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삼진 잡아야죠!"
지난 202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T 위즈의 1차 지명을 받은 박영현은 데뷔 첫 시즌부터 52경기에 등판해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3.66을 기록하더니, 지난해 셋업맨과 마무리의 자리를 오가며 68경기(75⅓이닝)에서 3승 3패 32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2.75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게다가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표팀에 승선해 금메달까지 목에 거는 기쁨을 맛봤다.
그런데 지난해 너무 많은 이닝을 던진 여파였을까, 박영현의 올 시즌 출발은 썩 좋지 않았다. 3월 3경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14.73으로 크게 분했고, 4월에도 1승 1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4.42로 좀처럼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폼을 되찾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5월부터 박영현이 선보인 모습은 철벽 그 자체였다.
박영현은 5월 10경기에 등판해 2승 3세이브 평균자책점 0.68로 최고의 한 달을 보낸 뒤 6월 11경기에서 1승 4세이브 평균자책점 8.71로 추락했으나, 7월 2승 8세이브 '미스터 제로'의 활약을 펼쳤고, 8월에도 3승 4세이브 평균자책점 1.80으로 좋은 모습을 이어갔다. 그리고 9월에도 3세이브를 쌓는 등 66경기(76⅔이닝)에 나서 10승 2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3.52의 성적을 남겼다.
좋은 모습은 포스트시즌으로도 이어졌다. 박영현은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2경기를 모두 실점 없이 막아내며 1세이브를 수확했고,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총 4⅓이닝(2경기)를 틀어막으며 1승 1세이브를 마크했다. 특히 지난 9일 LG를 상대로 3⅓이닝 동안 3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퍼펙트 투구를 펼친 것은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런 모습을 바탕으로 항저우 AG와 서울시리즈에 이어 다시 한번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번 대표팀은 선발진이 비교적 약한 축에 속한다. 올해 다승왕 타이틀을 손에 넣은 원태인(삼성)과 잠재력에 꽃을 피운 손주영(LG)까지 부상으로 이탈한 까닭이다. 하지만 박영현을 시작으로 '특급유망주' 김택연(두산)과 조병현(SSG)에 KIA 타이거즈의 '통합우승'에 큰 힘을 보탠 정해영까지 '역대 최고'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불펜진이 구축돼 있다. 박영현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29일 훈련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박영현은 "서울시리즈에서 (김)택연이 공을 받아봤고, 이번 대표팀에서도 다른 선수들의 공을 받았는데, 다들 너무 좋더라. 내가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불펜이 워낙 좋다 보니 야구할 맛도 나는 것 같고 재밌다"며 "택연이 공은 모두가 알다시피 워낙 좋지 않나. 나도 너무 좋아하는 선수고, 현재는 캐치볼을 같이 하진 않지만 모두 감탄을 할 정도"라고 활짝 웃었다.
박영현과 김택연, 정해영, 조병현까지 마무리 후보가 즐비한 대표팀. 하지만 류중일 감독은 대표팀의 '끝판왕'을 담당할 선수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대표팀의 마무리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박영현은 "저나 택연이나 아직 그런 생각은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우리 불펜이 워낙 좋기에 어떤 상황에서 나가든 자신 있게 던지려고 한다. 쿠바와 평가전에서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난생처음으로 3⅓이닝까지 소화했지만, 몸 상태에 대한 문제는 전혀 없다. 그리고 태극마크를 달고도 '멀티이닝'을 던질 준비가 돼 있다. 그는 멀티이닝 후유증에 대해 "이게 조금 이상한 것 같다. 되게 몸 상태가 좋고, 컨디션이 잘 유지되고 있다"며 "태극마크를 달게 된 만큼 책임감을 갖고 던져야 한다. 그리고 멀티이닝을 신경 쓰지 않고, 팀이 이길 수 있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박영현은 조별리그에서 도미니카공화국 대표팀으로 '동료' 출전하는 멜 로하스 주니어와 맞대결에서도 승리를 장담했다. 그는 '로하스를 만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삼진 잡아야죠!"라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어 "로하스의 약점을 잘 알고 있다. 팀에서 500타석을 봤다. 나만 아는 약점이 있다. 반대로 로하스도 내 약점을 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안타를 맞더라도 홈런은 맞지 않게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척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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