리스포인트나 메커니즘이 안정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무에서 투구 폼에 대한 수정도 하고, 연습도 많이 하다 보니, 2군이지만 기록적인 부분에서도 차이가 많이 생겼다"며 "이전에는 힘을 다 분산시키면서 던졌다. 방향성 자체도 홈을 향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심 이동을 비롯해 방향성을 홈으로 맞추고 안정적이게 던지면서 안정을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던 만큼 이번 기회를 잘 살리고 싶은게 이강준의 마음이다. 그는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국가대표 예비 명단에 뽑히는 것들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1군에서 경기도 제대로 치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대에서 많이 성장하면서 기회를 받게 됐다. 군에서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잘 사용한 것 같아서 뿌듯하다. 어쨌든 다 오고 싶다고 올 수 있는 자리가 아니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이강준은 "그동안 2군에서만 뛰었기 때문에 '1군에서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없지 않았다. 1~2군의 갭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삼성 라이온즈, KIA 타이거즈와 연습 경기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서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게 큰 자신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며 "팬들께서는 제구에서 불안함을 느끼실 텐데, 대표팀에 승선하게 된다면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런 불안감을 완전히 없애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입대 전까지는 국가대표 예비 명단에도 들지 못했던 이강준이 우연치 않게 찾아온 기회를 살릴 수 있을까. 올해 2군에서 남긴 성적이 결코 1군과의 수준 차이 때문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줄 때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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