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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김혜인의 반걸음 육아 42] 아이가 장수하기를 기원하는 이유

시간2024-10-29 00:05:00 교사 김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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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김혜인] 돌잔치에 다녀왔다. 돌잡이를 하기 전에 아기 할아버지는 두둑한 현금 봉투를 돌잡이 상에 올렸다. 요즘은 돌잡이마다 아이가 돈을 잡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어른들의 기대에 부응하듯이 아기가 돈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런데 아기 엄마는 돌잡이 상을 살짝 기울이며 다른 걸 잡도록 유도했다. 아이가 판사봉을 잡으려 해도, 청진기를 잡으려 해도 엄마는 계속 다른 방향으로 유도했다. 그러더니 아기에게 “우리 연습했잖아”라고 말했다.

도대체 뭘 잡기를 바라길래 연습까지 한 건지 궁금해하며 모두가 숨죽여 지켜봤다. 아기가 손을 이리저리 뻗다가 실을 잡았다. 마침내 엄마가 아주 기뻐하며 돌잡이를 마쳤다.

돌잡이에 많이 가보지는 않았지만 실을 잡기를 바라는 엄마는 처음 봤다. 아기 엄마는 “자기도 남편도 나이 많이 들어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다”고 하다가 목이 메인 듯 말을 멈추었다. 잠시 뒤 “아이가 오래 살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는 울컥하는 감정에 하고픈 말을 다 하지 못한 채 인사말을 끝맺은 듯했다.

그 마음을 다 헤아리기에는 너무 짧은 인사말이었지만 내 마음도 덩달아 뭉클했다. 재미 삼아 하는 돌잡이에서 가족 모두가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짐작됐다. 몇 년 전 그의 부친상 장례식장에 다녀온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연달아 내가 스무 살 때 돌아가신 아빠도 떠올랐다. 자식들 키우느라 고생만 하다 가신 것 같아서 아빠를 생각하면 늘 가슴이 먹먹하다. 아빠는 손주들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막내가 낳은 손주를 보셨다면, 무뚝뚝하던 아빠 얼굴에도 환한 웃음이 피어났으리라.

지금 내 나이가 마흔이 넘었으니, 내가 아빠와 함께 한 시간만큼 아빠 없는 세월이 흘렀다. 그사이 나는 새로운 가정을 이뤘고, 내 가족과 더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소망한다. 어린 시절엔 가족도 친구도 멀리하며 외로움에 빠져 지냈지만, 이제는 곁에 있는 사람들과 남은 삶을 더욱 소중히 하게 되었다.

내 아이는 돌잡이에서 쌀을 쥐었다. 실을 잡았어도 기뻤으리라. 아이가 오래 살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삶의 가치를 알게 되길 바란다.

아이가 나중에 커서 결혼할지, 자녀를 낳을지는 알 수 없다. 나는 그걸 은근히 강요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다만, 아이가 만약 결혼하고 자식을 낳는다면 꼭 장수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자신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 특히 자기 아이와 함께 하는 행복을 충분히 느끼길 바란다. 내 손주가 자기 아빠를 너무 그리워하지 않도록.

|김혜인. 중견 교사이자 초보 엄마. 느린 아이와 느긋하게 살기로 했습니다.

교사 김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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